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상황서 공사 추진 불가능”…격화되는 ‘종묘 앞 재개발’ 갈등
유네스코 “영향평가 받아야” 입장 전해
세계유산위 ‘보존 의제’ 가능성 거론
![발굴 현장 시추 모습. [국가유산청]](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3/17/mk/20260317143604825kqxs.png)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전날 국가유산청은 (세운4구역의 사업시행자인)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를 매장유산 보호 및 조사에 관한 법률 위반 협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SH 측이 세운4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부지에서 허가 없이 최대 약 38m 깊이로 땅을 파는 시추 작업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는 것이다.
현행 매장유산법에 따르면 이미 확인됐거나 발굴 중인 매장유산의 현상을 변경한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이나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허민 국가유산청장은 전날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린 설명회에서 “발굴 조사 완료 조치가 되지도 않은 땅에서 토목 공사를 위한 시추 작업을 하는 건 명백한 법 위반”이라고 말했다.
현재 세운4구역 일대는 공식적으로 발굴 조사를 마치지 않은 상태다. 2022∼2024년 부지를 조사한 결과, 세운4구역 일대에서는 조선시대 도로 체계를 엿볼 수 있는 흔적을 비롯해 건물터 약 590동, 우물 199기, 배수로 자취 등이 발견됐다.
마을을 보호하고 침입자를 단속하기 위해 입구에 세운 이문(里門) 흔적, 최소 7∼8마리의 소뼈가 묻힌 수혈(竪穴·구덩이) 등도 확인돼 학계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SH 측은 매장유산을 어떻게 보존할지 계획을 제출했으나, 2024년 문화유산위원회에서 구체적인 방안이 더 필요하다는 이유로 논의가 보류된 상태다. SH 측은 재심의를 위한 자료나 보존관리 방안을 지금까지 제출하지 않은 상태다.
![SH 측의 시추 작업이 확인된 부분. 노란 점으로 표시한 부분이 시추 작업이 이뤄진 것으로 확인된 구역. [국가유산청]](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3/17/mk/20260317143606350zjqo.png)
국가유산청은 지난 13일 현장을 조사한 뒤, SH 측에 관련 행위를 모두 중단하도록 했고, 반입된 중장비도 철수시켰다.
국가유산청은 서울시와 종로구를 향해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국가유산청 측은 “서울시는 이달 19일 정비사업통합심의위원회를 열어 4월 중으로 사업시행인가를 마칠 것으로 알려졌다”며 “일방적 강행”이라고 비판했다.
세계유산과 관련한 업무를 담당하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 역시 우려를 표하고 있다.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세계유산센터는 지난 14일 서한을 보내 “세운지구 개발을 강행할 경우, 종묘의 세계유산 지위에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세계유산센터는 특히 대규모 개발 공사가 종묘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OUV) 등 세계유산과 그 주변에 미치는 영향을 따져봐야 한다는 입장도 재확인했다.
센터는 서한에서 “(서울시가) 영향평가를 받겠다는 (내용의 입장) 확인 서한을 3월 안에 회신하지 않으면 세계유산위원회에서 ‘보존 의제’로 상정하거나 현장 실사가 이뤄질 수 있다”고 명시했다.
이길배 유산정책국장은 “종묘가 보존 의제에 포함돼 세계유산위원회에서 논의된다는 것은 국제 사회에서 그만큼 (사안을) 심각하게 본다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국가유산청은 서울시와 종로구청이 논의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허민 청장은 “정비사업통합심의위원회 개최를 보류한다는 전제하에 서울시장, 종로구청장, 국가유산청장이 참여하는 논의 테이블을 열자”고 제안했다.
한편 종묘는 조선과 대한제국의 역대 왕과 왕비, 황제와 황후의 신주(神主·죽은 사람의 위패)를 모시고 제사를 지내는 국가 사당이다.
1995년 석굴암·불국사, 해인사 장경판전과 함께 한국의 첫 세계유산에 올랐다. 그러나 지난해 서울시가 세운4구역에 들어설 수 있는 건물 높이를 상향 조정하며 재개발 사업을 본격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국가유산청과 연일 충돌하고 있다.
국가유산청과 서울시는 최근 두 차례 만나 사전 조정 회의를 열었으나, 세계유산영향평가 이행, 협의체 구성 등을 두고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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