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전쟁추경 신속히 편성…중동 상황, 최악 염두 대책 마련”

정재호 기자 2026. 3. 17.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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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1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은 17일 중동지역 긴장 고조와 관련해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 후 기름값이 다소 안정되고 있지만, 중동 상황이 예상을 뛰어넘는 방향으로 확대되고 있어 현재 양상이라면 석유 가격도 다시 불안정해지고 민생 전반에 대한 충격도 커질 것 같다”며 “상황 장기화를 전제로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염두에 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이같이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추가 원유를 확보한 것처럼 외교 역량과 자산을 총동원해 추가 대책 공급선 발굴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상황이 어려우니 국민 여러분의 이해와 동참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어 “에너지 절약 노력을 범사회적으로 확산해야 한다. 필요하면 자동차 5부제 혹은 10부제 등 다각도의 에너지 수요 절감 대책을 수립해달라”며 “필요하면 수출 통제도 검토하고 원자력 발전소의 가동률을 늘리는 등 비상 대책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취약계층과 수출기업 지원을 위해 ‘전쟁 추경’을 신속하게 편성해달라”며 “외풍이 거셀수록 국가 대전환을 위해 발걸음에 속도를 내야 한다. 지역에 투자하는 경우에는 최소한이 아닌, 상상하기 어려운 정도로 대규모로 확실하게 지원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대통령은 “대다수 취약 부문에 있어 상황이 더 나빠지고 있어 (추경 편성 과정에서) 소득지원정책을 안 할 수가 없을 것 같은데, 그럴 때도 지방에 더 대대적으로 (지원을) 할 수 있게 획기적으로 검토해달라”며 “(피해 계층 지원에 있어) 차등을 둬서 양극화를 완화하는 것이 낫겠다. 이 점도 고려해달라”고 했다.

유류세 인하에 대해서는 “그 방법보다는 걷은 유류세를 추경 편성을 통해 소득을 지원해 주는 게 (낫다)”며 “국가 전체의 석유류 소비를 줄여야 하는 상황인데, 유류세를 낮추면 석유 가격 인상 폭을 낮출 수는 있지만 소비는 덜 줄어들 것이다. 유류세가 걷히는 만큼 재정 지원을 하겠다는 뜻이다. 우리가 유류세를 걷어서 다른 데 쓰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부동산 문제와 관련해선 “대한민국 전 국토가 투기·투자의 대상이 돼 버렸는데, 여기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친 것이 금융”이라며 “부동산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있어, 금융 부문이 매우 중요하다. 세심하게 방법을 잘 찾아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남의 돈을 빌려서, 남의 돈으로 (부동산을) 사서 자신의 자산을 증식하는 일이 유행이 되다보니, 그런 일을 하지 않는 국민들이 손해를 보는 느낌이 들게 된다”며 “이번에 반드시 부동산을 잡아야 하는데, 그중에 제일 중요한 게 금융 부문”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또 “국토교통부도 잘해야 한다. 공급 정책도 잘 준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집값 안정화 대책으로 거론돼온 세제 조정에 대해서는 “세금 문제는 어찌 됐든 마지막 수단이다. 전쟁으로 치면 세금은 핵폭탄 같은 것이다. 함부로 쓰면 안 된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후의 수단으로 반드시 써야 하는 상황이 되면 써야 한다. (이와 관련한 정책 마련에 있어) 준비를 잘해달라”고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개헌과 관련해선 “국회의장께서 ‘합의되는 것, 국민이 동의하는 쉬운 의제부터 순차적으로 개헌하자’고 말씀하셨지 않느냐”며 야당을 포함한 전 국민이 동의할 수 있는 부분부터 ‘단계적·점진적 개헌’을 할 수 있도록 정부가 준비할 것을 주문했다.

이어 “제 기억으로도 5·18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은 야당도 늘 하던 얘기로, 약속도 수없이 했던 것이고 국민들도 반대하지 않으실 것”이라며 “지방자치 강화, 계엄요건 강화 이런 것도 국민들도 다 동의하고 야당도 반대하지 않을 것 같다”고 언급했다.

또 “야당에서 5·18 정신을 헌법 전문에 넣으며 부마항쟁도 넣자는 주장을 했던 기억이 난다”며 “부마항쟁도 헌정사에서 의미 있는 일이라 한꺼번에 하면 형평성에 맞고 논란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이 문제에 대해서도 정부가 관심을 가지고 진척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 같다”며 “정부 차원에서 개헌에 대해 주도해서 할 단계는 아닌 것 같지만 할 수 있는 것은 하자”고 당부했다.

개헌과 관련한 소관 부처가 어디인지를 물으며 “일리 있는 제안이니 정부 차원에서 공식 검토를 하고 입장도 정리하면 좋겠다. 법제처가 국무총리실과 같이 얘기하든 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공소청 설치법안의 당·정·청 협의안을 발표한 일과 관련해서는 그간의 논의를 돌아보며 아쉬웠던 지점을 언급하고, 앞으로 당정 간 신뢰를 바탕으로 숙의할 것을 당부했다.

우선 이 대통령은 “(검사의 수사에 대한) 관여의 소지도, 오해의 소지도 아예 없애고 명확히 했으면 좋겠는데, 과정 관리가 좀 그랬던 것 같다”며 “제가 숙의하라고 했다. 숙의하려면 소통의 기반 위에 진지한 토론이 돼야 하는데 나중에 보면 ‘나는 듣지 못했다’는 사람이 나타나기도 하고 ‘그냥 하라니까 했다’는 식의 얘기를 하기도 하고, 나중에 다 책임도 지지 않는 일이 벌어진다”고 지적했다.

또 “어려운 의제일수록 끝날 때까지 계속 얘기하도록 하면 나중에는 지쳐서라도 수용성이 높아지는데, 바쁘다고 억압하거나 제한하면 나중에 다 문제가 된다”며 “갈등 의제일수록, 이해관계가 부딪히는 것일수록 진지하게 터놓고 숙의해야 나중에 이중 삼중으로 일이 벌어지지 않는다. 이번에도 그런 경향이 없지 않았던 것 같다”라고도 짚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은 “앞으로는 제가 얘기한 대로 숙의하려면 대전제로 진짜 소통이 돼야 하고 신뢰가 있어야 한다. 억지로 모아 놓고 말도 못 하는 분위기에서 시간만 보내면 그게 되겠느냐”며 “당정관계라는 게 누가 우위에 있는 것도 아니긴 하지만 더 많이 노력해야 한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국회 정무위원회가 문제다. 위원장이 야당이면 아무것도 못 하느냐”며 “정무위가 자본시장법 등을 개정해야 하는데, 야당이 위원장이라 지금 아무것도 못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건 진짜 문제다. 나라의 미래를 놓고 이런 식으로…”라며 “국회가 다수 의석이 있으면 다수 의석대로 토론해 보고 안 되면 의결해야지, 아예 안 하는 게 어디 있느냐”고 토로했다.

또 “지금이 얼마나 중요한 시기인데, 우리가 뭘 어떻게 할 수는 없지만 매우 부당한 것 같다”며 “지금 심각하다. (법안 처리가) 진척이 안 돼서 아예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무위원들에게 “아예 상임위를 열지를 않는 것 같던데, 가서 빌든지 회의 좀 열어달라고 읍소를 하든지 어떻게든 해 보라”며 “그래도 소용이 없을 거다. 그래도 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한편 이 대통령은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조사에 대해 “조사라는 것이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너무 늦어지는 것 같다. 너무 오래 걸리고 있다”며 “공직자들이 조금 더 경각심을 갖고, 본인들이 하는 행위나 처분의 결과가 수용하는 국민 입장에선 엄청난 일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파초선(서유기에 나오는 부채)을 든 마녀가 장난삼아 (부채질을) 하면 세상에는 (그 부채질이) 폭풍이 된다”며 “여러분의 펜대 하나가 (국민에겐) 죽고 사는 문제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수사 진척 상황도 점검하고는 “유족들이나 피해 가족들이 억울하다거나 (정부가) 무관심해서 섭섭하다는 이런 이야기가 안 나오게 잘 챙기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또 사고 발생 1년 2개월이 지난 최근 일부 참사 희생자의 유해가 발견되며 부실 수습 논란이 인 것과 관련해선 “유족이 격앙된 것 같다.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 된다”며 “수많은 사람이 그렇게 힘들어하는 상황에서, 시신 수습조차도 제대로 안 해서 쓰레기봉투 비슷한 데에 같이 모아놨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오는 21일 광화문광장에서 열리는 방탄소년단(BTS) 특별 공연과 관련해 “빈틈없는 안전 대책 수립에 총력을 기울여달라”며 “전 세계에 K컬처의 우수성과 대한민국의 높은 위상을 거듭 확인하는 중요한 계기지만 문제는 안전이다. 모든 관계부처는 각별한 경각심을 갖고 발생 가능한 모든 상황에 철저히 대비하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최근 명동 인근의 숙박업소 화재로 인명피해가 발생한 점을 거론하며 숙박시설 안전을 꼼꼼히 살피고, 테러 가능성에 대한 대비도 충실히 해 달라고 요청했다.

아울러 이 대통령은 산불과 가뭄 대응에 만전을 기해줄 것을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얼마 전까지는 사상 최대 규모로 산불이 발생했는데 최근에는 조금 줄고 있다. 잘 대응하고 있다. 다들 애써줘서 많은 성과를 냈다. 조금 더 애써달라”며 “가뭄도 잘 챙겨달라. 가뭄이 또 문제가 될 것 같다. 지난주 비가 많이 안 와 식수 문제나 농작물 피해가 발생할 수 있어 미리 대비해달라”고 말했다.

정재호 기자 cjh86@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