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호르무즈 사태 ‘뒷짐’ 전략…미국 위상 약화 노려”

김원철 기자 2026. 3. 17.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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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마이클 커닝햄 스팀슨센터 선임연구원
“‘중국이 이란 움직인다’는 기대는 과장…동맹 아닌 느슨한 협력”
마이클 커닝햄 스팀슨센터 선임연구원이 16일(현지시각) 한겨레와 화상 인터뷰에서 “중국 입장에서도 에너지 수급 차질 등으로 상황이 어렵지만, 미국보다 더 오래 혼란을 견딜 수 있다고 보고 있다”며 “관세 갈등이나 코로나 봉쇄 사례에서 보듯 중국 체제는 상당한 충격을 장기간 감내할 수 있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화상인터뷰 갈무리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으로 호르무즈해협이 사실상 봉쇄된 가운데, 중국이 직접 개입 대신 상황을 관망하는 ‘버티기 전략’을 택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자국이 미국보다 현재의 혼란을 더 오래 견딜 수 있다는 판단 아래, 일정한 피해를 감수하더라도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 약화를 끌어내는 것이 전략적으로 더 큰 이익이라고 본다는 것이다. 다만 ‘중국이 이란을 움직여 사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일각의 기대는 과장됐으며, 양국 관계 역시 결정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준의 동맹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다.

마이클 커닝햄 스팀슨센터 선임연구원은 16일(현지시각) 한겨레와 화상 인터뷰에서 “중국 입장에서도 에너지 수급 차질 등으로 상황이 어렵지만, 미국보다 더 오래 혼란을 견딜 수 있다고 보고 있다”며 “관세 갈등이나 코로나 봉쇄 사례에서 보듯 중국 체제는 상당한 충격을 장기간 감내할 수 있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커닝햄 연구원은 그 배경으로 단일하지 않은 중국의 에너지 의존 구조를 꼽았다. 그는 “중국도 중동산 에너지에 일정 부분 의존하지만 동시에 석탄·자국 생산 원유·재생에너지 등 다양한 에너지 포트폴리오를 갖고 있어 일정 기간 충격을 흡수할 수 있다”며 “다른 일부 국가들보다 상대적으로 버틸 여력이 있다”고 말했다.

커닝햄 연구원은 중국이 이번 사태를 전략적 기회로 보고 있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그는 “중국은 이란과 외교적 해결을 시도하고 있지만, 동시에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과 평판이 타격을 입는 상황이 의미를 가진다고 본다”며 “현재 상황이 중국에 치명적 피해를 주는 수준은 아니기 때문에 극단적 조치에 나설 필요성을 느끼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시간이 지나면 미국 등 다른 국가들이 더 큰 피해를 견디지 못하고 외교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는 판단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에 호르무즈해협 문제 해결 협조를 요청한 것과 관련해, 중국의 군사적 참여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고 평가했다. 커닝햄 연구원은 “중국도 이 사안을 ‘미국이 만든 문제’로 인식하고 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군함을 보내는 것은 매우 비현실적”이라며 “중국은 글로벌 공공재 제공, 특히 군사적 개입에 비용을 쓰는 데 매우 소극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국은 휴전 등 외교적 해법을 지지하지만, 상황이 충분히 악화하기 전까지는 과감한 행동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중국이 이란을 움직일 수 있다’는 주장에도 선을 그었다. 그는 “중국은 이란에 대해 일정한 영향력은 있지만 결정적인 수준은 아니다”라며 “현재 이란 정권은 생존을 위해 싸우고 있어 외부 압력에 쉽게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국·러시아·이란·북한을 하나의 축으로 보는 시각이 있지만 미국의 패권에 반대한다는 공통의 이익만 있을 뿐, 서로를 위해 목숨을 걸 정도의 동맹은 아니다. 이는 서방의 과장”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중국은 이란 정권을 지키기 위해 군사적으로 개입할 생각이 없고, 이란 역시 정권 생존이 걸린 상황에서 중국을 위해 무리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사태가 미·중 전략 경쟁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선 “단기적으로는 제한적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중국에 유리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미국이 중동과 서반구에 자원을 투입하면서 인도·태평양에 대한 집중력이 약화되고 있다”며 “방위산업 역량이 크게 개선되지 않은 상태에서 막대한 자원과 탄약을 소모하는 것은 결국 아태 지역에서 미국의 억지력을 약화시키고 중국의 입지를 강화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대만 문제와 관련해선 “군사력 균형이나 준비 상태보다 정치적 필요성, 즉 중국 지도부의 정당성 유지와 같은 요소에 의해 결정되는 매우 복잡한 문제”라며 “이번 사태가 단기적으로 대만 침공 계산을 바꾸지는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중국이 가까운 시일 내 대만을 공격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덧붙였다.

커닝햄 연구원은 미·중 경쟁의 본질을 ‘기술·자원 자립 경쟁’으로 규정했다. 그는 “핵심은 중국이 첨단 반도체 등 핵심 기술에서 미국 의존을 벗어나는 것이 먼저인지, 아니면 미국이 희토류에서 중국 의존을 줄이는 것이 먼저인지”라며 “이 경쟁에서 승리하는 쪽이 전략적 주도권을 쥐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이 기술 자립에 성공하면 희토류를 무기화할 수 있고, 반대로 미국이 공급망을 재편하면 보다 강력한 수출 통제를 행사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북·중 관계에 대해서는 과도한 기대를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중국 간 열차·항공 운행 재개는 코로나19 이후 정상화의 성격이 강할 뿐 관계의 근본적 변화를 의미하지 않는다”며 “시진핑 주석과 김정은 위원장은 서로 신뢰가 깊지 않다”라고 말했다. 이어 “중국 내부에서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은 서방과 크게 다르지 않다”며 “중국은 북한이 여전히 과거식 체제에 머물러 있다고 보고, 왜 중국식 개혁개방 모델을 따르지 않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북·러 관계 강화로 중국의 영향력이 일부 약화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시진핑 주석이 북·미 정상회담을 중재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높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중국이나 러시아 모두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지나치게 가까워지는 것을 달가워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이를 막으려 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동시에 “북·미 접촉을 성사시키기 위해 (중국이) 외교적 자산을 투입할 만큼의 동기는 크지 않다”고 덧붙였다.

커닝햄 연구원은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과 김정은을 이어준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트럼프 1기 당시 시진핑과 김정은이 만난 것은, 북·미가 가까워지면 중국이 소외될 수 있다는 우려에 다급해진 시 주석이 나섰기 때문”이라며 “결과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대화조차 없던 시진핑과 김정은을 가깝게 만든 셈”이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최근 북·러 관계 강화로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은 더 약화됐다”며 “미국에서 흔히 생각하듯 중국이 북한에 이래라저래라 절대적인 명령을 내릴 수 있는 관계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워싱턴/김원철 특파원

won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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