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만 ‘긴급돌봄’…“아이돌보미 연결 안 돼 발만 동동”

전현우 2026. 3. 17.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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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갑작스러운 육아 돌봄 공백을 막겠다며 아이 돌보미를 연결해 주는 '아이돌봄 긴급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름대로 '긴급 돌봄'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취재했습니다.

■이름만 긴급 돌봄...여전히 발만 '동동'

32살 송 모 씨는 4살, 2살 자매를 키우고 있습니다. 송 씨는 자영업을 하기 때문에 오전 10시부터 밤 10시까지 일을 해야 합니다.

그러다보니 육아는 보통 프리랜서인 배우자가 맡고 있습니다. 하지만 프리랜서의 특성상 갑작스럽게 일을 해야 할 때가 잦습니다.

이럴 때 송 씨 부부는 아이를 맡아줄 사람 찾기가 어려워 공공 '아이돌보미 사이트'를 활용하려 했지만 이용할 수 없었습니다.

송 씨는 "정기 돌봄은 최소 6개월에서 8개월 기다려야 한다고 안내를 받았다"며 "실제 지금 6개월 이상 대기 중이다"고 말했습니다.


아이돌봄 긴급서비스와 관련해선 "아이가 갑자기 아파서 민간 서비스(민간 아이 돌보미 연결 서비스)로 안 구해졌다" 면서 "긴급 돌봄제(아이돌봄 긴급서비스)라는 서비스를 신청하려고 했는데 시간 입력 자체가 안 됐다. 오류가 잦아 포기했다"라고 밝혔습니다.

송 씨는 "긴급 돌봄이라는 이름만 보면 정말 긴급하게 돌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사실 매칭이 쉽지가 않다"며 답답해했습니다.

결국 송 씨는 민간 사이트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그가 이용하는 민간 사이트에서 아이 돌보미를 연결하려고 시도해 봤습니다. 하지만 민간 사이트 역시 '주말에는 일을 하지 않는다', '돌보미 연결에 실패했다' 등의 답변만 돌아왔습니다.

갑작스러운 육아 돌봄 공백이 생길 때마다 이렇게 발만 동동 구르는 게 현실입니다.

‘아이돌봄 긴급서비스’를 이용 중인 취재진


■ 일주일 동안 단 1건 연결돼..."돌봄 공백 여전해"

공공 아이돌봄 긴급서비스의 운영 실태를 확인하기 위해서 17개월 된 아이를 키우고 있는 제가 실제 이용해 봤습니다.

3월 6일부터 1주일 동안, 매일 저녁 6시부터 저녁 8시까지 '긴급 돌봄 서비스'를 신청했습니다.

가입 후 일주일 째 승인 대기 상태인 모습


하지만 승인 절차부터 쉽지 않았습니다. 이용자 등록 이후 가입 승인을 일주일 기다렸지만, 신청은 되지 않았습니다.

결국 담당 부서에 연락한 뒤에야 가입 승인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 담당자는 "2주 이상씩 걸리기도 한다"고 안내했습니다.

아이돌봄 긴급서비스 자동 취소 모습(취소 사유에 ‘연계 가능 아이 돌보미 없음’ 표시가 돼 있음)


일주일 동안 긴급 돌봄을 신청한 결과, 단 1건만 연결됐습니다.

이마저도 등록된 휴대전화 번호로 연락해 보니 잘못된 번호였습니다. 결국 아이 돌보미와 연락은 되지 않았고, 실제 연결까지는 이어지지 않았습니다.

사실상 일주일 동안 단 한 번의 돌봄 공백도 채워주지 못한 겁니다.

공공 아이돌봄 긴급서비스 신청 건수 둘 중 하나는 ‘연결 실패’ (자료 제공: 더불어민주당 이연희 의원실)


■아이돌봄 긴급서비스 2명 중 1명은 '빈 손'

지난해 공공 아이돌봄 긴급서비스 신청 건수는 약 1만 7천여 건.

평균으로 따지면 하루 신청 건수가 50건도 채 안 됩니다. 여러 불편 때문에 이용자 수 자체가 적습니다.

그런데도 신청자의 절반가량은 서비스 연결이 안 됐습니다.

이렇다 보니 아이 돌보미도 충분히 모이지 않아 야간이나 공휴일 등 취약 시간대엔 서비스 이용이 더 어렵습니다.

15개월 된 아이를 키우는 박 모 씨는 "맞벌이 가정이라서 한 번씩 야근해야 할 때 아이를 어떻게 맡겨야 할지 고민이 많이 돼서 야간 긴급 돌봄을 신청했다"면서 "기다렸는데도 취소됐다는 통보만 와서 제가 미팅을 취소하고 집에 복귀해야 하는 상황들이 발생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제가 이런 상황을 당하다 보니 아무래도 돌봄 수요자와 공급자 간의 매칭이 원활하게 좀 잘 이루어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특히 야간이나 취약 시간대 돌봄 서비스가 원활하게 이뤄져야 할 것 같다"고 지적했습니다.

공공 돌봄의 빈자리는 결국 민간 서비스가 채우고 있습니다.

그런데 교육부의 '2024년 전국 보육 실태조사'에 따르면 민간 육아 도우미 비용은 평균 142만 8천 원으로, 공공 아이 돌보미 비용인 46만 2천 원보다 3배 비쌌습니다.

공공 아이돌봄 서비스의 공백이 단순 이용 불편을 넘어 가계 부담까지 이어지는 것입니다.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김아래미 교수


■"다양한 돌봄 수요 대응해야...어른 중심 '맡김 돌봄'에서 벗어나 아동 중심 돌봄 정책 중요해"

김아래미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공공 아이돌봄 서비스를 민간 서비스가 대체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는 "통제나 공공의 관리가 안 되기 때문에 부작용이 있을 때 그것을 막아내기엔 한계가 있다"며 "민간은 비용이 더 높기 때문에 이용자들의 비용 부담이 초래될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김아래미 교수는 또 "요즘 돌봄 수요는 굉장히 다양하다"며 "정기 돌봄뿐만 아니라 일시 돌봄, 긴급 돌봄 등 다양한 수요에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지금 노동 형태가 정규직 내지는 평일 낮에만 일하는 사람들만 있는 게 아니라 플랫폼(노동), 특수고용(노동), 자영업 등 노동의 형태가 다양해지고 있는데 이런 분들을 위한 돌봄 서비스는 상당히 부족한 상태다"라고 지적했습니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에 있는 돌봄 서비스들은 낮 시간 중심으로 되어 있고 평일 중심이기 때문에 주말이나 야간 등의 긴급 돌봄이 필요한 경우에는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아이돌봄 긴급서비스를 이용하는 이유를 적는 모습


김아래미 교수는 "(가정 돌봄의 경우)아이 돌보미를 좀 더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면서 "긴급 돌봄은 지역에 있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다함께 돌봄센터, 늘봄학교, 지역아동센터를 활용하는 게 훨씬 더 효율적일 거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김 교수는 어른 중심의 '맡김 돌봄'에서 벗어나 아동의 입장을 고려한 돌봄 정책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아동 돌봄 논의에서 가장 아쉬운 점은 돌봄을 받는 사람은 아동인데 보호자 중심으로 논의가 전개된다는 점이다"고 꼬집으며 "아이들을 안전하게 돌봐야 되는 건 맞지만 이때 아동의 목소리를 듣고 아동의 관점에서 정책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당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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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현우 기자 (kbsni@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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