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압박 안 통하네…EU “호르무즈 파병 불가, 우리 전쟁 아니다”

천호성 기자 2026. 3. 17.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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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이 호르무즈해협에 해군을 보내지 않기로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의 전쟁을 도우라고 압박하지만, 유럽은 "우리 전쟁이 아니"라는 반응이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이날 베를린에서 롭 예턴 네덜란드 총리와 회동하며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 전쟁에 관해) 우리와 사전에 어떤 협의도 없었다"며 "이 전쟁이 지속되는 동안 우리는 군사적 수단으로 (호르무즈)해협의 항행 자유를 보장하는 데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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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력 보태면 전쟁 장기화, 득 될 것 없어”
카야 칼라스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가 16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EU 외교장관 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유럽연합(EU)이 호르무즈해협에 해군을 보내지 않기로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의 전쟁을 도우라고 압박하지만, 유럽은 “우리 전쟁이 아니”라는 반응이다.

프랑스 르몽드에 따르면, 유럽연합 회원국 외무장관들은 16일(현지시각) 정례회의에서 중동 지역의 유럽연합 해군 임무인 ‘아스피데스’ 범위를 호르무즈해협까지 넓히지 않기로 의견을 모았다. 아스피데스는 친이란 후티 반군의 공격으로부터 상선을 호위하는 작전이다. 지금은 프랑스, 이탈리아, 그리스 함정 3척이 예멘 주변 홍해에서 활동 중이다. 이들을 호르무즈해협에 투입하려면 회원국 합의로 임무 범위를 수정해야 한다.

카야 칼라스 유럽연합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회의 뒤 기자들에게 “아무도 이 전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를 원치 않는다. 지금으로선 아스피데스 작전의 임무 범위를 고칠 의지가 없다”고 전했다. 이어 “이 전쟁은 유럽의 전쟁은 아니지만, 유럽의 이해관계는 직접적으로 걸려 있다”며 “전쟁이 장기화돼서 (유럽에) 득 될 게 아무것도 없다”고 덧붙였다. 미국·이스라엘이 전쟁을 오래 하도록 군사력을 보탤 생각이 없다는 얘기다.

그리스 해군 프리깃함 키몬이 11일 지중해 동부 키프로스 일대를 초계하는 모습. AP 연합뉴스

회의 중에도 함선 파견에 대한 각국 반대가 쏟아졌다. 호세 마누엘 알바레스 스페인 외무장관은 “아스피데스의 현재 임무 범위가 적절하다. 어떤 수정도 필요치 않다고 본다”고 했다. 독일의 요한 바데풀 외무장관 역시 미국·이스라엘이 이란과의 전쟁에서 언제 ‘목표가 달성됐다’고 판단할지를 먼저 알아야, 유럽의 안보 구상을 바꿀 수 있다고 지적했다.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전쟁에 휘말리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유럽연합 회의와 별도로 각국은 호르무즈해협에 군을 보내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이날 베를린에서 롭 예턴 네덜란드 총리와 회동하며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 전쟁에 관해) 우리와 사전에 어떤 협의도 없었다”며 “이 전쟁이 지속되는 동안 우리는 군사적 수단으로 (호르무즈)해협의 항행 자유를 보장하는 데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독일 국방장관도 “도널드 트럼프는 강력한 미 해군도 못하는 일을 유럽 프리깃함 몇척이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라며 “이 전쟁은 우리 전쟁이 아니며 우리가 시작하지도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역시 기자회견을 열어 “이는(호르무즈 해협 방어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임무가 되지 않을 것이며 그렇게 여겨진 적이 없다”고 했다.

유럽은 무력이 아닌 외교로 전쟁을 빨리 끝내라는 입장이다. 알바레스 장관은 “긴장을 고조하거나 사태를 악화하는 행동을 해선 안 된다. (전쟁 당사국이) 폭격을 멈추고, 중동 모든 나라를 향한 미사일 공격을 중단하며, 협상 테이블로 돌아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안토니오 타야니 이탈리아 외무장관은 “호르무즈해협에서의 항행 자유를 보장하려면 추가적인 외교적 노력이 필요하다”며 “이는 서방 국가들뿐 아니라 중국을 포함한 전 세계와 관련된 문제”라고 짚었다.

유럽의 이런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호르무즈해협에 해군을 보내라고 각국을 압박하는 가운데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이 문제에 대해 논의했으나, 마크롱 대통령의 대답이 “완벽하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그가 도움을 줄 거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영국에 대해서는 “그들이 참여할 것이라고 생각하며, 참여해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천호성 기자 rieux@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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