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 노인 더 주고 부부감액 없앤다"…기초연금 12년 만에 개편
노인 빈곤 완화 기대…수조 원 재정 확보·형평성 논란은 숙제

(세종=뉴스1) 임용우 기자 = 기초연금이 저소득 노인과 부부 수급자를 중심으로 지급 구조를 조정하는 '투트랙' 방식으로 개편된다. 하후상박(下厚上薄) 방식으로 소득이 낮은 노인에게 지급액을 늘리고, 부부라는 이유만으로 감액되던 제도를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것이 골자다. 기초연금 제도 개편은 2014년 박근혜 정부가 도입한 이후 12년 만이다.
현행 기초연금은 소득과 관계없이 동일 금액을 지급하는 정액형 구조여서, 빈곤 노인 소득 보장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번 개편안은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제시한 방안으로, 노인 빈곤 완화와 제도 지속가능성을 동시에 강화하는 목표를 담고 있다.
핵심 과제는 추가 재정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하후상박 지급과 부부감액 폐지로 인해 2030년까지 수조 원의 추가 재정 투입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저소득층과 부부 노인이 직접 수혜를 받을 수 있도록 지급 구조를 조정하고, 재정 운용 효율성을 높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하후상박'으로 빈곤층 두텁게…부부감액 2030년까지 단계적 폐지
17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기초연금 제도의 노후 소득보장 강화와 제도 지속가능성 제고를 목표로 개편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정부가 검토 중인 개편안의 핵심은 지급 구조 재편이다.
현재 기초연금은 65세 이상 소득 하위 70% 노인에게 지급된다. 올해 기준 연금액은 단독가구 월 34만 9700원, 부부가구 55만 9520원이다.
부부가 동시에 수급할 경우 각각 20%가 감액돼 부부 합산 수급액은 단독가구보다 적다.
이재명 대통령은 전날 엑스를 통해 "자살까지 유도하는 노인 빈곤을 줄이려면 기초연금을 좀 바꿔야 할 것 같다"며 "이제는 일부는 빈곤 노인에게 조금 후하게 지급해도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에 복지부는 연금 인상분을 소득 하위 계층에 집중하는 방식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행 제도에서는 다른 재산이나 소득이 없는 1인 가구 노인이 근로소득이 월 468만 원이더라도 기초연금을 받을 수 있다. 또 부부 합산으로는 월 796만 원의 소득이 있어도 수급 대상에 포함된다.
부부가 소득 없이 주택만 보유한 경우 공시가격 13억 2000만 원까지 대상이다.
2024년 기준 기초연금 수급자 가운데 소득인정액이 월 300만 원을 초과하는 사람은 15만 3000명으로 전체의 2.3%에 달했다. 반면 소득인정액이 0원인 노인은 117만 명으로 전체 수급자의 17.4%를 차지했다.
또 소득 하위 70%까지 광범위하게 지급되면서 재정 투입 대비 빈곤 완화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지적도 이어져 왔다. 실제 우리나라 노인 빈곤율은 기초연금 도입 첫해인 2014년 44.4%에서 2024년 35.9%로 낮아졌지만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정부는 부부감액 축소를 추진한다. 복지부는 최근 기초연금을 받는 노인 부부에 적용되는 감액 비율을 저소득층부터 단계적으로 낮추는 내용의 주요 업무 추진 현황을 국회에 보고했다.
부부가 함께 수령한다는 이유로 연금액을 20% 감액해온 제도를 취약계층 중심으로 우선 개선할 방침이다. 소득 하위 40%에 해당하는 노인 부부를 대상으로 현재 20%인 감액률을 2027년까지 15%로 낮추고, 2030년에는 10%까지 단계적으로 축소할 계획이다.
여기에 더해 감액 제도 자체를 폐지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정치권에서도 부부감액 제도를 3년에 걸쳐 완전 폐지하는 법안이 발의된 상태다.

"빈곤 완화 효과적" vs "국민연금 형평성 저해 우려" 의견 팽팽
기초연금 개편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은 다소 엇갈린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대표는 "대통령이 밝힌 하후상박 방향에 공감한다"며 "현행 기초연금은 소득 수준과 관계없이 동일 금액을 지급하는 정액형 구조로, 빈곤 노인의 소득 보장 개선 효과가 제한적이다. 향후 연금 개혁의 핵심 과제는 노인 빈곤 완화"라고 말했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기초연금은 노인 빈곤 완화에 초점을 맞춰 개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수급 범위를 조정하는 한편 하후상박 방식의 지급 구조를 도입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국민연금 제도의 정당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남찬섭 동아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기초연금을 하후상박 방식으로 개편해 인상분을 저소득층에 더 배분하는 방식은 가능하지만 장기적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인상률 차이가 누적되면 저소득층 기초연금이 국민연금보다 높아질 수 있고, 이 경우 국민연금 제도 자체가 정당성을 잃으면서 보험료 납부에 대한 심리적 저항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2030년 최대 16조 추가 소요…고령화에 따른 재정 부담이 관건
문제는 재정이다. 현행 제도를 유지하더라도 지출이 빠르게 늘어나는 상황에서 제도 개편까지 더해질 경우 재정 부담은 더욱 확대될 수밖에 없다.
국회예산정책처 분석에 따르면 부부 감액 제도를 단계적으로 폐지할 경우 2030년까지 5년간 연평균 3조 3000억 원, 총 16조 7000억 원의 추가 재정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된다.
2027년부터 단계적으로 축소해 2029년 폐지할 경우 3년간 국비와 지방비를 합쳐 7조 479억 원의 추가 재정이 필요하다. 감액을 즉시 폐지할 경우 추가 소요는 9조 원대까지 확대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더욱이 고령화가 심화되면서 수급자 규모도 빠르게 늘고 있다. 기초연금 수급자는 올해 779만 명에서 2030년 914만 명, 2040년 1207만 명까지 증가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기초연금 지출도 빠르게 늘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기초연금 지출은 올해 29조 1000억 원에서 2029년 34조 8000억 원까지 증가할 전망이다.
보건사회연구원은 기초연금 재정 소요가 2030년 37조 9000억 원, 2040년 74조 7000억 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후상박 방식에 따른 하위 계층 급여 인상까지 더해질 경우 총 재정 규모는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오 대표는 "현재 기초연금 수급 대상을 소득 하위 50%로 조정하면 하후상박 방식을 도입하더라도 재정 소요가 과도하게 늘어나지는 않을 것"이라며 "베이비부머 세대의 경제적 상황이 개선되고 국민연금 제도가 성숙해지는 만큼 중장기적으로 수급 대상을 축소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석 교수는 "기초연금 재정에 대한 추가 투입은 미래 세대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며 "현재 재정 여력 안에서 정책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재분배 방식을 마련해야 한다. 부부감액 폐지는 우선순위가 높은 과제는 아니다"고 말했다.
phlox@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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