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을 ‘사육’하는 여성, 30년 전 밀리언셀러가 다시 읽히는 이유

한겨레21 2026. 3. 17.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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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션 읽는 여자]‘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을 다시 읽고 다시 보니… 힘 있는 여성 금기시하는 사회적 압력 메시지화한 작가 의도 엿보여
영화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의 주인공 강민주는 남자들과의 전쟁을 선포하며 인기 배우 백승하를 납치한다. 네이버 영화 갈무리

매번 지기만 하는 싸움꾼이 있다면 그는 어떤 심정일까? 아마도 몹시 외롭고 막막할 것이다. 그러나 그보다 더 최악은 증인이 없는, 기록조차 되지 않은 싸움이다. 아마도 남성에게 맞섰던 수많은 여성의 싸움이 그러했으리라 짐작한다.

영화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의 주인공 강민주는 혼자 전쟁을 준비한다. 20대 후반의 대학원생인 그는 아버지에게 학대당한 어머니, 피상담자들의 사례, 여성학의 영향으로 성차별에 분노한다. 강민주는 인기 배우 백승하를 납치해 남자들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세상을 향해 메시지를 던진다. “겉으로 굳건해 보이는 당신들의 권력은 언제든지 무너질 수 있다”고.

여성들 매혹한 1992년 소설 속 ‘강민주’

알려진 대로 이 영화는 원작의 인기를 등에 업고 제작됐다. 1992년 발간된 양귀자 작가의 동명 소설이 밀리언셀러를 기록하며 논란의 중심에 섰고 영화는 1994년 개봉됐다. 강민주라는 캐릭터가 세상에 나온 지 30년도 더 지났는데 근래 엠제트(MZ)세대 여성들 사이에서 개정판이 다시 읽히고 있다. 페미니즘 리부트의 영향으로 입소문을 탄 것이다.

강민주는 성차별이 고착된 세상에 충격을 주려면 인간을 초월한, 신을 대신할 여성이 나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자신을 ‘신의 대리인’이자 ‘주먹 쓰는 법을 제대로 배운 사람’이라고 소개한다. 어째서 그 둘이 병존하는 걸까?

강민주는 배우 백승하와 충실한 부하인 깡패 황남기를, 그가 쓰는 표현대로라면 사육한다. 여기서 그는 지력, 재력, 물리력을 이용한다. 세 가지 힘은 남성이 여성을 지배할 때 이용해온 수단이다. 강민주는 남성에게만 허락된, 여성에게는 금지된 힘을 손에 넣고 두 남자를 지배하는 데 성공한다.

한마디로 이 작품은 남녀의 위치를 바꾸고 남성이 여성에게 쓰던 힘을 남성에게 되돌려주는 ‘페미니즘 우화’라고 할 수 있다. 수많은 여성이 상상만 하던 일을 강민주는 실행한다. 그가 태권도, 호신술, 펜싱, 검도에 매혹당해 집착에서 벗어날 때까지 몰두한 건 자기방어나 보호 차원이 아니라 남자들을 지배할 힘을 얻기 위해서였다.

강민주는 반항하는 백승하의 배에 주먹을 꽂고 명령을 거스르는 황남기의 코를 부러뜨린다. 그러고는 가정폭력의 가해자처럼 피해자를 달랜다. 그는 두 남자를 학대하면서도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다. 죄책감은커녕 폭력을 쓰는 재미가 너무 각별하다고 고백한다.

인간의 가학 취미에는 어마어마한 가속도가 붙는다는 강민주의 말은 어느 정도 진실이다. 격투기를 처음 배우는 여성들이 당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여성은 자신도 인간이고 폭력성이 잠재돼 있다는 당연한 사실을 모르고 산다. 그 정도로 남성이 인간 본성이라 주장하며 누리는 많은 것이 여성에게는 여전히 금지돼 있다.

소설이 강민주의 폭력을 비중 있게 다루는 데 반해, 영화에서는 이 ‘폭력성’이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 주인공을 맡은 배우 최진실이 남자 배우들의 뺨을 후려치는 정도의 액션만 보여준다. 영화는 납치범 강민주와 그를 추격하는 남성들 간의 서스펜스를 부각하며 페미니즘의 비중은 대폭 낮췄다.

결국 사랑한다는 결말의 의미

이 작품을 좋아하는 팬들이 가장 아쉬워하는 건 결말이다. 강민주가 계획한 전쟁이 실패했다는 것보다 실패하는 과정에서 백승하를 사랑하게 되는 걸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반응이 우세하다. 나도 처음에는 맥없는 결말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소설과 영화를 거듭 감상하면서 강민주가 백승하를 사랑하는 건 작가의 의도가 담긴 결말이라 생각했고 그러한 결말에서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유추할 수 있었다.

강민주는 평생을 바쳐 준비한 전쟁에서 중요한 사실을 간과했다. 그건 바로 그 자신도 사회의 일부라는 점이다. 그가 별다른 이유도 없이 백승하를 사랑하고 전쟁을 멈추는 데는 사회적인 힘과 강민주 개인의 감정, 두 가지가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백승하를 사랑하는 강민주 개인의 감정은 강민주만의 것이 아니라 사회적인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1990년대만 해도 여성이 남성을 사랑할 때 따라오는 보상, 정상성의 획득, 안전과 보호, 경제적·사회적 지원이 여성의 삶에서 절대적이었다. 이는 연애와 결혼이 필수가 아닌 지금도 유효하다. 그래서 사랑은 개인적인 동시에 사회적이다.

물론 이 보상은 현실과 다르고 보상은커녕 손해만 보는 경우도 적지 않음을 그때나 지금이나 우리는 알고 있다. 강민주에게 전화로 남편의 폭력, 외도, 학대를 고발했던 여성들의 사례처럼 말이다. 그렇다고 남성을 사랑하지 않고 보상을 포기한 여성의 삶이 그렇지 않은 여성의 삶보다 반드시 나은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정상’과 ‘정책적 복지’의 범주에서 벗어나 더욱 열악해지기도 한다. 반사회적 ‘범죄자’ 강민주도 이러한 사회적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강민주는 백승하를 사랑하면서 외로운 싸움을 멈춘다. 언론과 경찰은 범죄자 강민주를 압박하고 여기에 강민주의 스토커와 사랑을 거부당한 황남기의 분노가 더해진다. 결국 강민주는 사회의 반격과 사랑이라는 개인감정에서도 작용하는 사회적인 힘에 굴복하고 돌이킬 수 없는 벌을 받는다. 한 여성의 도전적이고 파괴적이었던 실험은 그렇게 막을 내린다.

약해도 불완전해도, 싸워야 한다

여기서 우리는 주인공의 실패만 볼 것이 아니라 작가의 의도를 읽어야 할 것이다. 차별의 벽이 너무 높아서 인간의 힘으로는 차별을 없앨 수 없을 것 같지만 그래도 싸워야 한다. 그것이 이 작품이 성차별에 반대하는 여성들에게 주는 메시지이다. 신이나 초인 따위가 아니라 개개인의, 보잘것없는 인간만이 외로운 싸움을 계속할 수 있다. 불완전하고 약하고 무능한 채로 말이다.

양민영 주짓떼라·‘운동하는 여자’ 저자

*액션 읽는 여자: 여성 주연 영화를 보며 여성의 시선으로 ‘싸우는 몸’을 발견하는 시간. 여성의 몸을 향한 협소한 시선을 확장하는 칼럼. 4주마다 연재.

https://h21.hani.co.kr/arti/SERIES/3293

자기방어를 위한 귀 때리기

자기방어 팁-도망칠 시간을 확보해야 할 때

의외로 뺨 때리기는 유용한 공격법이다. 물론 자기방어가 목적인 뺨 때리기는 드라마에서나 볼 법한, 상대를 모욕하는 뺨 때리기와 다르다. 회전력을 이용해서 매우 강하게 때리는 게 핵심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팔을 곧게 편 채로 몸통과 다리가 함께 회전하는 이른바 피벗(한 발을 고정하고 나머지 발을 움직여 회전하는 동작)부터 연습해야 한다. 힘이 작용하는 방향은 아래에서 위로, 퍼 올리는 것처럼 쳐야 강한 힘을 실을 수 있다. 때리는 위치는 귀가 있는 머리의 옆쪽, 옆통수가 좋다. 이 부위에 충격을 받으면 상대는 균형감각을 잃고 곧장 대응하기 힘들다. 가능하면 거리 확보와 도망이 최우선이다. 도망칠 시간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뺨 때리기를 활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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