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가 없이 무단 시추”…오세훈 사업 줄줄이 정부와 갈등

고아름 2026. 3. 17.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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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묘 앞 세운4구역 재개발 사업을 둘러싼 정부와 서울시의 갈등이 경찰 고발로까지 이어졌습니다.

국가유산청은 어제(16일) 세운4구역 사업시행자인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를 매장유산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고 밝혔습니다. SH가 국가유산청장의 허가 없이 세운4구역 재개발 부지 11곳에서 무단 시추 작업을 벌였다는 것입니다.

이에 SH는 문화재 훼손 우려가 없는 구간에서 실시한 소규모 시추 조사라며 법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 "허가 없이 38m 구멍 뚫어"…"문화재 발굴 조사 완료"

지난 11일 서울 종묘 앞 세운4구역 현장 시추 모습 (국가유산청 제공)


국가유산청은 어제 기자회견을 열고 SH가 발굴 조사가 완료되지 않은 상황에서 허가 없이 11곳에 대한 시추를 감행했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11일 이 같은 현상 변경 사실을 적발하며 현장에 있던 중장비를 즉각 철수시켰고, 어제(16일) 오전 서울 혜화경찰서에 SH를 고발 조치했다고 전했습니다.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현재 세운4구역 재개발 부지는 공식 발굴 조사를 마치지 않은 상태입니다.

지난 2022~2024년 해당 부지에 대한 매장문화재 조사 과정에서 건물터, 배수로, 이문(里門: 마을을 보호하고 침입자를 단속하기 위해 입구에 세운 문) 등이 확인된 바 있습니다.

현행법상 매장 유산이 존재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지역(매장 유산 유존 지역)은 발굴 조사를 모두 마쳤다는 행정 조치 없이 건설 공사를 추진하는 게 불가능한데, SH가 이를 어겼다는 것입니다.

반면 SH는 이미 국가유산청 승인을 거쳐 발굴 조사를 마친 땅이고, 건설 공사를 진행한 것도 아니라며 법을 어긴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SH는 해명 보도 자료에서 국가유산청 허가를 받아 발굴 조사를 진행했고, 당시 발견된 문화재는 충남 공주, 경기 가평군, 경기 양주의 창고로 이전해 안전하게 보관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이번 지반 조사는 설계 작업을 위한 조사 행위일 뿐, 본공사 착공이 아니라고 강조했습니다.

SH는 "건축 설계를 위해 실시한 소규모 시추 조사로 현지 보존 구간과 33m 이격 후 실시해 문화재 훼손 우려가 전혀 없다"며 "본공사는 매장문화재 심의 및 완료 조치 후 착공 예정"이라고 전했습니다.

국가유산청과 SH가 이번 시추 공사의 불법성 여부를 두고 대비되는 입장을 밝힌 만큼 경찰 조사 과정에서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서울시 역시 국가유산청의 SH 고발에 대해 유감을 표했습니다.

이민경 서울시 대변인은 오늘 "국가유산청이 세운4구역과 관련해 3자 논의를 제안하면서 동시에 SH를 불법행위로 고발한 것에 유감을 표한다"며, 관계 기관과 협의해 문화유산의 가치를 존중하면서도 세운4구역 사업이 추진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 '한강버스·감사의 정원·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오세훈 주요 사업마다 정부와 갈등

종묘 앞 세운4구역 재개발뿐 아니라 한강버스, 감사의 정원,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등 오세훈 서울시장이 추진하는 주요 사업 전반에서 정부와의 갈등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광화문 감사의 정원 조성 사업 관련해선, 지난 3일 국토교통부가 관련 절차를 이행하지 않았다며 공사 중지 명령을 내렸습니다.

도로나 광장에 지하 시설을 설치하려면 개발행위허가를 받거나 별도의 도시계획시설 결정을 해야 하는데 서울시가 적법한 절차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입니다.

서울시는 국토부의 지적을 수용한다며, 관련 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한 뒤 공사를 재개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실제 서울시는 지난 13일 제4차 도시·건축공동위원회를 열어 감사의 정원 지구단위계획 변경안을 원안 가결 처리했습니다.

광화문 광장에 조성하는 ‘감사의 정원’ 공사 현장


용산국제업무지구에 들어설 주택 물량을 두고도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습니다.

서울시는 용산이 업무지구로서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주택은 최대 8,000가구만 조성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정부는 1만 가구 공급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한 간담회에서 정부 공급 계획을 두고 용산국제업무지구에 닭장 아파트를 짓겠다는 것이라며, "평수가 작은, 양질이라고 볼 수 없는 주거 형태가 되고 주민들이 반대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시 관계자는 "용산국제업무지구 부지의 70%는 정부 소유, 30%는 SH 소유인데 정부가 현재 해당 부지 매각을 중단한 상태"라며 정부와 협의 없이는 용산 개발 진행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습니다.

이번 달 1일 운행을 재개한 한강버스를 둘러싼 공방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민경 서울시 대변인은 오늘 입장문을 통해 감사 결과 선박 계약 과정에서 특혜가 없었다는 점이 밝혀졌다며 "2년 동안 국정감사와 정치 공세는 물론 감사원 감사까지 요구했지만 민주당이 원하는 결과는 얻지 못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감사원은 지난 2024년 국회 요구로 착수한 '한강버스 및 여의도 선착장 조성 사업' 결과를 공개하고 선박 속도가 예상보다 느려 출퇴근 편의성 향상이라는 사업 목적을 달성하지 못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감사원은 또 총사업비 산정 과정에서 선박 구입비 등을 제외한 점을 지적했는데, 다만 선박 건조 계약과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위법·부당 행위는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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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아름 기자 (areum@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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