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자폭 드론, 미국 무기론 못 막았다...중동이 우크라이나에 줄 선 이유

지난주 기름값이 휘발유·경유 모두 리터당 1,900원을 돌파하고, 서울 시내 일부 주유소에서는 휘발유가 리터당 2,598원까지 폭등하면서 전국 각지의 알뜰주유소는 조금이라도 저렴한 가격에 기름을 넣으려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이란이 페르시아만 연안 주요 산유국들의 유전과 정유소를 공격하고, 호르무즈해협을 틀어막겠다고 위협하자 국제유가가 폭등한 여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조기 종전 가능성을 언급하고, 각국이 전략비축유 방출을 예고하면서 폭등세가 주춤했던 유가는 호르무즈해협에서 몇 척의 상선이 이란 공격에 피격되면서 다시 요동치고 있다.
이스라엘과 미군기지 공격하던 이란, 에너지 시설 공격으로 전략 수정
전쟁 초에는 이스라엘 본토와 중동 내 미군기지를 주로 공격하던 이란은 자신들의 미사일과 드론이 방공망에 막혀 90% 이상 차단당하자, 전략을 수정했다. 군사시설 대신 페르시아만 연안의 에너지 시설을 집중 공격하고, 뱃길을 틀어막아 국제유가를 올려 종전 압박을 강화하는 쪽으로 선회한 것이다. 이스라엘 예루살렘포스트가 2월 28일부터 3월 9일까지의 이란 공격 데이터를 분석해 보도한 자료를 보면, 이란이 쏜 무기 중 이스라엘로 향한 것은 고작 12.8%에 불과했다. 미군 공격 자산이 집결해 있는 요르단(3.9%), 사우디아라비아(2.4%), 카타르(4.7%)에 대한 공격도 예상보다 약했다. 대신 에너지 관련 시설이 많은 UAE(48%), 쿠웨이트(18.4%)에 공격이 집중됐다.
이란의 탄도미사일은 중동 각국에 별다른 타격을 주지 못했다. 탄도미사일은 개전 첫날과 이튿날에 1,000발이 발사됐지만, 90% 이상 요격됐고, 나머지는 빗나갔다. 개전 열흘 후, 이란이 하루에 쏠 수 있는 탄도미사일 개수는 한 자릿수로 줄었다. 문제는 2주간 4,000대 가까이 발사된 장거리 자폭 드론이었다. 중동 각국이 넘쳐나는 오일 머니로 대량 구매해 깔아놨던 최고급 방공자산들은 드론 대응에 별 효과가 없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중동 국가들은 앞을 다투어 지원 요청을 보내며 어떤 나라에 줄을 서기 시작했다. 놀랍게도 이 상황에서 웃으며 ‘슈퍼갑’으로 떠오른 나라는 다름 아닌 우크라이나였다.

음속의 5배 이상 초고속으로 날아오는 탄도미사일...미국에겐 큰 위협
소련 붕괴 이후 유일 초강대국이 된 미국이 탈냉전 질서에서 가장 강조한 규칙은 ‘비확산’이었다. 미국의 비확산 정책은 핵·화학·생물무기와 그 투발 수단, 특히 탄도미사일에 초점이 맞춰졌다. 미국에 대항해 이러한 무기를 가지려 시도했던 나라는 예외 없이 공습을 얻어맞았고, 정권이 교체된 경우도 많았다.
미국은 특히 탄도미사일에 매우 민감했다. 강력한 공군력을 가진 미국의 시각에서 항공기나 순항미사일은 별다른 위협이 되지 않았지만, 음속의 5배 이상 초고속으로 날아오는 탄도미사일은 이야기가 달랐다. 사거리 300~500㎞의 스커드 미사일은 마하 5~7의 속도로 떨어졌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낙하 속도는 마하 20에 달했다. 미국은 걸프전에서 명성을 얻은 ‘패트리엇’ 방공 시스템을 가지고 있었지만, 이 미사일의 실제 요격 성공률은 50% 정도에 불과했다. 탈냉전 직후 출범해 대대적인 군비 축소를 단행한 클린턴 행정부는 탄도미사일로부터 미국 본토를 지키기 위한 국가 미사일 방어(NMD), 해외 배치 미군 보호를 위한 전구 미사일 방어(TMD)를 추진했다. 조지 H W 부시 행정부 때는 아예 미사일 방어국(MDA)을 설립하고, 기술 개발 예산으로만 매년 수십억 달러를 퍼붓기 시작했다.

탄도미사일은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 목표물에 떨어지는 무기다. 짧은 시간 내에 높은 고도까지 올라간 뒤, 관성과 중력으로 낙하한다. 북한도 대량 보유한 *‘스커드-B’는 발사 후 약 100㎞까지 치솟은 뒤, 최대 사거리인 300㎞까지 5분 안에 날아간다. 낙하 속도는 마하 5에 가깝다. 사거리 1만㎞가 넘는 러시아의 ‘사르맛’ ICBM은 고도 1,200㎞까지 올라간 뒤 목표물 상공에서 마하 20이 넘는 속도로 내리꽂히기까지 30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기껏해야 마하 2 정도의 최고속도, 시속 900㎞ 안팎의 순항속도를 가진 항공기를 잡기 위해 만든 기존의 지대공 미사일로는 이러한 초고속 표적을 막을 수 없다.
스커드(Scud)
1950년대 후반 소련이 NATO의 후방 지휘소와 보급 거점 등을 타격하기 위해 만든 단거리 전술 탄도미사일로 소련 정식 명칭은 R-11이다. 최초 모델의 사거리는 180km에 불과했으나, 이후 지속적인 개량을 통해 스커드-B(300km), 스커드-C(500km), 스커드-D(700km)로 늘어났으며, 재래식·핵탄두 탑재가 가능하다. 북한도 입수해 복제품을 만들었으며, 세계 각국에 가장 많이 보급된 탄도미사일이다.
미국과 사이가 나쁜 북한과 이란이 탄도미사일 개발에 집중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공군력 세계 1위 집단은 미 공군, 2위는 미 해군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강력한 공중 전력을 가진 미국을 상대해야 했던 이들은 탄도미사일이야말로 평시에는 억제력을 발휘하고 전시에는 유효한 타격을 가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판단했다. 이들은 미국의 해외 기지와 동맹국을 공격할 수 있는 단거리 탄도미사일부터 시작해 중거리 탄도미사일까지 손에 넣었고, 북한은 미 본토를 때릴 수 있는 ICBM까지 확보했다.

이 때문에 미국의 방공무기는 탄도미사일 대응에 초점을 두고 기술 발전이 이루어졌다. 초고속 표적을 잡기 위해 레이더와 미사일에 매우 높은 성능이 요구됐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무기 가격은 급등했다. 장거리 방공용으로 개발된 *패트리엇 초기형은 1발에 100만 달러였지만, 탄도미사일 방어 능력이 추가된 GEM 계열부터는 1발에 400만 달러, 탄도미사일 요격 전용으로 개발된 PAC-3 MSE 모델은 1발이 600만 달러에 달한다.
패트리엇(Patriot)
중거리용 호크(HAWK)와 장거리용 나이키(Nike) 지대공 미사일을 대체하기 위해 1970년대에 도입된 장거리 방공 시스템으로 제식명은 MIM-104. 1980년대 첫 개량을 통해 탄도미사일 요격 능력을 가진 PAC-1과 PAC-2, 1990년대에 탄도미사일 요격에 특화된 PAC-3로 진화했다.
미국은 항공기나 순항미사일 같은 공중 위협은 공군의 전투기, 보병용 ‘스팅어’ 미사일로 처리하도록 하고, 지대공 미사일 운용 부대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와 PAC-3 계열로 통일했다. 이란의 탄도미사일 위협에 노출된 이스라엘·사우디아라비아·UAE·카타르·쿠웨이트 등 미국 동맹국들도 비싼 돈을 주고 같은 무기를 대량 구매했다.
탄도미사일보다 장거리 자폭 드론 더 많이 발사한 이란
그런데 이번 전쟁에서 이란은 탄도미사일보다 장거리 자폭 드론을 더 많이 썼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그 효용성이 검증된 이란제 샤히드-136 자폭 드론은 50㎏의 탄두를 싣고 최대 2,500㎞를 날아갔다. 이 드론은 거의 모든 부품을 상용 제품으로 만들어 가격도 저렴했고, 생산성도 좋았다. 이란은 이 드론의 가격을 공표한 바 없지만, 샤히드-136을 수입해 쓰는 러시아는 1대에 2만 달러에서 8만 달러라고 밝히고 있다.
8만 달러짜리 모델은 양방향 통신이 가능한 위성통신시스템부터 전자광학·열영상 카메라까지 달려 이동 표적 공격까지 가능하다. 1,600㎞를 날아가는 미국의 토마호크 블록 IV 순항미사일이 1발에 360만 달러, 2,500㎞를 날아가는 러시아의 Kh-101이 1발에 130만 달러인 것을 생각하면 엄청나게 저렴하다. 다른 미사일들은 전용 발사대나 트레일러가 있어야 하지만, 샤히드 드론은 엉성하게 만든 레일 발사기는 물론, 픽업트럭에 얹어 연 날리듯 날릴 수도 있어 언제, 어디서든 기습적으로 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초기, 이란에서 2,500대의 샤히드-136을 수입한 러시아는 전국 각지에 공장을 세우고, 게란-2라는 복제품을 대량 생산해 매일 수백 대씩 우크라이나에 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미국과 유럽으로부터 다양한 방공무기를 지원받아 대응에 나섰지만, 이 샤히드 드론은 막기가 너무 어려웠다. 픽업트럭에 기관총이나 기관포를 얹은 이동식 방공무기는 사거리가 짧아 드넓은 우크라이나 영토를 전부 방어하기에는 너무 많은 물량이 필요했다. 그렇다고 미사일을 쓰기에는 가성비가 안 나왔다. 러시아가 날리는 샤히드 드론은 1발에 2만 달러였지만, 패트리엇 미사일은 400만~600만 달러, 유럽산 아스터-30 미사일은 300만 달러였다. 그나마 좀 저렴한 공대공 미사일인 암람은 100만 달러, 사이드와인더는 55만 달러였고, 지상 공격용 레이저 유도 로켓을 드론 격추용으로 급히 전환한 *APKWS는 경제적인 드론 요격 수단으로 주목을 받았지만, 그래도 1발 가격이 3만3,000달러나 됐다.
APKWS
항공기에 탑재하는 70mm 로켓에 레이저 유도 키트를 붙인 유도무기. 값비싼 헬파이어 대전차 미사일의 역할을 일부 대체하기 위해 개발됐으나, 높은 정밀도를 활용해 공대공·지대공 요격 무기로도 활용되고 있다.

자폭 드론 요격하는 스팅 드론 개발한 우크라이나
우크라이나는 점점 늘어나는 샤히드 드론을 좀 더 효과적으로 막을 방법이 없을지 고민했다. 최초의 아이디어는 우크라이나 대통령 경호여단에서 사제 드론을 만드는 자원봉사자들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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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일우 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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