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색채' 지우는 애경의 복잡한 속내

이재아 기자 2026. 3. 17.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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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핵심 정리 속도...'유통→항공·소재' 사업축 이동
6000억대 자산 유동화...사업 포트폴리오 재정비
재무구조 단순화 후 '3세 승계' 포석 관측도 제기
애경그룹의 연이은 자산 매각이 단순한 유동성 확보 차원을 넘어 그룹의 사업 정체성을 바꾸는 구조적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 [출처=연합]

애경그룹의 연이은 자산 매각이 단순한 유동성 확보를 넘어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으로 이어지고 있다. 본래 생활용품과 화학 사업을 기반으로 성장해온 애경은 최근 몇 년 사이 항공과 소재 부문의 비중을 확대하는 동시에, 레저·유통 등 비핵심 자산을 단계적으로 정리하며 선택과 집중을 통한 사업 리밸런싱(재조정)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소비재에서 항공·소재로...체질전환 속 유동성 정비

애경의 체질 변화는 최근 몇 년 사이 진행된 자산 정리 과정에서 분명하게 드러난다. 애경은 지난해 골프장 중부컨트리클럽(CC)을 약 1700억원에 매각했고, 그룹의 모태 사업이던 애경산업 지분 정리를 통해 약 4700억원을 확보했다.

최근에는 여기에 레저시설 테르메덴도 매각 대상에 올렸으며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매각가를 700억원 이상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들 거래를 단순 합산하면 7000억원이 넘는 자산 유동화가 진행되는 셈이다.

이 같은 전통 소비재와 레저 자산 정리는 그룹 산업 축 이동과 맞물린다. 우선 핵심 계열사인 제주항공은 기단 현대화와 항공기 도입 확대를 추진하며 연료 효율이 높은 차세대 항공기 도입과 노선 확장을 통해 비용 구조 개선과 중장기 경쟁력 확보를 노리고 있다.

또 화학 계열사 애경케미칼 역시 범용 석유화학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2차 전지 소재와 아라미드 섬유 등 고부가가치 소재 사업 비중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사업 전환을 진행 중이다.

결과적으로 그룹 사업 구조 내에서 생활용품과 골프장과 레저시설 등 한때 그룹 성장 과정에서 함께 확장해온 곁다리 B2C(기업과 소비자간 거래)사업의 색채는 급속도로 약해지고, 항공·첨단 소재 중심 B2B(기업간 거래) 산업 구조로 무게 중심이 좀 더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지주사 AK홀딩스는 제주항공 지원 과정에서 계열사 주식을 담보로 총 3180억원 규모의 주식담보대출을 일으킨 상태다. [출처=애경그룹]

다만 이러한 자산 매각의 직접적 배경에는 그룹의 재무 부담도 자리하고 있다. 지주사 AK홀딩스는 제주항공 지원 과정에서 계열사 주식을 담보로 총 3180억원 규모의 주식담보대출을 일으킨 상태인데, 금리 상승 이후 이자 부담이 커지면서 차입 구조 자체가 주요 리스크로 지적돼 왔다. 실제로 지난해 3분기 기준 AK홀딩스 연결 부채는 약 4조5000억원, 부채비율은 390%까지 상승했고 단기 차입금 비중도 높은 수준이다.

핵심 계열사 지원 구조 역시 재무 부담을 키운 요인이다. 지주사는 코로나19 이후 실적 회복이 더딘 제주항공에 수년간 자본을 투입했고 유통 계열사 AK플라자에도 자금을 지원해 왔다. 동시에 제주항공의 차세대 항공기 도입과 노선 확장, 애경케미칼의 2차 전지 소재·아라미드 섬유 투자 등은 성장성이 높지만 초기 투자 규모가 큰 사업이어서 그룹 차원의 자금 여력 확보가 중요하다.

◆지배구조 단순화·승계 환경 정비 해석도

시장에서는 이번 자산 정리 움직임을 단순한 재무 대응을 넘어 중장기 지배구조 정비 과정과 연결해 보는 시각도 있다.

현재 그룹 경영을 총괄하는 채형석 체제에서 향후 3세 경영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복잡한 사업 구조와 높은 부채는 부담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장남인 채정균씨(2.33%)가 지주사 지분을 확대해가야 하는 상황에서 그룹 구조를 단순화하는 작업은 자연스러운 수순이라는 분석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비핵심 자산을 정리하고 현금 흐름을 단순화하는 과정은 대기업 승계 과정에서 흔히 나타나는 단계"라며 "더군다나 애경은 그룹 상단부터 '오너 일가→애경자산관리→AK홀딩스→계열사'로 이어지는 복잡한 옥상옥 구조다. 일단 하단 사업 축을 명확히 하면서 지배구조를 정리하려는 의도가 동시에 작동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리밸런싱의 성패는 결국 핵심 사업의 경쟁력에 달려 있다는 평가다. 항공과 첨단소재 사업이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자산 매각 이후에도 재무 부담이 반복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핵심 사업이 성장 궤도에 올라선다면 애경의 이번 구조조정은 그룹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전환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 위 기사는 '현행 체제가 이어지고 있어 3세 승계와 관련한 언급 자체가 섣부르다'는 지적이 있어 제목에서 3세 승계 부분은 삭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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