[AI칩 지정학] ③ 보기만 해도 숨 막히는 TSMC vs 삼성 0.001㎜ 패키징 전쟁
GPU·HBM·인터포저 결합이 성능 좌우
AI칩 공급까지 결정하는 CoWoS 위력
삼성 ‘턴키’ vs 대만 분업 생태계 충돌

# 엔비디아가 AI 시대를 지배한다는 말이 널리 퍼져 있다. 하지만 H100 하나를 완성하려면 세 개의 축이 동시에 맞물려야 한다. 엔비디아가 GPU를 설계하고, SK하이닉스가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만들고, 이 둘을 하나의 연산 시스템으로 묶는 마지막 단계는 TSMC의 CoWoS 패키징 공정에서 완성된다. 세 번째가 없으면 앞의 두 단계도 의미가 없다.
반도체 산업의 오래된 경쟁 기준은 미세 공정이었다. 누가 더 가는 선으로 회로를 그리느냐가 기술력의 척도였다. 극자외선노광(EUV) 장비 앞에서 승패가 갈렸고 지금도 경쟁은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AI 반도체가 등장하면서 경쟁의 무게 중심은 웨이퍼 위에서 패키지 내부로 이동하고 있다. GPU와 메모리, 인터커넥트를 얼마나 정밀하게 결합하느냐가 성능을 결정하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엔비디아가 지난 16일 개막한 'GTC 2026' 행사에는 메모리 공급망 핵심 기업들이 총집결했다. 최태원 회장을 비롯한 SK하이닉스 경영진이 현장을 찾아 차세대 HBM4 협력을 직접 챙기고 삼성전자 역시 HBM4E 확장 제품을 공개한 이유도 같다. GPU 연산 성능이 올라갈수록 메모리 대역폭과 패키징 기술이 동시에 요구되기 때문이다.
패키징 시대 주인공 TSMC는 연합군을 선택했다. 수천 개 IP 기업과 디자인하우스, 장비 기업이 참여하는 거대한 분업 생태계다. 반면 삼성은 턴키 제국을 선택했다. 메모리도, 파운드리도, 패키징도 한 회사 안에서 제공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우리가 다 한다'는 약속은 고객사에게 다른 의미로 읽힐 수도 있다. 메모리 경쟁사이기도 한 기업에게 설계 정보를 맡겨야 한다는 부담 때문이다.
인공지능 반도체는 단일 칩 구조가 아니다. GPU 주변에 여러 개의 HBM이 배치되고 이들을 연결하는 실리콘 인터포저가 패키지 내부에서 작동한다. 데이터가 오가는 통로의 속도, 즉 메모리 대역폭이 AI 연산 성능을 결정한다. 칩과 메모리 사이 연결 구조가 성능을 좌우한다는 뜻이다. 패키징 기술 자체가 연산 성능의 일부가 되면서 누가 더 완벽하게 칩을 묶을 수 있느냐의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이 변화를 가장 먼저 읽은 기업이 TSMC다. TSMC의 첨단 패키징 기술 CoWoS는 GPU와 HBM을 실리콘 인터포저 위에 나란히 배치하는 구조다. 초고속 데이터 통신이 가능하도록 연결 구조를 설계하는 동시에 열이 특정 접합면에 집중되지 않도록 분산시키는 방식이다. 열 관리와 수율 안정성 측면에서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인공지능 핵심 칩인 H100 역시 이 구조로 만들어진다. 엔비디아가 GPU를 설계하고 SK하이닉스가 HBM을 공급해도 CoWoS 공정 없이는 칩이 완성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TSMC가 AI 반도체 공급망의 관문을 장악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렇다 보니 공급망 병목 역시 예상 밖의 지점에서 나타난다. 웨이퍼 생산 라인이 아닌 패키징 라인이다. AI 칩 수요가 아무리 늘어도 CoWoS 생산 능력이 따라오지 못하면 공급 확대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TSMC가 글로벌 연합군 구조를 선택했다면 삼성전자는 정반대 전략을 취하고 있다. 메모리와 파운드리, 패키징을 하나의 기업 안에서 처리하는 '턴키' 구조다. 삼성의 I-Cube와 차세대 X-Cube 기술이 이 전략의 기반이다. X-Cube는 칩을 수직으로 적층하는 3D 패키징 구조로 집적도를 높일 수 있다는 점이 강점으로 제시된다.
메모리와 파운드리를 동시에 보유한 기업이라는 점은 삼성의 분명한 장점이다. 설계부터 패키징까지 한 기업 안에서 처리할 수 있다면 생산 속도와 비용 측면에서 유리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구조는 동시에 고객사 입장에서 부담 요인이 되기도 한다.
TSMC의 경쟁력은 단일 기업의 전략만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대만 신주를 중심으로 수십 년 동안 형성된 반도체 분업 생태계가 그 기반이다. 설계(IP) 기업, 디자인 하우스, 장비 기업, 패키징 기업이 밀집한 산업 클러스터 안에서 파운드리 역할에 집중한 결과 TSMC가 공급망의 중심으로 성장했다.

TSMC 연합군 vs 고립된 제국 삼성
삼성 역시 HBM 시장에서 점유율 확대를 노리고 있지만 구조적 장벽이 존재한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반도체 생태계의 관점에서 보면 삼성의 '모든 것을 우리가 한다'는 접근은 오히려 파트너 네트워크가 제한된 구조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TSMC는 수천 개의 설계 자산(IP) 기업과 디자인 하우스, 장비 기업이 참여하는 거대한 생태계를 형성해 왔다. 반면 삼성은 메모리와 파운드리, 세트 사업이 한 기업 안에 동시에 존재한다는 점 때문에 고객사 입장에서 기술 기밀 유출 가능성을 우려하는 시각도 존재한다. 삼성이 경쟁자이면서 동시에 공급자인 구조이기 때문이다. 반면 TSMC는 파운드리에 집중한 기업이다. 고객사의 설계 정보가 다른 사업부로 이동할 가능성이 없다.
기술 경쟁은 메모리 공급망에서도 새로운 구도를 만들고 있다. AI 반도체 핵심 부품인 HBM 시장에서는 SK하이닉스와 엔비디아, TSMC를 중심으로 한 협력 구조가 빠르게 굳어지고 있다. GPU 아키텍처와 HBM 설계가 개발 단계부터 함께 최적화되는 방식이다. 메모리와 연산 구조가 동시에 설계되는 형태로, 사실상 AI 반도체 시스템 표준이 공급망 내부에서 형성되고 있다는 의미다.
결국 패키징 기술 역시 자연스럽게 같은 축으로 묶였다. 엔비디아 GPU와 SK하이닉스 HBM을 결합하는 주요 공정이 TSMC의 CoWoS 구조에서 이뤄지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AI 반도체 공급망에서 메모리와 패키징이 하나의 기술 블록처럼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분석한다.
"우리가 다 한다"는 턴키의 함정
반면 삼성전자는 메모리·파운드리·패키징을 통합한 턴키 전략으로 이 구조에 맞서고 있다. 하지만 통합 구조는 동시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한다. 메모리 사업과 세트 사업을 함께 운영하는 구조 때문에 고객사 설계 정보가 다른 사업부로 확산될 가능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글로벌 분업 네트워크에 기반한 TSMC 모델과는 다른 구조기 때문에 수주도 쉽지 않다.
과거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은 미세 공정 기술에서 갈렸다. 누가 더 작은 선폭으로 회로를 구현하느냐가 산업 권력을 결정했다. 그러나 AI 시대에는 GPU와 메모리, 인터커넥트를 하나의 연산 시스템으로 결합하는 패키징 능력이 경쟁을 좌우한다. 여기에 공급망의 지정학적 구조로 재편되도 더해진다.

☞CoWoS(Chip on Wafer on Substrate) = TSMC의 첨단 패키징 기술이다. GPU 칩과 HBM을 실리콘 인터포저 위에 나란히 배치해 초고속 데이터 통신을 가능하게 한다. 수평 배치 구조라 열 분산에 유리하고 수율 관리가 안정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NVIDIA H100 등 주요 AI 가속기에 적용된다.
☞인터포저(Interposer) = 서로 다른 칩들 사이에 놓여 전기적 연결을 중개하는 기판이다. 실리콘 소재가 주로 사용된다. CoWoS 구조에서 GPU와 HBM은 실리콘 인터포저 위에 배치되어 짧은 거리에서 고속 신호를 주고받는다.
☞X-Cube = 삼성전자의 3D 적층 패키징 기술이다. 칩을 수직으로 쌓아 집적도를 높이는 구조로 CoWoS의 수평 배치 방식과 대비된다. 집적도 측면에서 장점이 있지만 접합면 열 축적과 수율 관리가 기술적 과제로 꼽힌다.
☞OSAT(Outsourced Semiconductor Assembly and Test) = 패키징과 테스트를 전담하는 외주 반도체 후공정 기업이다. AI 시대 패키징 기술의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OSAT 기업의 산업 내 위상도 함께 상승하고 있다.
여성경제신문 이상헌 기자
liberty@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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