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해협봉쇄… 이란에는 꽃놀이패
2월 일일 평균 원유 물동량은 오히려 증가…공습 대비한듯
미국, 아직까진 이란 석유 인프라 타격 안 해
인도, 나포했던 이란 유조선 풀어주는 대가로 해협 통항 허가 받아

미국, 이스라엘과 전쟁 중인 이란이 전 세계 원유 물동량 20%가 지나는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면서 이웃 산유국의 수출에는 차질이 생겼으나 정작 이란의 석유 수출량은 작년과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CNN은 “호르무즈해협이 사실상 봉쇄되면서 페르시아만 국가 대부분이 원유와 천연가스 수출에 막대한 지장을 받고 있다”며 “하지만 이란은 전쟁 전과 비슷한 물량의 석유를 해협을 통과해 운송하고 있으며, 경제와 전쟁 수행에 필요한 현금을 계속 벌어들이고 있다”고 16일 보도했다.
원자재 거래 데이터 분석 업체 ‘케이플러’는 지난달 28일 전쟁 발발 이후 이란이 원유 1200만 배럴을 수출했다고 추산했다. 해운 정보 업체 ‘탱커트래커즈’는 지난주 중반 기준으로 전쟁 시작 이래 이란의 원유 수출량을 1370만 배럴로 추정했다.
이런 추정치대로라면 이란은 하루에 100만 배럴의 원유를 수출하고 있는 셈인데, 이는 작년 일일 평균치인 169만 배럴과 큰 차이가 없다는 분석이다.
CNN은 “만약 미국이 이란을 공격하기 전에 주요 석유 생산국인 이란이 자국 석유 수출이 막힐까 봐 호르무즈 해협을 폐쇄하는 것을 꺼릴 것이라고 가정했다면, 미국은 잘못 계산한 것”이라고 했다.
미국은 현재까지 이란의 석유 인프라를 타격하거나 유조선을 막는 시도는 하지 않고 있다. 앞서 테헤란 인근 석유 저장고를 공습한 것은 이스라엘이었다. 미군은 지난 14일 이란의 핵심 원유 수출 기지인 하르그 섬을 공격하면서도 군사 목표물만 집중 타격하고 석유 인프라는 건드리지 않았다. 공습 이후 하르그 섬의 석유 인프라는 가동 중이었고, 위성 사진 판독 결과 저장 탱크 55개 모두 이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란 유조선 2척이 원유 270만 배럴을 선적 중인 정황도 포착됐다.
실제 정보업체가 파악한 것보다 더 많은 이란 유조선이 하르그 섬에서 석유를 싣고 출발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최근 이란을 포함해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선박들이 위치 발신 장치를 끄거나 가짜 위치 정보를 발신하기 때문에 포착되지 않은 선박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이미 이란산 석유를 싣고 출항했던 유조선에 실린 물량은 1억7000만 배럴에 이른다는 추정도 있다.

오히려 이란의 올해 2월 원유 수출은 늘었다. 하르그 항에서 수출된 2월 일일 평균 원유 물동량은 204만 배럴로, 이는 전년 대비 25% 증가한 수치다. 이스라엘과 미국의 공습을 예상한 이란이 원유 수출에 박차를 가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란의 천연가스 수출도 늘었다. 이란 반(半)관영 파르스통신에 따르면, 지난주 이라크가 이란에서 수입한 천연가스 양이 하루 평균 1800만 세제곱미터 수준으로 3배 늘었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석유 물량의 80% 이상이 중국·인도·일본·한국 등 아시아로 향하는데, 이란이 이런 상황을 협상 카드로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부 장관은 지난 15일 “호르무즈해협은 열려 있으며, 우리를 공격하는 적국과 그 동맹국의 유조선과 선박에만 통행이 제한된다. 그 외 선박은 자유롭게 통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이란은 호르무즈해협에서 중국 선박에 이어 인도 일부 선박의 통항을 허용하는 등 예외적 조치를 보여왔다. 특히 이란이 인도 국적의 액화석유가스(LPG) 운반선 2대의 통과를 허가해줘 눈길을 끌었는데, 이 배경에는 인도가 지난달에 나포했던 이란 유조선 3척을 풀어주는 대가가 있었다고 한다.
이란은 또 석유 대금이 미국 달러화가 아니라 중국 위안화로 거래되는 경우라면 제한된 수의 유조선을 통과시켜 주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국제 석유 거래는 대부분 달러로 이뤄지며 러시아 원유처럼 미국의 제재 대상인 경우만 러시아 루블화나 중국 위안화로 거래가 이뤄진다.
다만 호르무즈해협 봉쇄가 장기화되면 다른 페르시아만 국가들뿐만 아니라 이란 역시 불리하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사우디아라비아는 홍해의 얀부항, 아랍에미리트(UAE)는 오만만의 푸자이라항 등 대체 항구가 있고 육로로도 일부 물량을 운송할 수 있다. 그러나 이란은 하르그섬과 호르무즈 해협을 통하지 않으면 석유 수출길이 마땅치 않다.
만약 미국이 마음 먹고 이란의 석유 수출길을 막으려고 나선다면 이란이 다른 페르시아만 국가들보다 더 불리한 상황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마이크 왈츠 주유엔 미국 대사가 지난 15일 트럼프 대통령이 하르그섬의 석유 인프라를 공습하는 방안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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