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방을 함께 읽는 약사들…일본 재택약료 다학제 팀워크”

윤선희 약사 2026. 3. 17.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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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일본 재택약료 탐방 현장을 다녀와서②
경기도약사회는 지난 2월 일본의 재택약료 현장을 직접 살펴보기 위한 탐방을 진행했다. 일본은 초고령사회에 대응해 재택의료와 방문약료 체계를 비교적 일찍 구축한 국가로, 지역 의료기관과 약국, 돌봄 인력이 협력하는 구조가 자리 잡은 것으로 평가된다. 이에 윤선희 경기도약사회 돌봄통합위원회 부회장은 당시 일본 현장 방문에서 보고 느낀 점을 방문기를 통해 전한다. -편집자 주-
윤선희 경기도약사회 돌봄통합위원회 부회장.

다음 날, 요양시설을 방문했다. 70명 중 35명의 호실을 대상으로 방문 진료가 예정되어 있었고, 이에 앞서 의사와 약사, 간호사, 시설 간호사가 둥글게 모여 앉았다.

각 방의 환자 상태를 하나하나 공유하며 치료 방침을 미리 논의했다. 고칼륨혈증 환자의 영양제 문제, 욕창이 악화된 환자의 외용제 선택, 졸림 증상에 따른 약물 조정, 대변에서 고스트 필(ghost pill)이 발견된 사례로 제형 변경까지 다양한 이야기가 오갔다.

다학제 팀에서 약사는 조용히 앉아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질문을 던지고 감량을 제안하며 경제적 부담까지 고려한 대안을 제시했다. 방문이 끝난 뒤에도 다시 모여 처방 변경 사항을 정리했다. 의료가 개인의 의지에 기대기보다 시스템과 팀워크 위에 서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각 방 문 앞에 붙어 있는 바코드, 감염 환자에게 표시된 빨간 테이프, 약 달력과 약품 바코드가 일치해야 투약이 이루어지는 구조는 '주의하겠습니다'라는 말 대신 '틀릴 수 없게 만드는 구조'를 선택한 결과였다.

같은 날 방문한 하자마 체인약국 히라노센터는 '조제 전문 약국'의 전형이었다.

일본의 마이넘버 카드(My Number Card) 시스템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환자의 동의하에 과거 투약 이력과 건강정보를 확인할 수 있고, 모바일 앱으로 복약 관리도 가능하다. 물론 여전히 약수첩을 사용하는 고령자도 많았지만 디지털과 아날로그가 자연스럽게 공존하고 있었다.

특히 인상 깊었던 장면이 있다. 처방전 한쪽에 최근 검사 수치가 함께 인쇄되어 있었고, 환자가 처방전을 제출한 뒤 조제가 진행되는 동안 접수대에 있던 약사가 그 수치를 꼼꼼히 확인하고 있었다. 단순히 약 이름과 용법을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검사 결과와 처방 내용을 함께 살펴보며 환자에게 미리 복약지도를 하는 모습이었다.

약이 나오기 전에 이미 상담이 시작되고 있다는 점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수치를 바탕으로 "왜 이 약이 필요한지", "현재 상태에서 무엇을 주의해야 하는지"를 설명하는 과정은 훨씬 설득력 있고 구체적으로 느껴졌다.

더 놀라웠던 것은 이러한 사전 복약지도에 대해 별도의 수가가 마련되어 있다는 점이었다. 약사가 처방을 검토하고 환자의 상태를 고려해 미리 설명하고 개입하는 행위가 제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는 사실이 그 역할의 무게를 다시 생각하게 했다.

사전 복약지도 수가뿐 아니라 약사의 업무에 대한 보상 체계가 매우 세분화되어 있다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약사의 수가 항목은 A4 한 장을 넘을 만큼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었으며, 단순 조제 행위를 넘어 전문적 개입과 관리 행위에 대해 구체적으로 보상하고 있었다.

예를 들어 향정신성 의약품에 대한 복약지도 역시 별도의 수가로 책정되어 있어 해당 약물의 특성과 위험성을 고려한 전문 상담이 독립적인 가치로 인정받고 있었다.

또한 일본의 전통 의학인 캄포(Kampo) 처방(우리나라의 한방 과립제)이 보험 적용을 받아 표준화되어 운영되고 있다는 점도 눈에 띄었다. 서양의학과 한방을 병행하는 구조는 우리나라와는 또 다른 모습이었다. 역시 "제도가 약사의 역할을 확장시키고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하자마 체인약국 히라노센터 조제실 전경과 조제약.

조제 전문 약국에서는 또 다른 풍경을 볼 수 있었다. 한 알 한 알에 바코드가 붙어 있고 자동 조제기와 라벨링 시스템이 쉼 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약국으로는 환자의 문의 전화가 끊이지 않았다.

바쁜 가운데서도 약사는 라인(Line)이라는 일본의 메신저를 통해 복용 후 불편함이 없는지 선제적으로 확인하고 있었다. 환자는 약사의 메시지를 통해 자신의 증상이 약의 부작용인지 알게 되기도 했고, 단골 환자들은 처방전을 라인으로 전송해 조제를 미리 접수하기도 했다.

즉 조제는 기계가 돕고, 판단과 책임은 사람이 맡는 구조였다. - 다음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