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자유여행 20일》, “지금이 아니면 없다”…여행을 넘어 삶을 묻는 기록

이혜미 기자 2026. 3. 17.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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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자유여행 20일》, 글/사진: 신추연 (이미지 제공=신추연 작가 )

[한국독서교육신문 이혜미 기자]

전자책 『《베트남 자유여행 20일》-하노이에서 붕따우까지, 걷고 타고 바라본 시간』은 단순한 여행기의 형식을 띠고 있지만, 읽는 내내 '지금을 살아내는 태도'에 대해 묻게 하는 기록이다. 하노이에서 시작해 붕따우까지 이어지는 20일간의 여정은 풍경의 나열이 아니라 한 사람의 결심과 시간에 대한 인식이 만들어낸 흐름에 가깝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저자의 출발점이다. 이 책의 저자 신추연 작가는 문화예술교육사이자 모델교육지도사, 시니어 모델로 활동하며 새로운 삶의 장을 개척해온 인물이다. 일흔을 앞둔 나이에 결혼 40주년을 맞으며 선택한 '혼자 떠나는 장기 여행', 그리고 그 결정을 이끈 "다음은 없다"라는 문장은 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중심축처럼 작용한다. 이 말은 단순한 다짐이 아니라 삶을 대하는 태도로 읽힌다. 미루지 않겠다는 의지, 그리고 지금이 아니면 영영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자각이 이 여정을 가능하게 했다.

책 속 여정은 하노이, 닌빈, 빈, 동허이, 후에, 호이안, 무이네를 거쳐 붕따우까지 이어진다. 그러나 인상에 남는 것은 이동의 경로나 정보가 아니라 그 길 위에서 마주한 감정들이다. 낯선 도시의 공기, 길 위의 사람들, 예상치 못한 불편함과 피로, 그리고 그 사이에서 스며드는 작은 친절들까지. 작가는 이 모든 순간을 과장 없이 담담하게 기록하며, 여행을 '보는 것'이 아니라 '겪는 것'으로 바꿔낸다.

특히 눈길을 끄는 지점은 여행지를 소비하는 방식이 아니라 바라보는 시선이다. 각 지역과 그곳을 구성하는 공간에 대한 역사와 문화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하면서도, 어디까지나 이방인의 위치에서 조심스럽게 해석해 나간다. 그 시선에는 호기심과 존중, 그리고 애정이 함께 담겨 있다. 직접 촬영한 사진과 함께 이어지는 기록은 공간을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안에 흐르는 시간과 사람의 온기까지 전달한다.

여정 중 특히 깊게 남는 장면은 정주영 회장의 저서 『실패는 없다』 베트남 번역본을 우연히 마주하는 순간이다. 작가는 약 20년 전 이 책을 읽었던 기억을 떠올리며, 그때 마음에 남았던 "임자, 해봤어?"라는 질문을 다시 꺼내든다. 이 문장은 단순한 회상이 아니라 지금의 선택을 밀어붙이는 삶의 기준처럼 작용하며, 이번 여행의 의미를 더욱 또렷하게 드러낸다. 결국 이 질문은 이 여정이 단순한 이동이 아닌 삶의 연장선 위에 놓여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 책은 흔히 접하는 여행 안내서처럼 볼거리와 먹거리를 나열하지 않는다. 대신 한 사람이 살아온 시간과 그 시간 속에서 길어 올린 시선, 그리고 길 위에서 마주한 생각들을 차분하게 풀어낸다. 그래서 읽다 보면 여행 정보를 얻기보다는 스스로의 삶을 돌아보게 된다. 미루어 두었던 선택들, 언젠가로 남겨둔 계획들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무엇보다 이 기록이 오래 남는 이유는 '나이'에 대한 고정된 인식을 조용히 흔들기 때문이다. 늦었다고 여겨지는 시점에도 여전히 선택할 수 있는 시간이 남아 있다는 사실, 그리고 그 선택이 결국 삶을 바꾼다는 메시지가 과장 없이 전해진다. 실제의 경험에서 비롯된 이야기이기에 더욱 설득력을 갖는다.

책을 덮고 나면 여행의 장면보다 한 문장이 또렷하게 남는다. "다음은 없다." 단호하게 들릴 수 있는 이 말은 오히려 지금을 붙잡게 만드는 가장 현실적인 문장으로 다가온다. 그리고 그 순간, 이 여행기는 한 사람의 기록을 넘어 또 다른 삶의 결심을 자극하는 이야기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