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칼럼] 조용히 무너지고 있는 학교 리더십

이규호 전 영천교육장 2026. 3. 17.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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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규호 전 영천교육장

요즘 학교에서 가장 오래 버틴 사람들이 먼저 학교를 떠나고 있다.

교장과 교감 이야기다.

한때 '교직의 꽃'이라 불리던 자리였지만 이제는 버티기 어려운 자리라는 말이 현장에서 공공연하게 나온다.

통계도 보여준다.

2020년 전국 초·중·고교에서 명예퇴직한 교장·교감은 250명이었지만 지난해에는 431명으로 5년 사이 72% 증가다.

올해도 이미 289명이 학교를 떠난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를 책임져야 할 관리자들이 정년을 앞두고도 교단을 내려놓는 일이 낯설지 않게 됐다.

이 현상을 개인의 선택으로만 볼 수는 없다.

지금의 학교 구조가 이들에게 지나치게 많은 책임을 지우고 있기 때문이다.

학생 안전·교직원 인사·학부모 민원·학교 행정·각종 감사 대응까지 학교에서 발생하는 모든 문제의 최종 책임이 관리자에게 집중된다.

책임은 커지고 권한은 줄어드는 구조 속에서 점점 '교육 리더'가 아니라 '문제해결 담당자'로 내몰리고 있다.

특히 학부모 민원 대응은 학교 관리자들을 가장 지치게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사소한 갈등도 쉽게 교육청과 언론, 법적 분쟁으로 이어지는 환경 속에서 학교 관리자는 늘 긴장 속에 놓인다.

여기에 보직교사를 맡지 않으려는 분위기까지 확산되면서 교감과 교장의 업무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다.

학교 운영의 무게가 점점 소수 관리자에게 집중되고 있는 셈이다.

이런 구조가 계속된다면 앞으로 학교 관리자 자원 자체가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이미 현장에서는 교감 승진을 포기하거나 관리직 진출을 망설이는 교사들도 적지 않다.

학교를 책임질 리더가 줄어드는 상황은 결국 학교 운영의 불안정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제 접근 방식을 바꿔야 한다.

무엇보다 학부모 민원 대응 체계를 학교 밖으로 분리할 필요가 있다.

갈등과 분쟁은 교육청 차원의 전문민원 대응 조직이 맡고, 학교는 교육활동에 집중하도록 해야 한다. 학교 운영도 교장 개인에게 집중되는 방식에서 벗어나 교감과 부장교사, 행정실이 함께 책임을 나누는 조직운영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

일정 규모의 학교에서는 노무와 갈등 조정을 담당할 전문 인력을 두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학교는 작은 사회이자 복잡한 조직이다.

그 조직을 이끌어 갈 리더가 버티지 못하는 구조라면 결국 학교 전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교장과 교감의 몀예퇴직 증가는 단순한 통계가 아니다.

그것은 지금의 학교 운영 방식이 한계에 이르렀다는 경고일지도 모른다.

교장이 버티지 못하는 학교라면, 그 학교의 미래 역시 오래 버티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