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포커스]수수료 묶이고 배당 늘고…카드사, 성장 동력 약화 우려

홍지인 기자 2026. 3. 17.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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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카드사들이 가맹점 수수료율 동결과 조달비용 상승, 대출 규제 강화 등으로 수익성 압박이 커지는 가운데서도 지난해 실적을 반영한 배당을 유지하거나 일부 확대하면서 업계의 부담이 더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신용카드 이미지./사진=클립아트코리아
국내 카드사들이 가맹점 수수료율 동결과 조달비용 상승, 대출 규제 강화 등으로 수익성 압박이 커지는 가운데서도 지난해 배당을 유지하거나 일부 확대하면서 업계의 부담이 더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본업 수익성이 약화한 상황에서 주주환원 기조까지 이어지면 자본 여력이 위축되고 중금리대출 등 서민금융 공급 여력도 함께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다.

17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신한·삼성·KB국민·현대·하나·우리·롯데카드 등 7개 전업 카드사의 2025년 연간 누적 당기순이익은 2조2522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2조4598억원 대비 8.4% 감소한 수준이다.

카드업계 전체 순이익은 2021년 2조6361억원을 정점으로 2022년 2조5711억원, 2023년 2조4972억원, 2024년 2조4598억원, 2025년 2조2522억원으로 4년 연속 감소 흐름을 이어갔다.

실적이 꺾였지만 배당 기조는 쉽게 꺾이지 않았다. 7개 카드사의 지난해 결산 기준 현금배당 총액은 9318억원 수준으로 2024년 8674억원 보다 약 7.4% 증가했다. 지난해 배당 총액이 늘어난 데에는 전년도에 배당을 하지 않았던 KB국민카드가 배당을 재개한 영향이 컸다.

회사별로 보면 실적과 배당 흐름이 반드시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 것은 아니었다. 일부 카드사는 순이익 감소에도 배당을 유지하거나 확대했고, 또 다른 카드사는 배당액을 줄이면서도 배당성향은 높아지는 모습이 나타났다. 실적 감소 속에서도 일정 수준의 주주환원 기조가 유지됐다.



[gap] 실적 줄었는데 배당은 유지…엇갈린 흐름


가장 눈에 띄는 곳은 KB국민카드다. KB국민카드는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3302억원으로 전년 대비 18.0% 감소했지만 약 2000억원 규모의 현금배당을 재개했다. 배당성향은 60.6%로 주요 카드사 가운데 가장 높았다. 삼성카드도 순이익이 6646억원에서 6459억원으로 2.8% 줄었지만 배당 규모는 2988억원으로 유지했다. 배당성향은 46.3%로 전년보다 높아졌다.

하나카드 역시 순이익이 2217억원에서 2177억원으로 1.8% 감소했지만 배당은 확대됐다. 하나카드는 지난해 8월 300억원의 중간배당에 이어 결산배당 350억원을 결정해 연간 기준 총 650억원을 배당했다. 전년 연간 배당 600억원보다 8.3% 늘어난 수준이다. 우리카드도 배당액이 294억원에서 299억원으로 소폭 증가했고 배당성향은 19.9%로 전년과 유사한 수준을 유지했다.

신한카드는 실적 감소 폭이 컸음에도 높은 배당성향을 이어갔다. 신한카드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4767억원으로 전년 대비 16.7% 감소했다. 배당액은 2385억원으로 줄었지만 배당성향은 약 50% 수준을 유지했다. 롯데카드는 순이익이 814억원으로 39.9% 급감하면서 배당액도 236억원으로 줄였지만 배당성향은 28.9%로 전년보다 높아졌다.

반면 현대카드는 결이 달랐다. 현대카드는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3503억원으로 전년 대비 10.7% 증가했음에도 배당액을 1544억원에서 1061억원으로 축소했다. 배당성향도 48.8%에서 30.3%로 낮아졌다. 자산 성장세를 감안해 재무건전성 관리에 무게를 둔 것으로 풀이된다.



[why] 지배구조가 좌우하는 배당…지주·상장·PE 구조 영향


이처럼 카드사별 대응은 엇갈렸지만 업계 전반적으로는 수익성 둔화 국면에서도 일정 수준의 배당 기조가 유지됐다는 점이 공통적으로 거론된다. 그 배경에는 지배구조 영향도 작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카드는 상장사로서 주주환원 정책과 기업 밸류업 기조의 영향을 받는다. 신한·KB국민·하나·우리카드 등 금융지주 계열 카드사는 지주사 자본 관리와 배당 재원 확보 구조와 맞물려 있다. 롯데카드는 사모펀드 투자 구조의 특성상 배당 정책이 투자금 회수 전략과 연결된다는 해석도 나온다.


[pressure] 금리·규제·수수료…수익성 압박 커진다


문제는 카드사들이 배당 환경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는 점이다. 카드업계는 은행과 달리 예금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수 없어 자금의 상당 부분을 여전채 발행에 의존한다. 전체 조달 자금의 약 60~70%가 여전채에서 나온다. 그런데 최근 중동 리스크 확대와 시장금리 상승 여파로 조달 부담이 다시 커지고 있다.

실제 3년 만기 AA+ 카드채 발행금리는 지난 9일 기준 3.925%까지 올라 2024년 2월 이후 약 2년 만에 다시 3.9%를 넘어섰다. 연초 3.3~3.4%대 수준과 비교하면 조달 비용 부담이 한층 무거워진 셈이다. 카드사들은 해외 ABS 발행이나 김치본드 등으로 조달 채널 다변화에 나서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시장금리 상승이 이어질 경우 이자 비용 확대를 피하기 어렵다.

본업 여건도 녹록지 않다. 카드업계는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 누적 영향으로 신용판매 부문 수익성이 크게 약화된 상태다. 업계에서는 이미 본업에서 사실상 역마진 구조가 고착화됐다는 인식이 적지 않다. 카드론과 현금서비스 등 대출성 수익으로 이를 방어해 왔지만 이 역시 정부의 가계대출 관리 강화와 카드론 규제, 우량 차주 중심 재편 등의 영향으로 예전만큼 공격적으로 확대하기 어려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여기에 정부의 포용금융 기조에 따라 카드사들은 중금리대출 공급 확대도 부담이다. 지난해 전업 카드사의 중금리대출 취급액은 총 2조2857억8000만원으로 집계됐다. 다만 중금리대출은 카드론보다 금리가 낮고 대손 부담은 상대적으로 큰 상품으로 꼽힌다. 취급 규모는 늘었지만 카드사 입장에서 수익성과 건전성을 동시에 맞추기 쉽지 않은 구조라는 지적이 꾸준히 나온다. 실제 분기별 취급 증가 폭도 지난해 들어 점차 둔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risk] 배당 유지의 대가…투자·서민금융 위축 우려


이 때문에 업계 안팎에서는 실적이 줄고 조달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배당까지 유지하거나 확대할 경우 향후 투자 재원과 손실흡수능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신사업 투자와 디지털 경쟁력 강화, 건전성 방어를 위한 자본 축적보다 단기적인 배당 재원 확보가 우선될 경우 카드사의 기초 체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자본 여력이 위축된 카드사들이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대출 문턱을 높일 경우 중·저신용자와 영세 자영업자들이 이용하는 중금리대출 공급 여력도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카드사가 수익성 악화와 건전성 부담을 동시에 떠안는 구조가 고착화될수록 서민금융의 한 축으로서 역할 역시 위축될 수 있다는 의미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사 배당은 단순히 실적만으로 결정되기보다 지배구조와 주주 정책 영향을 함께 받는 구조"라며 "상장사는 주주환원 정책, 금융지주 계열은 지주사 자본 관리, 사모펀드 구조는 투자 회수 전략 등이 배당 정책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수수료 인하 누적 효과로 본업 경쟁력이 약해진 데다 조달금리 상승, 대출 규제, 포용금융 부담까지 겹치고 있다"며 "이런 상황이 길어질수록 카드사들이 성장 투자보다 비용 통제와 리스크 관리에 더 집중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지인 기자 helena@sida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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