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고유가 우려에 이란 석유수출 눈감아주나…수출량 평시수준
(시사저널=이주희 디지털팀 기자)

유가 폭등을 우려한 미국이 이란 원유의 선적이나 운송을 봉쇄하지 않고 눈감아주면서 이란의 석유 수출량이 전쟁 중에도 작년과 큰 차이가 없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미국 CNN 방송은 16일(현지시간) 지난주 중반까지의 분석업체들 추산을 인용해 이란의 하루 원유 수출 선적량이 하루에 약 100만 배럴 또는 그 이상으로 보이며, 이는 원자재 거래 데이터 분석업체 '케이플러' 집계에 따른 작년 하루 평균치인 169만 배럴과 큰 차이가 없다고 전했다.
전쟁 시작 이래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하는 유조선 등 선박의 수는 대폭 감소했고, 근방에서 드론이나 다른 무기에 타격당한 선박이 최소 16척에 이른다. 이 중에는 호르무즈해협에 대한 봉쇄를 선언한 이란이 통행을 이유로 공격 표적으로 삼았다고 공개한 경우도 포함돼 있다.
호르무즈해협은 전세계 석유 생산량의 약 5분의 1이 통과하는 길목이며, 작년 기준으로 이 해협을 통과한 페르시아만 국가들의 석유 수출 물량 중 80% 이상이 중국·인도·일본·한국 등 아시아로 갔다. 호르무즈해협이 사실상 폐쇄되면서 페르시아만 국가들 대부분이 원유와 천연가스 수출에 막대한 지장을 받고 있다. 하지만 정작 이란은 전쟁 전과 비슷한 물량의 자국산 석유를 해협을 거쳐 운송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현금을 계속 벌어들이고 있는 셈이다.
CNN은 "만약 미국이 이란을 공격하기 전 이란이 자국의 석유 수출이 막힐까봐 호르무즈해협을 폐쇄하는 것을 꺼릴 것이라고 가정했다면, 미국은 잘못 계산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전한 전문가 분석에서도 이란은 유가 폭등에 힘입어 원유 수출로 매일 평균 1억4000만 달러(2100억원)를 벌어들이고 있다. FT가 전한 위성사진 기반 분석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개전 이래 최근까지 이란의 원유 수출 물량 대부분을 책임지는 하르그 섬에서 원유를 선적한 초대형 유조선이 최소 13척에 이른다. 이 중 7척은 항로를 숨기고 서방 측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채 국제 제재 대상인 이란·러시아산 원유를 실어나르는 이른바 '그림자 선단'의 일부라고 에너지 정보업체 '보텍사'의 분석가 클레어 융만은 FT에 설명했다.
FT는 또 케이플러의 분석을 인용해 이 기간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한 이란산 석유의 물량을 약 2400만 배럴로 추정했다. 이란의 석유 수출 물량 중 90% 이상을 중국이 받고 있으며, 이 중에서는 제재 대상인 러시아산이나 이란산 원유를 정상 거래 원유의 시가보다 훨씬 더 저렴하게 받아 정제하는 소규모 정유소들이 사들이는 경우가 많다고 매체는 전했다.
이처럼 이란이 자유롭게 석유를 거래할 수 있는 배경에는 유가 상승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우려가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은 지난달 28일 전쟁 발발 이후 이란의 해군력을 파괴했다고 공언했지만 이란 유조선을 막으려는 시도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이 테헤란 주변의 석유 저장고를 공습으로 크게 파괴한 적은 있으나, 미국은 이란의 정유소, 파이프라인, 저장고 등 석유 인프라 타격을 최대한 피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은 지난 13일 이란 석유 수출 물량의 대부분을 책임지는 하르그 섬의 군사 목표물을 집중 타격했으나 석유 인프라는 건드리지 않았다. 해운정보업체 탱커트래커즈에 따르면 미군 공습 다음날인 14일 기준으로 하르그 섬의 석유 인프라는 가동중인 상태였으며 위성사진 판독 결과 저장 탱크 55개 모두 이상이 없고 이란 유조선 2척이 원유 270만 배럴을 선적중인 것으로 보였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은 16일 미국 CNBC 인터뷰에서 "이란 배들이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해 페르시아만에서) 이미 나오고 있는데, 그렇게 하도록 내버려뒀다"며 그 이유가 세계에 원유가 공급되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란이 자연스럽게 열어주는 길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며 지금으로서는 우리는 괜찮다고 행각한다. 우리는 세계에 (석유가) 잘 공급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실제로는 정보업체들이 파악하고 있는 것보다 더 많은 수의 이란 유조선이 하르그 섬에서 출발했을 가능성도 있다. 최근 호르무즈해협 통과 선박들 중 상당수가 위치발신 장치를 꺼버리기 때문이다. 게다가 전쟁 전 이미 이란산 석유를 싣고 출항한 유조선들에 실린 물량이 1억7000만 배럴에 이른다는 게 보텍사의 추정이다. 이란은 올해 2월에 원유 수출에 박차를 가해 수출량을 평상시보다 많은 하루 평균 204만 배럴 수준으로 늘렸다. 이는 이란이 이스라엘과 미국의 공습을 예상했기 때문일 수 있다.
이란의 반(半)관영 파르시통신에 따르면 이란은 천연가스 수출도 늘리는 데 성공했다. 이라크의 전력 부처 발표를 인용해 지난 주에 이라크가 이란으로부터 수입한 천연가스의 양이 하루 평균 1800만 세제곱미터 수준으로 늘었다고 매체는 전했다. 인도의 해운 담당 부처는 CNN에 13∼14일에 걸쳐 페르시아만산 액화석유가스를 실은 선박 2척이 호르무즈 해협을 무사히 통과했다고 확인해줬다. CNN이 전한 이란 신문 '샤르크'의 보도에 따르면 이는 인도가 지난달에 나포했던 이란 유조선 3척을 풀어주는 대가로 이란이 인도 선박 2척의 호르무즈해협 통과를 허가해준 데 따른 것이다.
호르무즈해협 통행의 어려움이 지속되면 다른 페르시아만 국가들뿐만 아니라 이란에게도 불리한 상황이 된다. 이란은 하르그 섬과 호르무즈해협이 아니면 석유 수출길이 마땅치 않기 때문에 미국이 적극적으로 이란의 석유 수출길을 막으려고 나선다면 다른 페르시아만 국가들보다 더 어려운 상황에 놓일 수 있다.
이란은 석유 대금이 미국 달러화가 아니라 중국 위안화로 거래되는 경우라면 제한된 수의 유조선을 통과시켜 주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국제 석유 거래는 거의 모두 달러로 이뤄지며, 러시아 원유처럼 미국의 제재 대상인 경우만 러시아 루블화나 중국 위안화로 거래가 이뤄진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부 장관은 15일 미국 CBS 방송 인터뷰에서 "호르무즈해협은 열려 있으며, 우리를 공격하는 적국과 그 동맹국의 유조선과 선박에만 통행이 제한된다. 그 외의 선박은 자유롭게 통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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