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보의 80% 급감 ‘위급 상태’...복무기간 단축 없인 붕괴 못 막는다”
의대생 97% ‘복무 부담’...현역 입대 확산에 “임계점 이미 돌파”
의협·공보의협 “24개월 단축이 핵심 해법...입법·구조개편 병행해야”

두 사람은 17일 더불어민주당 서영석 의원 주최로 열린 '군의관·공보의 확충 및 제도개선' 국회 토론회에서 공중보건의사와 군의관 수급 위기가 이미 임계점을 넘어섰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박재일 공보의협 회장은 공중보건의사 제도를 하나의 '환자'에 비유하며 현재 상황을 진단했다. 그는 "공중보건의사 제도 역시 환자로 보고 상태와 원인을 분석한 뒤 치료 전략을 세워야 한다"며 "지금은 이미 중환자실에 들어온 상태"라고 말했다.
실제 수급 지표는 '위중' 단계에 도달했다는 평가다. 의과 공중보건의사 수는 2010년대 초반 3000명대에서 2015년 이후 2000명 내외로 유지되다가 2026년에는 600명 미만으로 급감했다. 약 16년 사이 80% 이상 감소한 셈이다.
박 회장은 "의학적으로 특정 지표가 80% 이상 감소하면 생존 상태로 보기 어렵다"며 "이미 2022년부터 악화 신호가 있었지만 대응이 지연되면서 사실상 중환자 상태로 악화됐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수요는 줄지 않고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고령화에 따른 만성질환 관리 수요 증가, 지역사회 통합돌봄 확대 등으로 공공의료 인력 필요성은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다.
그는 "민간의료 중심 구조 속에서 공공의료가 충분히 확충되지 못하면서, 섬·농어촌 등 민간이 진입하지 않는 지역의 공백을 공중보건의사가 떠받쳐 왔다"며 "제도 약화로 지역 주민 피해가 현실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수급 붕괴의 핵심 원인으로는 '복무기간 부담'이 지목됐다. 협회와 의료정책연구원 조사 결과, 공중보건의사와 의대생의 97% 이상이 복무기간에 부담을 느끼고 있었으며, 의대생 다수는 이를 기피 이유로 꼽았다.
특히 최근에는 현역병 입대가 빠르게 확산되며 임계점을 넘어섰다는 분석이다. 박 회장은 "주변 사례 증가와 권유 분위기 형성으로 선택 구조 자체가 바뀌고 있다"며 "임계점을 넘으면 되돌리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 그는 복무기간 단축을 핵심 처방으로 제시했다. 설문 결과 복무기간을 24개월로 단축할 경우 약 95%가 공중보건의사 복무를 희망하겠다고 응답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박 회장은 "현역병은 여러 차례 복무기간이 단축됐지만 공중보건의사와 군의관은 여전히 긴 복무기간을 유지하고 있다"며 "이는 특혜가 아니라 병역체계 내 정합성 문제"라고 강조했다.
단기 충격 완화를 위한 단계적 감축 방안도 제안했다. 36개월에서 30개월, 24개월로 점진적으로 줄이는 한편, 한시적으로 연 2회 선발 체계를 도입해 공급 공백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제도 운영 구조 전반에 대한 개편 필요성도 제기됐다. 현재 국방부와 병무청 중심의 인력 배분 구조로 인해 보건복지부와 지역 현장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박 회장은 "공중보건의사 배치 규모가 2월 말에야 결정되는 구조로는 지역 보건의료 계획 수립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관계부처 공동 논의 체계와 조기 결정 절차를 제도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역의료 전달체계 재설계 방향도 함께 제시했다. 그는 "읍 중심지까지 접근성을 보장하면 민간 의료기관 활용이 가능하다"며 "이동 인프라 확충을 전제로 보건지소 기능을 재정립하고 도서·산간 등 필수 지역에 공중보건의사를 집중 배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지역의료 경력 일부 인정 ▲통합돌봄 중심 역할 재정립 ▲원격 자문 체계 구축 ▲주거 등 기본 처우 표준화 필요성도 언급했다.
박 회장은 현 상황을 "이미 불이 난 상태"라고 비유하며 선제 대응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정책도 질병과 같아 예방이 중요하다"며 "지역의료 붕괴가 대형 문제로 드러난 뒤 대응할 것이 아니라 지금 개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한결 대한의사협회 정책이사도 수급 위기를 '충격적인 수준'으로 규정하며 정부 대책의 한계를 지적했다.
그는 "2018~2019년 공중보건의사로 근무 당시 제기된 문제가 7년이 지난 지금까지 해결되지 않고 있다"며 "위기는 반복이 아니라 심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의과 공중보건의사 충원은 593명, 신규 편입은 98명 수준에 그치고 있으며, 지방자치단체 역시 민간 의사를 자체 채용할 재정 여력이 부족해 대체 인력 확보가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다.
군의관 수급 역시 악화 추세다. 이 정책이사는 "의대생 현역 입대 증가와 장기복무 지원 감소로 2029년 입영 대상이 777명 수준으로 줄어들 전망"이라며 "공보의와 군의관 모두 구조적 위기"라고 진단했다.
이 정책이사는 복무기간 단축이 가장 실효성 있는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정책은 수요자의 선택 구조를 바꾸는 것이 핵심"이라며 "의대생 설문에서도 복무기간 단축이 가장 강력한 유인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급여 인상이나 처우 개선은 보완적 수단일 뿐 근본적 해결책이 되기 어렵다"며 "단기 처방만으로는 수급 붕괴를 막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긴급 대책에 대해서도 구조적 한계가 지적됐다. 보건소 우선 배치, 보건지소 기능 개편, 보건진료 인력 확충 등 단기 대응과 계약형 지역 필수의사제, 시니어 의사 활용 등 중장기 방안이 포함됐지만, 공급 자체를 회복할 근본 대책은 부족하다는 평가다.
이 정책이사는 "정부가 복무기간 단축 필요성에는 공감했지만 구체적 로드맵은 제시하지 못했다"며 "복지부와 국방부 간 논의도 교착 상태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