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정부 자위대 이란 파견 검토 착수했지만 “법적 근거가 큰 장애물”

일본 정부가 헌법과 현행 법제의 범위 내에서 자위대의 이란 파견이 가능한지 검토에 들어갔으며,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19일(현지시간)로 예정된 미·일 정상회담 전 자위대 파견에 대한 일본 정부 방침을 정하려 하고 있다고 아사히신문이 17일 보도했다. 아사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목한 국가들 중에 일본이 명시돼 있는 상황에서 일본은 미국에 대한 협력을 검토하지 않을 수 없는 정세라면서 실제 자위대를 파견하는 경우에는 파견의 법적 근거가 큰 장애물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마이니치신문은 “자위대 파견에 신중한 자세였던 정부 내에서는 어려운 숙제라며 동요가 확산되고 있다”면서 “미·일 정상회담에서 (자위대 파견을) 직접 요청할 가능성도 있어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선택지를 정리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 정부가 고심하는 것은 현재의 이란 정세가 안보법제상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는 ‘존립 위기 사태’나 미군에 대한 후방 지원 활동이 가능한 ‘중요 영향 사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기 때문이다. 현재 일본 정부 내에서는 미국과 이란의 전투가 계속되는 동안 존립 위기 사태나 중요 영향 사태 인정에 근거한 자위대 파견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고 아사히는 전했다.
이와 관련해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16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일본 독자적으로 법적인 틀 안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나 자신도 여러 가지 지시를 내면서 검토를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근거법, 현재 (호르무즈해협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 일본에서 가능한 일, 가능하지 않은 일 등을 정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 내에서는 일본 정부의 선택지 가운데 집단 자위권 행사는 헌법 9조로 인해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요미우리신문은 “호위함을 파견해 자위대와 이란이 전투를 벌일 경우 헌법 9조가 금지한 무력행사를 범했다는 평가가 나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른바 평화헌법이라 불리는 헌법 9조는 “전쟁과 무력에 의한 위협 혹은 무력행사는 국제 분쟁을 해결하는 수단으로써는 영구히 포기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마이니치신문은 존립 위기 사태, 중요 영향 사태로 인정해 자위대를 파견하려 할 경우 미국과 이스라엘의 선제공격이 국제법 위반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문제가 된다고 전했다. 아직까지 일본 정부는 상세한 정보를 갖고 있지 않다면서 이번 이란 공격에 대한 법적 평가를 피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 후방지원을 추진할 경우 2015년 아베 신조 당시 총리가 “선제공격한 국가에 대한 후방지원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한 것이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도쿄신문은 미군에 대한 후방지원을 할 경우 아베 총리 발언과의 정합성이 문제가 된다고 지적했다.

자위대법에 따른 해상 경비 행동이라는 선택지도 거론되고 있지만 다카이치 총리는 16일 국회에서 해상 경비 행동 적용에 대해 법적으로 어렵다고 답했다.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은 지난 16일 참의원 예산위에서 경찰권은 국가나 국가에 준하는 조직에는 미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경찰권이 미치지 않는 상대에게 대처하는 것이 상정되는 경우 (해상 경비 행동을) 발령하는 일은 없다”면서 적용에 부정적인 생각을 나타냈다고 마이니치가 전했다. 다만 그는 일반론이라는 전제하에 “일본 관련 선박을 보호하는 것이 제도적으로는 가능하다”고 말했다. 해상 경비 행동을 적용할 경우 민간 선박의 호위가 가능하지만, 대상은 일본 관계 선적으로 제한된다.
일본 정부가 이란 상황을 국제평화공동대처사태로 인정할 경우는 타국 군대에 대한 후방 지원이 가능해지지만 이를 위해서는 유엔 결의가 필수적이다. 이 경우에도 전투 현장에서의 활동은 금지돼 있다.
가장 낮은 단계의 군사적 지원이라 할 수 있는 방위성설치법상의 ‘조사·연구’는 정보수집 목적의 활동으로 범위가 제한된다. 마이니치는 조사·연구를 근거로 하는 정보 수집 활동 선택지가 부상하고 있다면서 일본 정부 내에서는 자위대 활동 구역을 호르무즈 해협이나 페르시아 만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고 전했다. 자위대는 2020년 1월부터 중동 오만만 등에서 호위함과 초계기를 통한 정보 수집 활동을 실시해 왔다.
현재 일본 정부는 자위대 파견과 관련해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이날 참의원에 출석해 아직 미국으로부터 파견 요청이 오지 않았다며 “자위대 파견 등에 관해 결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국회 승인이 필요한 임무도 있을 수 있는데, 그러한 경우에는 되도록 폭넓게 각 당 대표에게 정중하게 이야기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한 방위성 간부는 마이니치에 “현시점에서는 자위대는 파견할 수 없을 것”이라면서 “트럼프의 말이 계속 바뀐다. 뭘 원하는지 확실히 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마이니치는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안전 확보를 위해 함정을 파견하는 것은 일본에 벽이 높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 장소에서 일본의 (함정 파견) 대응을 강하게 요구할 경우 양국 협력에 틈이 생길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카이치 총리가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강한 압박을 받을 경우 일본 정부의 고심은 더욱 깊어질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6일에도 주한미군, 주일미군 등의 병력 수를 언급하며 미군이 주둔 중인 한국과 일본 등을 지목해 파병을 강한 어조로 압박했다. 도쿄신문은 한 방위성 관계자가 “정치가 지원한다고 결정하면 ‘사태’의 이치는 얼마든지 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존립위기사태나 중요영향사태 등으로 인정할 수 있다는 논리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얘기다.
일본 정부는 눈앞으로 다가온 미·일 정상회담 의제가 중동 문제에 집중되는 것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한 일본 정부 관계자는 “미국과 협력을 위한 여러 안건을 준비해 왔는데, 자칫 (의제가) 이란 일색이 될 것 같다”고 마이니치에 말했다. 아사히는 일본 정부 내에서는 “이란 정세가 긴박해지는 와중에 다카이치 총리가 방미하게 된 것은 일본에 있어 오산이었다”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면서 한 내각 관계자가 “일본에도 좋은 타이밍이 아니다”라고 우려했다고 전했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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