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과잉생산 301조' 의견 접수 시작…정부, 15% 관세 사수 총력전
'강제노동' 조사 동시 진행…디지털세·쌀 등 추가 현안 확대 주시

(세종=뉴스1) 김승준 기자 = 미국이 한국의 '과잉생산' 문제와 관련한 무역법 301조 조사에 대한 이해당사자 의견 제출을 17일부터 시작했다. 이번 조사에서는 전자장비·자동차·기계 등 한국의 주력 수출품 무역 흑자와 석유화학 산업 구조 재편 정책까지 검토되며, 향후 통상 압박이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미국무역대표부(USTR)는 지난주 조사 개시를 공식 선언하면서, 한국이 중국발 글로벌 공급 과잉 대응 차원에서 추진 중인 석유화학 산업 구조 재편까지 '과잉생산'의 증거로 보고 있다.
정부는 이번 조사와 관련해, 지난해 한·미 간 합의로 마련된 15% 관세 체계 이상 부담이 발생하지 않도록 기존 관세를 사수하는 데 총력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산업통상부는 유관 부처 및 업계와 협의해 의견 제출 자료를 준비하고 있으며, 미국 측과 긴밀히 소통할 계획이다.
USTR "주력 수출품 무역 흑자는 구조적 과잉생산의 증거"
17일 USTR과 한국 통상당국 등에 따르면 이날 미국이 16개국에 대해 시작한 '과잉생산 301조 조사'에 대한 이해당사자 의견 접수는 4월 15일까지 진행된다.
통상당국은 의견 접수 개시 직후 곧바로 한국 측 입장을 제출하기보다는 사전 검토와 국내 협의를 거쳐 대응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부 관계자는 "유관 부처와 업계 의견을 수렴해 대미 수출 여건이 주요 경쟁국 대비 불리해지지 않도록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USTR은 이번 조사에서 한국의 주력 수출품을 중심으로 구조적 과잉생산 여부를 들여다볼 방침이다.
공고문에서 USTR은 "한국의 구조적 과잉 생산 능력과 생산 능력의 증거는 대규모 또는 지속적인 무역 흑자를 통해 나타난다"며 "한국은 전자 장비,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 기계, 철강, 선박 및 해양 장비 등의 수출을 중심으로 상품 무역에서 흑자를 유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자동차와 기계는 한국의 대미 수출 1위와 3위 품목이다. 철강 역시 미국이 그동안 저렴한 전기요금 등을 통한 산업 보조로 가격 경쟁력을 유지해 왔다며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해 온 분야다. 전자장비와 선박 역시 한국이 비교우위를 바탕으로 흑자를 내고 있는 대표적인 산업이다.
자동차와 철강에는 이미 개별 품목 관세가 부과되고 있지만, 과거 301조 조사에서 조사 대상과 실제 관세 부과 품목이 달랐던 사례도 적지 않다. 이에 따라 자동차나 철강 관련 조사 결과가 다른 품목에 대한 추가 통상 압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또 USTR 공고문에서 "한국 정부도 석유화학 부문의 생산 능력 감축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다"고 언급한 만큼, 산업부가 추진 중인 '석유화학산업 구조 재편' 정책 역시 이번 조사에서 다뤄질 전망이다.
정부는 중국발 글로벌 공급과잉에 대응하기 위한 산업 구조조정 성격의 정책이라는 입장이지만, 미국은 이를 구조적 과잉생산의 단서로 해석하고 있는 셈이다.

'강제노동' 301조 조사도 착수…한국 기업 공급망 관리 비상
USTR이 '과잉 생산' 분야와 동시에 진행 중인 '강제 노동' 관련 301조 조사는 국내 사업장의 강제노동 여부보다는 한국 기업 공급망 관리 체계에 초점을 맞출 가능성이 크다.
2025년 미 관세국경보호청(CBP)은 전남 신안군 태평염전에서 생산된 천일염 제품에 대해 강제노동 의혹을 이유로 수입보류명령(WRO)을 발동하고 전면 억류 조치를 시행했다. 이는 한국산 제품 자체를 직접 겨냥한 사실상 유일한 강제노동 무역 제재 사례다.
다만 더 큰 문제는 한국 기업 공급망에 강제노동 생산품이 포함되는 경우다. 한국 내 생산 과정에 문제가 없더라도 원자재나 부품에 강제노동 생산품이 포함될 경우 이번 조사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USTR 역시 이번 조사에서 강제노동 생산품 수입 금지 관련 법·제도와 실제 집행 여부를 핵심 검토 대상으로 제시했다.
미국의 대표적인 강제노동 관련 무역 규제는 2022년 시행된 위구르 강제노동방지법(UFLPA)이다. 이 법은 신장 지역에서 생산된 제품뿐 아니라 해당 지역 원자재나 부품이 포함된 제3국 생산 제품까지 제재 대상에 포함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2022~2025년 CBP는 총 855만 달러 규모의 한국발 수출품을 UFLPA 관련 심사·억류 대상으로 지정했다. 이 가운데 2025년 한 해에만 841만 달러가 조사 대상에 포함되며 대부분이 최근에 집중됐다.
2025년 한국의 연간 대미 수출액 1228억 달러와 비교하면 규모는 제한적이지만, 문제는 국가별 순위다. UFLPA에 따라 반입이 거부되거나 추가 심사를 받은 한국 수출품의 선적 금액은 전 세계 10위, 이번 301조 조사 대상 60개국 가운데 9위 수준이다.
이 같은 공급망 관리에는 실사와 상시 점검 체계 구축이 필요해 인력과 관리 역량이 부족한 중소·중견 기업이 취약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美 관세 체계 유지 위한 조사…향후 통상 현안 확대로 번질지 주시
통상당국 안팎에서는 이번 두 건의 301조 조사가 미국 대법원의 국가비상경제권한법(IEEPA) 기반 상호관세 위법 판결 이후 기존 관세 체계를 유지하기 위한 조치라는 해석이 우세하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상호관세 위법 판결 직후 무역법 122조에 근거해 전 세계를 대상으로 10% 글로벌 관세를 부과했다. 다만 이 조치는 150일간의 한시적 조치다.
제이미슨 그리어 USTR 대표는 이번 301조 조사를 발표하며 "목표는 무역법 122조 관세가 만료되기 전에 조사를 신속히 마무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과거 301조 조사가 6개월에서 1년 이상 걸렸던 것과 달리, USTR이 이번 조사를 신속히 진행하려는 것도 관세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이 특정 통상 현안 해결보다는 관세 체계 유지를 핵심 목표로 삼고 있는 만큼 향후 추가 조사가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리어 대표는 지난 11일(현지시간) "디지털 서비스세, 의약품 가격 정책, 수산물·쌀 시장 접근성 등의 문제로 추가 조사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한·미 관세 협상 과정에서 미국은 한국에 미국산 쌀 저율관세할당물량(TRQ) 확대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약품 분야에서는 한국의 약가 산정 방식과 건강보험 급여 체계가 미국 제약사의 시장 진출을 제한한다며 무역장벽보고서(NTE)를 통해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해 왔다.
디지털 서비스세 자체로 한국이 직접 표적이 된 적은 없지만, 조사가 데이터 이전·플랫폼 규제 등 디지털 통상 규범 전반으로 확대될 경우 한국의 규제 환경이 새로운 통상 쟁점으로 부상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지난 12일 긴급 브리핑에서 "301조 조사 조치가 추가로 개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긴밀한 협의를 통해 국익을 극대화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미 미국과 관세 합의를 했기 때문에 최혜국대우 합의 정신에서 벗어나는 불리한 결과가 나오지 않도록 미국 측에 여러 차례 전달했다"고 덧붙였다.
seungjun24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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