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성을 초월한 우정…‘마션’ 이을 따뜻한 SF ‘프로젝트 헤일메리’

서현희 기자 2026. 3. 17.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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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프로젝트 헤일메리>의 한 장면. 그레이스 역의 배우 라이언 고슬링. 소니픽처스 제공

어두운 공간, 비닐에 싸여있던 한 남자가 눈을 뜬다. 자신이 누구인지조차 기억하지 못한 채 공간을 헤매던 그는 검고 광활한 우주를 마주한다. 함께 우주선에 올랐던 동료들은 모두 사망했고, 홀로 남은 그는 목적도 잘 기억나지 않는 항해를 시작한다.

18일 개봉하는 영화 <프로젝트 헤일메리>는 우주 한복판에서 깨어난 과학자 ‘그레이스’(라이언 고슬링)가 인류를 구할 마지막 임무를 수행하는 이야기를 담은 공상과학(SF)영화다. 관람에 별다른 과학지식은 필요치 않다. 우주의 공포에 맞선 영웅들의 이야기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여타 SF영화와 달리 우주 속에서 피어난 우정을 이야기하는 다정하고 따스한 작품이다.

영화의 초반은 그레이스가 자신이 누구인지 찾아가는 과정이 담겼다. 생물과학계의 ‘소수파’였던 그는 학계를 떠나 평범한 중학교 과학 교사로 지냈다. 어느 날 정부요원이 그를 찾아오고, 지구를 멸망케 할 수 있다는 정체불명의 미생물 ‘아스트로 파지’를 연구하자고 제안한다. 아스트로파지는 태양 에너지를 흡수하는 미생물로, 태양계에 들어와 태양을 서서히 죽이고 있다. 과학자들은 이 미생물 때문에 지구 온도가 급감하고, 10년 뒤에는 인류의 1/3이 사라질 수 있다고 말한다.

영화 <프로젝트 헤일메리>의 한 장면. 그레이스 역의 배우 라이언 고슬링. 소니픽처스 제공

그레이스는 과학자로서 인류의 멸종을 막기 위해 구성된 초국가적 조직인 ‘헤일메리 프로젝트’에 함께하게 된다. ‘아베 마리아’의 영어식 표현인 ‘헤일 메리’는 미식축구에서 수세에 몰렸을 때 오직 한 방을 노리고 돌진하는 전략을 뜻한다. 이 프로젝트에 ‘헤일메리’라는 이름이 붙은 것도 극히 적은 성공 확률에 건 도박 같은 여정어서다. 약 11광년의 거리에 있는 ‘타우세티’ 행성에서 어떻게든 해결법을 찾아와야한다는 목표를 떠올린 그레이스는 위험한 항해를 이어간다.

실패는 곧 지구의 멸망. 무거운 짐을 진 그의 여정은 목적지인 타우세티 근방에서 외계인 ‘로키’를 만나며 전환점을 맞는다. 로키도 그레이스처럼 거대한 우주선에 홀로 남아 사라질 위기에 처한 자신의 행성을 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로키는 마치 암석을 뭉쳐놓은 것 같은 생김새의 외계인으로 인간의 시선으로서 설명하기 어려운 생명체다. 흔히 SF 영화에서 사용된 곤충이나 인간을 닮은 ‘에일리언’ 형태의 생명체도 아닐뿐더러 얼굴이라고 부를 만한 부위가 없다.

그럼에도 끝을 알 수 없는 우주에서 지독한 외로움을 느끼던 둘은 서서히 가까워진다. 그레이스가 로키의 음파를 녹음해 간이 번역기를 만들고, 고향을 살리자는 공통의 목표를 공유한 이들은 헤일메리호에서 기묘한 동거생활을 이어간다.

영화 <프로젝트 헤일메리>의 한 장면. 그레이스 역의 배우 라이언 고슬링. 소니픽처스 제공

영화의 백미는 종과 행성을 초월한 두 생명체의 우정에 있다. 각자에게 필요한 공기가 서로에게 치명적이라는 설정은 두 생명의 우정은 한층 깊게 다가오게 한다. 미국식 언어유희를 좋아한다면 두 생명이 나누는 대화에 재미와 감동을 느낄 수 있다.

IMAX 화면을 가득 채우는 우주의 모습과 중력과 무중력을 오가는 연출도 눈에 띈다. 로키가 등장하기 이전까지 약간의 지루함이 따라붙어 아쉬움이 남지만, 두 생명체의 우정과 구원의 이야기에 2시간 30여분간 앉아있을 가치는 충분하다.

이 영화는 <마션>의 원작자이기도 한 앤디 위어 작가의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를 제작한 필 로드와 크리스토퍼 밀러가 메가폰을 잡았고, 영화 <마션>의 각본가 드루 고다드가 각색했다. 약 2억 달러(한화 약 2600억 이상)에 투입된 초대형 SF 영화로, 제작 전부터 관심을 끌었다.

서현희 기자 h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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