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만으론 부족”···삼성전자·SK하이닉스, eSSD 패권 경쟁 본격화
QLC 낸드 비중 커질듯···초고용량 로드맵 수립 및 선단공정 전환 가속

[시사저널e=고명훈 기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넘어 기업용 SSD(eSSD) 시장 주도권 경쟁을 가속화한다. 특히 AI 데이터센터 수요 확대와 함께 쿼드레벨셀(QLC) 기반 SSD 비중이 빠르게 커지는 가운데, 올해 삼성전자의 본격적인 출하 확대로 시장 경쟁이 한층 더 가열될 것으로 전망된다.
◇AI 성장으로 eSSD 매출↑···SK하이닉스, 삼성전자 바짝 추격
17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올해 eSSD 시장 성장에 따라 전세계 낸드 매출이 두배 이상 성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그간 D램 중심으로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AI 산업 발전에 대응해 AI 연산의 방대한 데이터를 처리하기 위한 높은 대역폭의 메모리 역할이 중요해지면서 D램을 여러개 쌓아서 만든 HBM이 유일한 대안으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엔 낸드로 그 역할 비중이 커지는 추세다. AI 산업이 학습 중심에서 추론 영역으로 확장되면서 AI 모델이 처리해야 하는 중간 연산 결과인 KV(키-밸류) 캐시 규모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KV 캐시는 그간 AI 가속기에 탑재된 HBM이 주로 저장해왔다면, 맥락(Context) 기억에 대한 용량이 한계에 다다르면서 최종적으론 SSD까지 이동되는 현상이 확산하고 있다. 업계에선 이 같은 변화가 AI 추론 시장 성장과 맞물려 eSSD 수요를 촉진시키고 있다며, D램뿐 아니라 고용량 낸드 수요에도 시장 기반을 넓히는 초기 신호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eSSD 시장은 삼성전자가 줄곧 선두 자리를 지켜오고 있지만, SK하이닉스의 추격 속도가 매우 빠른 상황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삼성전자의 eSSD 시장 점유율은 33.8%, SK하이닉스(솔리다임 포함)는 30.2%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두 회사의 점유율은 각각 35.1%, 26.8%로, 같은 기간 격차는 8.3%p에서 3.6%p로 좁혀졌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eSSD 매출에서 전년 동기 대비 49.7% 크게 증가한 36억 6000만달러(약 5조 4600억원)를 기록했지만, SK하이닉스는 이보다 더 높은 75% 이상의 성장률로 32억 6000만달러(약 4조 8600억원)를 달성하며 선두를 바짝 추격했다. 같은 기간 글로벌 5대 eSSD 공급업체의 총매출 증가율은 51.7%로, 삼성전자는 여기에 미치지 못했고, SK하이닉스는 이를 크게 상회했다.
◇고용량 QLC eSSD 비중 증가···삼성전자, 본격 출하 확대로 경쟁 치열
SK하이닉스는 자회사 솔리다임을 통해 고용량 QLC eSSD에서 시장에 빠르게 안착했단 평가를 받는다. 실제 최근 시장 수요 증가로 경쟁사 중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솔리다임은 SK하이닉스가 지난 2021년 인텔의 낸드 사업 부문을 인수해 미국에 설립한 SSD 자회사로, 일찍부터 3D 낸드 기술을 기반으로 eSSD에서 QLC 경쟁력을 키워왔다. 낸드는 각 셀에 저장하는 데이터 비트 수에 따라 SLC(싱글레벨셀), MLC(멀티레벨셀), TLC(트리플레벨셀), QLC 등으로 나뉘며, QLC로 갈수록 저장할 수 있는 용량이 크고, 비용이 적다는 장점이 있다. 초고용량을 요구하는 eSSD의 경우 QLC 낸드를 기반으로 만들어지는 대표적인 제품군이다.
삼성전자는 전체 eSSD 시장에선 경쟁사 중 가장 큰 생산역량을 보유하고 있지만, QLC 제품 양산공급에선 비중 확대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소극적이었단 평가다. 그간 TLC 낸드를 주력으로 eSSD 수요에 대응해왔다. eSSD 수요가 폭증했을 지난 2024년 당시 삼성전자도 수혜를 봤지만, QLC 중심 고용량 시장에서 경쟁사 대비 상대적으로 덜 부각됐다. 이후 SK하이닉스와의 점유율 격차도 점차 줄고 있는 추세다.

류형근 대신증권연구원은 "낸드 수익성 개선에 필요한 2가지 전제 조건이 있다면, 선단공정 비중 확대에 따른 단위당 원가 축소와 캐팩스 절제에 따른 고정비 부담 축소를 꼽을 수 있을 것"이라며, "삼성전자는 그간 지연됐던 V9 286단 공정 개발이 올해 초 완료된 것으로 추정된다. AI 서버용 제품으로 양산되는 QLC 기반 eSSD에 활용될 것으로 예상되며, V9 비중 확대가 연말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SK하이닉스도 올해부터 300단대 공정으로 기존 낸드 라인을 업그레이드해 eSSD 수요 중심으로 대량 양산을 본격화한단 계획이다.
업계에선 글로벌 eSSD 시장이 올해 전년 대비 크게 성장한 데 이어 내년에도 올해보다 2배 이상 매출 증가를 전망하고 있다. 또 다른 시장조사업체 프레시던스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AI 기반 스토리지 시장은 지난해 359억 5000만달러(약 53조 6400억원)에서 연평균 24.4% 성장해 2034년까지 약 2552억 4000만달러(약 380조 87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송창석 SK하이닉스 낸드 마케팅 담당은 최근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낸드는 321단 전환으로 제품 경쟁력을 극대화하고, 솔리다임의 QLC eSSD로 AI 데이터센터의 스토리지 수요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차세대 245테라바이트(TB) 제품 개발로 AI 추론 확대에 따른 초고용량 스토리지 시장을 선점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KV 캐시와 다양한 데이터를 오프로딩하려는 고객 요구사항과 데이터센터 전력과 공간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초고용량 eSSD 라인업을 강화하는 등 변화하는 AI 시장에 입체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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