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정상회담 연기? 급할 것 없다"…중국이 느긋한 이유 [차이나 워치]

김은정 2026. 3. 17.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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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랜B 착수한 中…"불리한 패 아냐" 여유 있는 까닭
미국, 방중 보름 앞두고 정상회담 연기 요청
"이란 압박 협조하라"는 암묵적 메시지 해석도
요청 수용하면서 협상 의제 설정서 우위 전망
사진=로이터 연합

미·중 정상회담 연기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가까스로 화해 무드로 접어든 양국 관계가 다시 정면 충돌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맞서 호위 군함 파견을 요구한 직후 나온 미국의 정상회담 연기 카드가 이란 압박에 중국이 협조하라는 메시지로 여겨질 수 있어서다.

다만 모호한 전쟁 목표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가 점차 좁아지고 있어 정상회담이 미뤄져도 중국엔 불리할 게 없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미·중 정상회담 연기가 중국이 더 많은 전략적 주도권을 확보하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미 정상회담 연기 가능성 '플랜B' 준비한 中 

17일 중국 베이징 외교가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지난주부터 미국의 정상회담 연기 요청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플랜B(차선책) 마련에 착수한 상태였다. 미·이란 전쟁이 예상보다 길어질 조짐을 보이면서 당초 이달 말로 예정된 트럼프 대통령을 방중을 대비한 미국 측 실무진들의 협조가 소극적이고 준비 속도가 더뎌졌기 때문이다.

실제 방중을 불과 2주일 앞두고 16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취재진을 만나 정상회담을 한달 연기하자고 중국에 요청했다는 사실을 밝혔다. 이란과 전쟁을 진행하는 상황에서 '자리를 비울 수 없다'는 명분이다.

이를 두고 중국 내 전문가들은 미국·이스라엘의 대이란 압박에 중국이 서둘러 협조하라는 암묵적인 요구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중국 최대 정치 행사인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가 지난 12일 막을 내렸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이날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 폐막식에서 자리를 향해 걸어가고 있다. 로이터연합

이날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미·중 고위급 협의에서도 이란 문제와 무역법 301조 조사를 둘러싸고 날카로운 신경전이 벌어진 만큼 양국 관계가 다시 최악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중국이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 한달 연기 요청을 받아들이면서 군함 파견은 물론 미국 주도의 이란 전쟁 해법 마련에 따르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정상회담이 지연되면 수출 관세 부담과 수출 입지 협소화라는 경제적 어려움을 감수해야 하지만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 등을 적극 활용해 미국과 장기전에 대응할 것이란 전망이다.

촉박하게 정상회담을 진행하는 것보다 이란 전쟁의 전개 과정을 지켜보면서 대미 협상력을 높이는 게 유리하다는 계산도 깔려있다는 해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전쟁의 장기전을 피하려 하고 있어 중국이 정상회담 의제와 시기를 적절하게 조율할 것이란 관측이다.    

경제적 부담 완화냐, 우방이냐…셈법 복잡해진 中 

사실 중국은 미·중 정상회담을 통해 무역 전쟁 장기화에 따른 경제적 부담을 덜고 대만 문제에서 유리한 국면을 조성하려 했다. 하지만 미·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핵심 우방인 이란과 관계는 물론 중동 전체와 경제·외교 관계에 변수가 생겼다.

이란은 일대일로(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의 중동 핵심 거점이다. 중국엔 정치와 외교뿐 아니라 안보 측면에서도 중요한 국가다. 하지만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 중국의 에너지 공급망이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중국은 이란 전쟁 관련해 직접적인 개입을 꺼리면서도 미국에는 대외적으로 비판적인 태도를 견지해왔다. 이란과 소통하면서 중동 국가들을 대상으로 중재자 역할을 부각시키기 위해서다. 중동 특사도 파견해 실질적인 중재안 마련에도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미국의 호르무즈 해협에 중국 군함 파견과 방중 연기 요청으로 중동 석유 최대 구매국인 중국이 에너지 공급 경로의 안정적 확보와 외교 불간섭 전통 사이에서 저울질하는 처지가 됐다"고 했다.

이와 관련 친중 성향의 홍콩 성도일보는 "미·이란 전쟁과 미·중 갈등이 동시에 격화하는 상황에서 중국이 정상회담 일정에 서두르지 않는 전략적 여유를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미국과 무역 갈들을 겪으면서도 중국 경제가 지난해 선방한 데다 대미 견제 카드가 여전해 전략적 여유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베이징=김은정 특파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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