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담 D-2…“트럼프, 다카이치에 호르무즈 연합 참여 공식 거론할 듯”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요 동맹국 등에 이란 호르무즈해협 선박 호위 작전 동참을 촉구하는 가운데 오는 19일 미·일 정상회담에서 일본 정부에 이 문제를 공식 거론할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17일 “미국 정부가 중동 사태와 관련해 호르무즈해협을 운항하는 상선의 안전을 위해 ‘다국적 해상 연합 태스크포스’에 동참을 요청한 사실이 확인됐다”며 “(미국 정부가) 조만간 관련국들과 ‘항행의 자유’를 강조한 공동 성명 발표하겠다는 뜻을 전달하면서 일본에 대외적 지지 표명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이 매체에 따르면,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은 지난 15일 고이즈미 신지로 일본 방위상과 전화회담에서 “다국적 해상연합 참가국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원유 공급을 의존하는 국가로 한정한다”며 “관련국들이 뜻을 같이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일본 방위성은 미·일 국방장관 회담 하루 뒤 낸 자료에서 “호르무즈 해협을 포함한 중동 정세에 대해 헤그세스 장관으로부터 최신 동향과 향후 전망에 대한 설명이 있었고, 중동 정세가 주일 미군의 태세에 변화를 주는 것은 아니며 여전히 만반의 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발언했다”며 “두 장관이 앞으로도 긴밀한 의사소통을 하기로 뜻을 같이했다”고만 설명한 바 있다.
하지만 헤그세스 장관은 다국적 해상 연합 활동이 미국·이스라엘의 군사 작전과 별개 조처라는 점을 강조하며, 구체적 활동과 역할 분담 등은 앞으로 몇일∼몇주에 걸쳐 검토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고 요미우리신문은 전했다. 다만 그는 이 통화에서 “장비 파견을 약속해달라는 건 아니”라며 자위대 병력이나 함정 파견 등에 관한 구체적인 요구는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그는 오는 19일 미국 워싱턴에서 예정된 트럼프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정상회담에 일본의 다국적 해상 연합 참여 문제가 의제로 오를 가능성도 언급했다.

미국 정부는 이란과 전쟁이 예상 밖으로 장기화하자 호르무즈해협 상선 호위 등을 위해 다른 나라들에 손을 벌리고 있다. 하지만 영국이 “더 큰 전쟁에 끌려들어가지 않겠다”며 사실상 거절 뜻을 밝힌 데 이어 유럽연합(EU)과 중국도 “이것은 우리의 전쟁이 아니”라거나 “각국은 군사 행동을 중단해야 한다”며 거부 메시지를 발신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호르무즈를 통해 원유를 수입하는 주요국들을 상대로 “우리는 끔찍한 외부 위협으로부터 그들을 보호해 왔는데 열의가 없다”며 압박을 가하는 가운데 워싱턴에서 대면 정상회담을 앞둔 일본은 어려운 판단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일본 정부는 아직 트럼프 대통령의 ‘다국적 해상 연합’ 참여 요구에 대해 공식적으로 거부 뜻을 드러내지 못하는 모양새다.
이날 국회 참의원(상원) 예산위원회에 출석한 다카이치 총리는 ‘자위대 파견이 검토된다면 국회 관여가 필요할 수도 있다'는 지적에 대해 “법적으로 가능한 범위 내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정부가 적극 검토하고 있다”며 하루 전과 똑같은 발언을 거듭했다. 고이즈미 방위상도 이 자리에서 “현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외교적 노력을 통해 사태를 진정시키기 위한 노력을 다하는 것”이라고만 답했다.
실제 일본 정부가 자위대를 호르무즈해협에 파견하기 위해서는 정치적 판단뿐 아니라 까다로운 법적 절차를 넘어야 한다. 일본이 직접 군사 공격을 받지 않더라도, 존립이 위협받는다고 판단하면 집단적 자위권 행사가 가능한 ‘존립위기사태’가 있지만, 이번 상황에 적용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많다.
자위대 파견이 가능한 ‘중요 영향 사태’이나 유엔(UN)을 통한 공동 대처도 선택지가 될 수 있지만 전쟁을 일으킨 미국 쪽 요청을 수용하는 방식으로 자위대 파견은 부담이 크다는 관측이 있다. 아사히신문은 이날 “일본 정부는 이란이 사실상 봉쇄한 호르무즈 해협에 자위대 파견이 가능한지 검토에 들어갔다”며 “미·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일본 정부가 방향성을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풀이했다.
도쿄/홍석재 특파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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