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 좋은 곳에 자판기, 망할 줄 몰랐다”...이젠 큰 돈 만지기 어렵다는 일본

김혜순 기자(hskim@mk.co.kr) 2026. 3. 17.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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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을 상징해온 음료 자판기 시장이 물가 상승과 인력난 여파로 빠르게 위축되고 있다.

1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즈는 일본자판기제조협회를 인용해 일본의 음료 자판기 보유 대수가 220만대로 집계됐다고 보도했다.

일본 3위 자판기 업체 다이도는 지난해 사상 최대 손실을 기록했으며 전체 27만대 가운데 약 7.5%를 철수하겠다고 최근 밝혔다.

일본 소비자들은 그동안 자판기 음료의 높은 가격에도 편의성을 이유로 꾸준히 이용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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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블경제 정점 대비 23% 사라져
편의점에 손님 뺏기고 인력난 가중
자판기사업자, 실적급감에 설비 축소
일본 자판기 사진. 출처 = 언스플래쉬
일본을 상징해온 음료 자판기 시장이 물가 상승과 인력난 여파로 빠르게 위축되고 있다. 한때 편의성과 기술력을 보여주는 일본의 대표적 인프라로 평가받았지만 최근 수익성 악화가 본격화되면서 주요 업체들이 설비 축소와 구조조정에 나서는 분위기다.

1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즈는 일본자판기제조협회를 인용해 일본의 음료 자판기 보유 대수가 220만대로 집계됐다고 보도했다. 이는 버블경제 정점이던 1985년과 비교해 23% 감소한 수치다.

업계 수익성 악화는 주요 자판기 사업자들의 실적에서도 확인된다. 일본 3위 자판기 업체 다이도는 지난해 사상 최대 손실을 기록했으며 전체 27만대 가운데 약 7.5%를 철수하겠다고 최근 밝혔다.

다카마쓰 도미야 다이도 사장은 “사업 환경이 예상보다 더 빠르게 악화하고 있다”며 “우선 과제는 손실 확대를 막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최대 녹차 제조업체 이토엔도 길거리 자판기 재편에 나섰다. 이토엔은 영업환경 악화를 이유로 136억엔(약 1274억원)의 손상차손을 반영했다.

자판기 산업의 수익성이 흔들리는 배경에는 소비 패턴 변화가 자리하고 있다. 일본 소비자들은 그동안 자판기 음료의 높은 가격에도 편의성을 이유로 꾸준히 이용해 왔다. 그러나 최근 3년간 이어진 인플레이션으로 소비자들의 가격 민감도가 높아지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동일한 차·커피 제품이 편의점에서 자판기보다 최대 20% 저렴하게 판매되는 경우가 늘었고 편의점들은 즉석 원두커피 판매까지 확대하고 있다. 드러그스토어와 슈퍼마켓도 저가 자체브랜드(PB) 음료를 앞세워 소비 수요를 흡수하는 추세다.

도쿄 소재 음료 전문 조사기관 인료소켄에 따르면 지난 2024년 자판기를 통한 음료 판매량은 4200만 박스로 집계됐다. 이는 1997년 정점이던 7200만 박스와 비교해 크게 줄어든 수준이다.

인력난도 자판기 사업 부담 요인으로 지목된다. 자판기는 무인 판매기기지만 상품 보충과 정비, 수거, 물류 운송 등 운영 전반에는 여전히 인력이 필요하다. 특히 일본은 만성적인 트럭 운전기사 부족을 겪고 있어 자판기 운영 비용 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다. 노무라종합연구소에 따르면 일본 트럭 운전사는 2000년 82만 명에서 2020년 66만 명으로 감소했다. 일본트럭협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4년 운전기사 임금은 전년 대비 7.1%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자판기 산업이 일본식 자동화의 한계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한다. 겉으로는 자동화된 설비처럼 보이지만 실제 운영은 여전히 사람 손에 크게 의존하고 있어서다. 아키히토 나카이 독립 유통 분석가는 “자판기는 판매 단계만 자동화돼 있을 뿐 운영 과정 전반은 인력 의존도가 높다”고 지적했다.

자판기 업체들은 자판기 1대당 수익성 개선에 초점을 맞추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하고 있다. 일본 2위 자판기 운영업체 산토리는 인력 확보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 “무선통신 기반 재고 원격관리 시스템 도입으로 현장 업무 부담을 줄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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