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란산 석유 지나가라”…호르무즈 숨통에 유가 5% ‘뚝’

도현정 2026. 3. 17.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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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선트 재무 “이란 유조선 통항 허용”
中·印 선박도 통과…공급난 우려 해소
브렌트유 2.8%·WTI 5.2% 급락 진정
이란, 아부다비내륙 ‘샤 유전’ 드론 공격
대체 항로 타격…전쟁자금 마련 전략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충돌이 이어지는 가운데, 인도 액화석유가스(LPG) 운반선 ‘시발릭(Shivalik)’이 호르무즈 해협을 거쳐 16일(현지시간) 인도 구자라트주 문드라항에 도착하고 있다. [로이터]

일부 선박들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국제유가가 16일(현지시간) 하락세로 돌아섰다. 이란은 걸프 국가들의 주요 유전, 항만 시설을 집중적으로 공격하는 한편, 자국 원유 수출은 지속하고 있다. 이란 원유를 제재했던 미국도 급등하는 유가 부담에 이란 유조선의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용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도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뚫기 위한 동맹국 집결을 거듭 압박했다.

16일(현지시간) 5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종가는 배럴당 100.21달러로, 전 거래일보다 2.84% 떨어진 가격에 거래됐다. 앞서 직전 거래일인 지난 13일 브렌트유는 전장보다 2.7% 상승한 배럴당 103.14달러에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 2022년 7월 말 이후 3년7개월여 만에 가장 높은 가격이었다.

지난주 100달러를 뚫었던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이날 5%대 급락했다. 4월 인도분 WTI 선물 종가는 배럴당 93.50달러로, 전 거래일보다 5.28% 하락했다.

에너지 자문사 리터부시 앤드 어소시에이츠는 보고서에서 “일부 유조선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고 있다는 보도와 트럼프 대통령의 유조선 호위 지원 요청으로 석유 가격이 하락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석유시장의 공급 우려를 덜기 위해 이란산 원유를 실은 이란, 중국, 인도, 파키스탄 유조선의 호르무즈 해협 통과하는 것을 용인했다.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은 이날 미 CNBC 방송 인터뷰에서 “이란 배들이 이미 해협을 빠져나갔고, 우리는 석유 공급이 지속되게 하기 위해 이를 용인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실제 이란은 “단 1리터의 석유도 빠져나가지 않게 하겠다”며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는 와중에도 자국 원유 수출은 지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CNN이 이날 유조선 추적 데이터와 위성사진을 분석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이란은 미국·이스라엘과의 전쟁 발발 이후에도 하루 약 100만배럴 안팎의 원유를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수출했다. 무역 데이터업체 케이플러(Kpler)는 분쟁 이후 이란이 약 1200만배럴 이상의 원유를 수출했다고 분석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별도 위성·선박 추적 분석을 바탕으로 최근 수 주 동안 약 2400만배럴의 이란산 원유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했다며 “이란은 하루 1억4000만달러(약 2090억원) 이상을 벌어들이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이란은 자국 원유 수출은 지속하면서 걸프 지역 다른 산유국들의 에너지 생산·수출 시설은 연일 공격하고 있다.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당국은 이날 남부 내륙에 있는 ‘샤(Shah)’ 유전에서 드론 공격으로 인한 화재가 발생해 대응 중이라고 공식 확인했다. 샤 유전은 아부다비 시내에서 남쪽으로 약 230km 떨어진 내륙에 있는 곳으로, 하루 약 7만배럴의 원유 생산 능력을 갖춘 주요 에너지 생산 기지 중 하나다.

이날 오전에는 UAE의 푸자이라 항구가 이틀 만에 다시 드론 공격을 받기도 했다. 푸자이라 항구는 호르무즈를 우회하는 UAE의 석유 수출 거점이다.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인한 국제 석유시장 타격 효과를 극대화 하기 위해 지난 14일 샤헤드 드론 공격을 가했고, 푸자이라 항구의 석유 저장고·터미널이 피격되면서 석유 선적 작업이 중단됐다.

이란은 지난 4일 오만의 살랄라항과 두쿰항도 드론 공격 대상으로 삼았다. 이 두 곳 모두 호르무즈 봉쇄에 대안이 될 만한 대체 항로로 알려진 곳들이다. 대체 항로를 막아 종전을 압박하고, 한편으로는 전쟁 자금을 마련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한국과 일본 등을 콕 집어 ‘호르무즈 호위’를 위한 파병을 거듭 촉구하면서 국제유가 상승세에 대해 “이것(이란과의 전쟁)이 끝나면 유가는 매우, 매우 빠르게 내려갈 것이다. 인플레이션도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희망 섞인 시나리오와는 달리, 컨설팅업체 유라시아그룹은 보고서에서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인해 배럴당 100달러는 위험 시나리오가 아닌 기본 시나리오가 됐다”며 “4월에 공급이 개선되더라도 재고 회복에 시간이 걸리는 만큼 유가는 장기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파티 비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사무총장은 이날 중동 전쟁이 계속돼 에너지 위기가 이어질 경우 추가로 전략비축유를 방출할 수 있다고도 말했다. IEA는 지난 11일 회원국 32개국이 사상 최대 규모인 14억배럴의 비축유를 방출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인도, 태국, 베트남 등 회원국이 아닌 국가들도 최근의 에너지 위기를 고려해 비축유 방출에 동참하기로 했다.

그러나 비롤 사무총장은 “비축유 방출이 당분간 완충 역할을 할 수는 있지만 영구적 해결책은 아니다”라며 “석유와 가스의 안정적 공급 흐름을 회복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건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수송의 재개”라고 강조했다.

도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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