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디 두아' 사라 킴의 주얼리…짝퉁의 눈부신 발악 [민은미의 파인주얼리]

민은미 2026. 3. 17.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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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 킴이 세운 럭셔리 제국 ‘부두아’
클라이맥스 장식한 사라 킴 파티장 목걸이
드라마선 찬란하지만 실제론 1만7000원짜리
클래식과 모던, 진짜와 가짜 섞는 부두아식 연금술
드라마 레이디두아 속 한 장면. 사진=넷플릭스 캡처

이름은 곧 명품의 역사다. 샤넬·디올·까르띠에처럼 브랜드명은 대개 창립자의 이름을 따른다. 이름은 혈통이면서 시간과 신뢰의 총합이기도 하다. 넷플릭스 인기 시리즈 <레이디 두아>에서 ‘부두아’라는 이름을 처음 들었을 때, ‘부쉐론’과 ‘디올’를 섞은 작명으로 생각했다. 어딘가 익숙하면서도 고급스러움을 의도적으로 설계한 것처럼 들렸기 때문이다. 그러다 곧 다른 기억이 떠올랐다. 로코코 회화 속 부두아는 금빛 장식으로 채워진 공간으로 흡사 오늘날 럭셔리 부티크가 연출하는 인테리어와 닮았었다.

부두아(Boudoir)는 실제로 존재하는 프랑스어다. 여인이 몸을 단장하고 친밀한 손님을 맞이하던 사적인 공간을 뜻하지만, 역사 속 부두아는 결코 정적이지 않았다. 루이 15세의 정부였던 마담 퐁파두르에게 그곳은 낮은 신분을 지우고 아우라를 연출하던 무대이자, 은밀한 권력의 산실이었다. 부두아는 애초부터 기묘한 이중성을 지닌 공간이었다. 제작진이 마담 퐁파두르의 부두아를 염두에 둔 것인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정체가 모호한 사라 킴(신혜선)이 자신의 가짜 제국에 그 이름을 붙인 것과 맞아떨어진다. 

드라마 레이디두아. 사진=넷플릭스 캡처


사라 킴은 타인의 시선에는 ‘난 년’이라 불리는 프로급 사기꾼이다. 후하게 보면 스스로가 말하듯, 끝내 명품 제국 부두아를 건설한 입지전적인 사업가다. 극 중 사라 킴의 주얼리는 목선을 장식하는 과시를 넘어 타인의 눈을 멀게 해 진실을 가리는 연막이었다. 주얼리조차 진짜와 가짜의 경계를 교묘히 넘나드는 사라 킴의 연금술은 견고한 계급의 벽을 허무는 우아한 둔기였다. 사라 킴을 주얼리의 관점에서 다시 본다.

 ‘인도르’의 유령이 깃든 큐빅 목걸이

1화와 8화의 클라이맥스 부두아 신제품 론칭 파티에서 사라 킴의 목걸이가 두드러진다. 목걸이는 역사적으로 왕들의 전유물이었다. 가슴 중앙을 장악하는 막강한 존재감이 곧 권위를 나타내는 장치였다. 목걸이 끝에 매달린 두 개의 거대한 물방울 모양 보석은 전설적인 ‘인도르 다이아몬드’(Indore Pears)를 떠올리게 했다. 인도르 페어는 46.95캐럿과 46.70캐럿인 한 쌍의 페어 셰이프 스톤으로 식민과 권력의 역사를 품은 채 대륙을 떠돌던 ‘방랑하는 다이아몬드’였다. 17세기 인도에서 발견돼 인도와 미국, 유럽 귀족 사회를 거쳐 1913년에는 쇼메에 의해 목걸이로 재탄생했다.

정처없이 여러 신분을 오가는 사라 킴의 운명을 닮은 이 목걸이가 드라마에선 진짜인지, 가짜인지 설명되지 않는다. “진짜와 가짜를 구별할 수 없는데, 가짜라고 볼 수 있나요?”라는 사라 킴의 항변만이 더해질 뿐이다. 파티장의 목걸이는 ‘현대판 마하라자’가 되고 싶은 욕망의 표식이자, 동시에 위조된 신분이 목을 조여오는 화려한 굴레다. 극 중 압도적인 이 피스를 보고 다이아몬드라고 여겼을 시청자들도 있겠지만. 반전이 있다. 실제론 할인가 1만7000원(정가 2만원)짜리 큐빅 크리스털 제품이라는 사실. 드라마에서 왕조의 유산처럼 빛났지만 만원대 액세서리였다.

 사라 킴의 주얼리…욕망을 때리는 우아한 둔기

사라 킴의 시계도 클로즈업된다. 엄밀히 말해 시계는 정밀한 기계 공학의 산물이다. 주얼리는 장식 예술의 결정체로 서로 다르다. 하지만 오늘날 대부분의 하이엔드 주얼리 하우스는 시계를 함께 출시하며, 이 둘을 '한 가족'처럼 다룬다. 사라 킴은 이를 누구보다 영리하게 이용한다. 그녀의 손목 위에는 까르띠에 탱크 루이 워치가 놓여 있다. 절제된 직사각형 케이스와 골드, 가죽 스트랩의 조합이 보수적이고 차분한 느낌을 준다. 주얼리에서는 대담한 연출을 감행하면서도, 시계만큼은 올드 머니처럼 보이는 클래식을 택한다. 이러한 균형이 그녀의 세계를 완성한다. 

사라 킴의 주얼리 박스는 탐욕스러울 만큼 화려한 하이엔드 피스들로 가득 차 있다. 그 찬란함 이면에는 진짜와 가짜도 교묘하게 섞는다. 대중의 눈을 멀게 하는 그녀만의 치밀한 ‘혼용 전략’이다. 진품이 만들어내는 신뢰의 아우라를 가짜에 이식해, 전체를 하나의 ‘진짜’로 보이게 만드는 방식. 이것이 사라 킴 식 연금술이다. 부두아 가방마저 보석을 빼곡히 세팅한 아트 백으로 탈바꿈시킨다. 작품으로 격상된 가방으로 맥시멀리즘의 정점을 찍는다. 이런 그녀의 행보는 대중이 감히 진위를 의심할 수 없는 하이엔드 판타지를 구축한다.

어쨌든 드라마에서 사라 킴의 주얼리는 보는 이의 눈을 즐겁게 한다. 7화에서 사업가가 된 그녀는 최근 하이 주얼리 시장의 게임 체인저로 부상한 메시카의 무브 컬렉션을 착용하고 나온다. 무브는 다이아몬드에 자유를 입힌 현대적 카리스마를 대변한다. 그런가 하면, 사채업자의 아내 신분일 때는 여리여리해 보이는 프레드의 포스텐 이어링 스몰 모델을 하고 나온다. 마지막 화, 사라 킴이라는 이름마저 버리고 ‘부두아’를 지켜낸 위풍당당한 그녀는 부쉐론의 쎄뻥 보헴 컬렉션을 선택한다. 뱀의 머리를 형상화한 이 디자인은 관능과 권위를 동시에 품는다. 껍질을 벗는 순간, 전혀 다른 존재가 되는 뱀은 오래전부터 재생과 부활의 상징이었다. 포스터에서도 착용하고 나오는 바로 그 귀걸이다. 

 짝퉁과 가짜가 판치는 현실 세계

레이디 두아는 고급진 쇼윈도 뒤에 가려진 명품 산업의 뒤틀린 구조를 서늘하게 조명한다. 특 A급 짝퉁 에르메스 버킨 백이 중고 시장에서 500만 원이라는 거금에 거래되는 장면은 진품과 모조의 경계가 얼마나 무뎌졌는지, 웃어야 할지, 고개를 저어야 할지 모를 묘한 여운을 남긴다. 명품, 진짜, 가짜, 짝퉁, 짭. 이런 단어가 매회 반복된다. 

‘가짜’와 ‘짝퉁’은 불법이라는 점에서는 유사하지만, 행위 자체는 다소 다른 개념이다. 가짜는 정체를 속이는 것이다. 예컨대 사라 킴의 ‘큐빅’ 목걸이를 ‘천연 다이아몬드’라고 속여 판매한다면 그것은 명백한 사기다. 반면 짝퉁(모조품)은 버킨 백처럼 브랜드를 흉내 내는 것이다. 고품질의 소가죽과 순금 부자재를 사용했더라도, 특정 디자인을 그대로 복제했다면, 이는 지적 재산을 침해하는 범법 행위에 해당한다. 짝퉁을 제작·판매하는 것은 물론, 이를 알면서도 구매하는 행위 또한 상표법 위반의 문제를 피할 수 없다. 

드라마는 허구지만, 현실은 가짜와 짝퉁, 그리고 명품 오픈런이 공존하는 기이한 시장을 만들어냈다. 비단 사라 킴이 쌓아 올린 ‘부두아’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는 이미 알고 있는지도 모른다. 쇼윈도 안의 보석이 진짜인지 가짜인지는, 때로 본질이 아니라는 사실을. 중요한 것은 그것을 소유함으로써 무엇을 증명하고 싶어 하는 욕망임을. 욕망은 늘 허기진다. 그래서 사라 킴은 덤덤한 얼굴로 말한다. “이 세상에 만족이란 건, ‘만족’이라는 단어밖에 없어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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