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선수도 인간…메달보다 중요한 가치 있어”
선수 시절 폭식증 극복한 경험 공유
스포츠 트라우마, 시스템적 해법 필요
선수 정신건강 보장 체계 확대해야

엘리트 스포츠의 글로벌 패러다임이 선수 개개인의 인내, 희생을 바탕으로 한 성과를 지향하던 데서 선수의 웰빙과 성과를 동시에 거머쥐는 방향으로 전환하고 있다. 이 같은 국제적 흐름을 확산하는 데 앞장서고 있는 킴 부이 국제올림픽연맹(IOC) 선수위원과 로즈마리 퍼셀 호주 멜버른대학교 교수는 지난달 26일 헤럴드경제와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킴 부이 위원은 2012년 런던·2016년 리우데자네이루·2020년 도쿄 올림픽에 3회 연속 출전한 베테랑 체조 선수 출신이다. 2024년 파리 올림픽에서 IOC 선수위원으로 선출,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글로벌 스포츠 거버넌스 구축을 위해 활동 중이다.
퍼셀 교수는 호주 조기 정신건강 개입 국가 센터(Orygen)의 연구 책임자로서, 스포츠 정신건강 분야 최고 권위자로서 국제적 지명도를 인정받아 IOC 전문가 자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킴 부이 위원은 ‘스포츠 트라우마’의 발생 요인이 선수 개인 차원에 국한된 게 아니라 시스템적 문제로 확대해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선수 개개인의 스포츠 트라우마 발생 요인은 실패에 대한 두려움, 부상 후 후유증, 평가에 대한 부담 등 개인적 요인만이 보이기 십상”이라며 “좀 더 시선을 넓혀 본다면 순위·기록 압박, 신체·심리적 학대 요소 동반 훈련 환경, 코치·선수 간 수직적 위계질서 등 시스템의 문제가 선수들이 스포츠 트라우마를 겪을 수밖에 없는 시스템적 책임 요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퍼셀 교수도 “‘강인함을 미덕으로 여기는 엘리트 스포츠 문화를 바탕으로 선수 개개인의 회복탄력성 부족에만 집중해 스포츠 트라우마를 유발하는 실제 요인을 살펴보지 않는다면 유의미한 변화는 사실상 불가능”이라며 “선수들의 스포츠 중도 포기와 정신 건강 악화란 악순환은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킴 부이 위원은 자신 역시 세계적 선수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겪은 스포츠 트라우마의 후유증으로 ‘폭식증’을 겪었다고 털어놓았다. 성과 우선주의로 흐를 수밖에 없는 환경 속에서 자신과 유사한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동료 선수를 수없이 봐 왔다는 게 킴 부이 위원의 설명이다.
최근 국내에서도 스포츠 트라우마를 공식적인 정책 의제로 설정, 법과 제도를 개선하는 등 구조적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지난달 26일 서울 중구 정동1928아트센터에선 ‘스포츠 트라우마와 선수 웰빙’ 국제 심포지엄이 개최됐다. 이 행사에서 킴 부이 위원은 기조연설자로, 퍼셀 교수는 주요 발표자로 연단에 섰다. 함께 주제 발표를 했던 김혜선 강원대 교수는 ‘한국형 스포츠 트라우마의 개념과 척도’를 발표해 관심을 끌기도 했다.
킴 부이 위원은 “위대한 선수의 가치는 메달이나 순위로만 정의되지 않는다는 점을 한국 선수들도 항상 가슴에 새겨둬야 한다”면서 “항상 정신 건강의 중요성에 대해 되새기며, 필요할 때 도움을 요청하는 것을 두려워해선 안 된다”고 했다.
퍼셀 교수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승리는 트라우마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 소속감과 환경과 연결성에 오는 행복이 가져다준 승리를 좇아야 한다”면서 ‘잘 이기는 것(Win-well)’의 가치를 강조했다.
킴 부이 위원과 퍼셀 교수가 입을 모아 강조한 점은 ‘선수’로서가 아닌 ‘인간’ 자체로 가치를 찾는 일을 은퇴 전부터 꾸준히 할 수 있는 환경과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는 것이다. IOC 선수위원으로서 선수들의 목소리를 대변해 스포츠 정책 수립의 최전선에 나서기로 한 점도 ‘선수 이후의 삶’을 고민한 끝에 나온 도전이자 결과물이란 게 킴 부이 위원의 설명이다.
킴 부이 위원은 “자서전의 제목을 ‘45초’로 지었다. 체조 선수로서 삶을 정리하는 마지막 이단평행봉 경기 시간”이라며 “관객들에겐 아주 짧은 경기의 순간이었지만, 선수들에겐 이후 더 긴 인생의 여정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상기시키고 싶었다”고 했다.
퍼셀 교수는 “예기치 않게, 자의와 상관없이 은퇴란 현실을 마주한 선수일수록 심리적 충격은 더 클 수밖에 없다”면서 “선수 생애 전반에 걸쳐 진로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스포츠에서 얻은 역량을 다른 분야로 전환하는 방법을 지원해 주는 프로그램이 더 확충돼야 한다”고 말했다. 신동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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