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 ETF로 몰리는 글로벌 개미들… 개인 자금 유입 ‘역대 최고치 경신’

유진우 기자 2026. 3. 17.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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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전쟁발 유가 변동성 확대
원유 시장 투기적 거래 급증
2020년 팬데믹 이후 최대 규모
밈 주식 급등락 재현 우려

중동 내 군사적 긴장 고조로 국제 유가 변동성이 극심해지면서 석유 관련 금융 상품에 개인 투자자 자금이 몰리고 있다. 기존 주식과 가상자산에 쏠렸던 시선이 원유 시장으로 급격히 옮겨 붙으며, 단순 자산 배분을 넘어선 투기 수요가 가격 널뛰기를 부추기는 모양새다. 과거 게임스톱 밈 주식 사태나 올해 초 금(金)과 은(銀) 시장에서 목격됐던 매수 광풍과 흡사하다는 지적을 낳는다.

11일 이탈리아 북부 몬차의 한 주유소 밖에서 찍은 무연 휘발유 및 디젤 연료의 리터당 가격. /연합뉴스

16일(현지시각) 미국 원자재 시장 분석 업체 반다리서치 집계에 따르면 지난 12일 하루 동안 개인 투자자가 석유 ETF를 순매수한 규모는 2억 1100만 달러(약 3150억 원)를 기록하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ETF란 주식처럼 거래소에서 사고팔 수 있는 펀드 상품이다. 최근 5거래일 동안 석유 ETF로 유입된 자금은 1억 1500만 달러(약 1720억 원)를 넘어서며 2020년 팬데믹 이후 가장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같은 기간 금과 나스닥 등 주요 자산 상승폭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특히 미국 최대 석유 ETF인 USO와 연계된 옵션 거래 활동은 블룸버그 집계 기준 역대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USO는 실물 원유가 아닌 석유 선물 가격을 추종하는 대표적 금융 상품이다. 레버리지를 활용해 수익과 손실 폭을 확대하는 상품인 UCO 옵션 거래량 또한 4년 만에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전문가들은 투입되는 자금이 ETF와 옵션 같은 특정 섹터로 급격히 쏠리면서 원유 시장 체질 자체가 투기적으로 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서부텍사스산원유 가격은 이란을 향한 군사 행동 발발 전 배럴당 67달러 선에서 머물다 지난 9일 장중 120달러까지 치솟는 폭등세를 연출했다. 이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전쟁 조기 종식 가능성을 언급하자 가격은 다시 100달러 선으로 후퇴하며 급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원자재 시장에서는 이란이 전 세계 석유 물동량 20%가 지나는 호르무즈 해협을 무기화하면서 물리적 공급 차단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쏟아진다.

호르무즈 해협은 중동 산유국이 원유를 수출하는 핵심 통로다. 이곳이 차단되면 전 세계 에너지 공급망은 사실상 마비 상태에 빠지게 된다. 이 때문에 실물 원유 수요와 무관한 정치적 발언 하나에 수십억 달러가 오가는 극심한 혼조세가 이어지는 중이다. 공급망 마비라는 실질 위협이 실물 자산 가치를 밀어 올리고, 수익 창출 기회를 포착한 투기 세력까지 시장에 대거 들어오면서 원유 가격 형성 과정이 왜곡되고 있다.

금융 전문가들은 현재 원유 시장 거래 행태가 전형적인 밈 주식 특징을 보인다고 분석했다. 밈 주식이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입소문을 타며 실적과 무관하게 가격이 급락하는 종목을 의미한다. 반다리서치 글로벌 매크로 전략가 비라지 파텔은 석유 ETF를 향한 개인들의 공격적인 매수세를 지적하며 “원유 롱(보유) 포지션 투자가 개인 투자자 사이에서 새로운 밈 테마로 확실히 자리 잡았다”고 진단했다.

11일 이라크와 이란 국경 바쉬마그 인근에서 한 공급업체가 휘발유를 펌핑하고 있다. /연합뉴

거시 경제 지표보다 온라인 여론과 단발성 이슈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투기 환경도 조성됐다. 자산운용사 맥쿼리는 현재 유가 상승이 시장이나 종목 기초체력보다 군중 심리를 따라 가고 있다고 했다. 이날 맥쿼리는 “각국 정부의 전략 비축유 방출 등은 단기 임시방편에 불과하며, 중동 지역에 진정한 평화가 정착되기 전까지 원유 시장은 과거 게임스톱 사태처럼 극심한 변동성에 노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원유 투기 광풍은 정규 거래소가 문을 닫는 주말과 야간 시간대에도 멈추지 않는다. 개인 투자자들은 가상자산 기반 거래소나 예측 시장까지 찾아 거래를 이어가고 있다. 탈중앙화 거래소 하이퍼리퀴드 등에서는 토큰화된 석유 선물 계약이 24시간 내내 거래 중이다. 2월 말 미국과 이스라엘 초기 공습 당시 하이퍼리퀴드에서 거래하던 석유 선물 계약 규모는 2000만 달러(약 299억 원) 수준이었지만, 13일 기준 10억 달러(약 1조 4900억 원)를 넘어섰다.

폴리마켓 같은 예측 시장에서도 유가 향방을 두고 수천만 달러 판돈이 걸린 베팅이 성행 중이다. 소셜미디어 틱톡 등에서는 자산 다각화를 명분으로 석유 ETF 매수를 권유하는 영상이 수백만 회 조회수를 기록하며 젊은 층을 대거 끌어들이고 있다. 과거 개미들이 주식 토론방에서 세를 규합해 특정 종목 주가를 인위적으로 밀어 올렸던 모습과 유사한 현상이다.

투자 업계에서는 다수 개인 투자자가 선물 상품의 복잡한 롤오버 구조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한 수익 기대감만으로 투자를 감행하면 위험하다고 했다. 롤오버란 만기가 된 선물 계약을 다음 달 계약으로 교체하는 필수 과정이다. 이 과정에서 중동 긴장이 공급망 붕괴라는 실질 토대를 갖고 있더라도, 투기 수요가 만든 가격 거품은 언제든 순식간에 터질 수 있다.

전쟁 양상이 급변하거나 예상치 못한 외교 타협안이 도출될 경우 지지선 없는 가격 폭락이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 지난 2020년 유가가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 영역까지 떨어졌을 때, 저점 매수 기회라고 판단해 석유 ETF에 뛰어들었던 개인 투자자는 불과 며칠 만에 원금 70% 가까이를 잃는 참사를 겪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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