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E-9, 채우는 난민…제주 외국인 ‘순유출 속 증가’ 역설

원소정 기자 2026. 3. 17.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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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0명 빠졌는데 500명 늘어…이탈·대체 반복되는 제주 노동시장
제주지역 농업현장 속 외국인 노동자.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지난해 제주에서 다른 지역으로 이동한 외국인은 유입보다 800여명 많았지만, 전체 등록 외국인 수는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새롭게 유입된 외국인의 절반 이상이 '난민 신청자'로 분석되면서, 비전문취업(E-9) 노동자의 이탈을 난민 신청자가 메우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는 풀이다.

17일 법무부의 '2025년 국내 체류 외국인·동포 지역 이동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제주지역 외국인 전입자는 3584명, 전출자는 4386명으로 802명의 순유출이 발생했다.

체류자격별로 보면 비전문취업(E-9) 노동자가 494명 빠져나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기타 체류자격(-199명), 결혼이민(F-6)(-62명), 유학(D-2)(-41명), 영주(F-5)(-27명) 순으로 감소했다. 반면 재외동포(F-4)만 유일하게 21명 순유입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전국적으로도 외국인 이동은 수도권 집중 현상이 뚜렷했다. 서울과 경기로 외국인이 몰리고, 지방에서는 빠져나가는 흐름이 이어졌다.

그런데 제주에서는 상반된 결과가 동시에 나타났다.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 통계월보'에 따르면 제주지역 등록 외국인은 2024년 2만7990명에서 2025년 2만8508명으로 518명 증가했다.

외국인이 다른 지역으로 빠져나갔는데도 총량은 늘어난 셈이다.

이에 대해 김상훈 천주교 제주교구 이주사목 나오미센터 사무국장은 "총인구 증가분과 순유출 규모를 종합하면 지난해 약 1300명 이상의 외국인이 해외에서 새롭게 제주로 유입된 것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이어 "이 가운데 733명이 난민 신청자로, 신규 유입 외국인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며 "결국 이들 대부분은 제주에서 생계를 이어가는 노동 인구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 사무국장은 "합법적으로 E-9 비자를 통해 들어온 노동자들은 더 나은 조건을 찾아 육지로 이동하고, 반대로 제주에 남는 이들은 이동이 제한된 난민 신청자들"이라며 "이들이 떠난 자리를 메우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제주는 제조업 기반이 약하고 1차·3차 산업 비중이 높아 상대적으로 노동 강도가 높고 임금은 낮은 구조"라며 "외국인 노동자 입장에서도 공장이 있는 내륙 지역으로 이동하려는 경향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결국 제주가 합법 체류 외국인을 붙잡아 둘 유인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무사증으로 입국한 뒤 난민을 신청한 외국인의 경우 '출도 제한'으로 인해 제주 밖으로 이동할 수 없다. 이들은 농업과 어업, 단순노무 등 노동시장 하층으로 유입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김 사무국장은 "이동이 가능한 노동자는 떠나고, 이동이 제한된 노동자가 그 빈자리를 채우는 '대체 이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제주 노동시장의 구조적 취약성이 그대로 드러난 결과"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금의 외국인 증가는 제주가 매력적인 노동시장이라는 의미가 아니라, 이동권의 격차가 만들어낸 결과일 수 있다"며 "숙련된 노동자들이 왜 제주를 떠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점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출도 제한에 묶인 난민 신청자들이 지역 노동시장의 비공식적 하층으로 고착되지 않도록 인권 기반의 노동·체류 정책 논의가 병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