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군함 파견’ 강력 압박에 동맹국 난색… “트럼프 ‘럭비공’ 외교가 자초한 결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 확보를 명분으로 한국을 포함한 동맹국들에 연일 군함 파견을 압박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압박을 받는 국가들은 일제히 '신중 모드'를 유지하며 발을 빼는 모양새다. 문희정 국제정치평론가는 트럼프 행정부의 예측 불가능한 행보와 일방적인 '미국 우선주의'가 국제 사회에서 미국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며 동맹 체제에 심각한 균열을 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원유를 들여오는 나라들을 특정해 “위험해졌으면 너희가 알아서 군함을 보내 안보를 챙겨야 한다”(이하 “”는 문 평론가 발언 인용)는 메시지를 던지며, 한국·일본·영국·프랑스뿐 아니라 동맹이 아닌 중국까지 포함해 다국적 호위 연합을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처음에는 다섯 개 나라를 언급했다가 이후 일곱 개 나라로 확대했다고 주장했지만, 정작 각국의 반응은 냉담했다. 중국은 “전쟁을 끝내면 되지 굳이 군함을 투입할 이유가 없다”고 반발했고, 유럽 국가들은 “이건 나토의 전쟁이 아니다”라며 개입 필요성 자체를 부정했다. 중동 국가들도 마찬가지로 꿈쩍도 하지 않았고, 트럼프 대통령이 기대했던 ‘일사불란한 동맹의 움직임’은 어디에도 나타나지 않았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자 그는 “돼도 좋고 안 돼도 좋다”며 한발 물러서는 식으로 발언의 강도를 조절했지만, 이미 동맹국들 사이에서는 “미국이 끝까지 책임질지, 언제 말을 바꿀지 알 수 없다”는 회의가 확산된 뒤였다.
중동 동맹의 불신
중동 국가들의 불신은 구체적 경험을 바탕으로 한다. 지난해 9월, 미국 공군 기지가 주둔한 대표적 친미국가 카타르 도심이 이스라엘의 공습을 받는 사건이 발생했다.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 협상 중재를 위해 하마스 고위 대표단이 카타르에 머무는 상황에서, 이스라엘이 그 지점을 타격한 것이다. 카타르는 “미군 기지가 들어와 있으면 이스라엘이 우리를 공격하진 않을 것”이라고 믿어 왔지만, 그 공식이 무너지는 순간을 직접 겪었다. 이 사건 이후 중동 국가들은 “미국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미국 기지를 허용해도, 정작 이스라엘의 군사 행동에서 보호받는다는 보장은 없다”는 인식을 공유하게 됐고, 물밑에서는 “더 이상 미국만 믿고 갈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여기에 이란 전쟁을 앞두고 다수 중동 국가들이 “공격해서는 안 된다”고 미국을 향해 경고했음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결국 이스라엘의 손을 잡고 전쟁을 선택한 점은 이 지역의 배신감을 더욱 키웠다. 중동 국가들 입장에서는 “결정적인 순간에 미국은 우리의 손이 아니라 이스라엘의 손을 잡는다”는 사실이 확인된 셈이다.
美 내부 반발 무시
미국 내부에서도 트럼프식 전쟁 결정 방식은 큰 반발을 낳고 있다. 이란과의 전쟁 이전, 미국 정보기관과 군 실무진은 “이 전쟁은 이란과 베네수엘라가 전혀 다르며, 이란은 강력한 반격 능력을 갖추고 있고 미군을 장기전에 빨아들일 위험이 크다”며 반복적으로 개전을 만류한 것으로 전해진다. 합참의장 역시 전쟁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무시하고 전쟁을 밀어붙였다. 그 과정에서 호르무즈 해협 봉쇄와 국제 유가 급등, 세계경제 충격, 미국이 책임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는 경고도 모두 제기됐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전쟁이 장기전 양상으로 흘러가자, 그는 뒤늦게 “왜 호르무즈 해협을 못 여느냐”며 군 수뇌부를 질책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처음부터 전략적 리스크를 경고하던 참모진 입장에서는 “우리가 이미 다 말한 내용을 지금 와서 문제 삼는다”는 좌절감과 분노가 쌓일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알 수 없는 전쟁의 이유와 목적
이란과의 전쟁 목표가 수시로 바뀐 점도 신뢰를 떨어뜨린 요소다. 트럼프 대통령은 처음에는 이 전쟁을 “이란 핵무기 개발 저지”와 “이란 정권 교체”를 위한 작전이라고 규정했고, “나흘만 공격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4주에서 6주가 될 수도 있다”고 말을 바꾸더니, 최근에는 “내가 뺏속까지 다 생각해 볼 때쯤”이라는 식으로 주관적 기준을 들이밀며 종전 시점을 흐릿하게 만들었다. 종전 조건 역시 명확한 기준 없이, “우리 동맹에게 잘해줄 수 있는 이란 지도자가 나온다면 용인할 수도 있다”는 식의 즉흥적 발언이 이어졌다. 이란 측이 민간·과학용 핵 활동 권리 인정, 미국·이스라엘의 공격 재발 방지, 전쟁 배상 등을 일관된 요구로 제시하고 있는 것과 대비되는 지점이다. 전쟁을 시작한 쪽이 목적과 출구 전략을 스스로 정리하지 못한 채, 국내 정치 상황과 기분에 따라 메시지를 바꾸는 모습은 동맹국이 참고할 수 있는 기준점을 사실상 지워 버렸다.
오히려 이란 내부 결속만 다진 꼴
한편 이란 내부에서는 혁명수비대를 중심으로 한 강경파가 권력과 전쟁 주도권을 쥔 상황이다. 혁명수비대 출신 초강경 인사가 최고지도자의 군사고문으로 임명되고, 하메네이의 아들 모즈타바가 상징적 최고지도자로 추대된 구도는 “이 전쟁을 장기전으로 끌고 가겠다”는 강경파의 의지를 드러내는 장치로 해석된다. 모즈타바의 종교적 위상과 정통성이 충분치 않고, 생사 여부조차 외부에 불분명하지만, 강경파에게 중요한 것은 실제 인물의 상태가 아니라 “순교한 하메네이의 아들이 성전을 이끈다”는 서사다. 이 서사를 앞세워 내부 결속을 다지는 한편, 이스라엘·미국과의 충돌을 장기화할 명분을 확보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전쟁 이전부터 이어지던 이란 내부 반정부 시위는 외부의 ‘적’이 등장하면서 약화됐고, 오히려 정권은 호흡기를 단 듯 되살아났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노렸던 ‘정권 약화·교체’와는 정반대 결과가 나온 셈이다.
이처럼 트럼프 행정부의 즉흥적인 전쟁 결정, 이스라엘 편향적 선택, 정보·군 수뇌부의 반대 무시, 중동 현장에서 반복된 ‘배신’의 기억이 겹치면서, 미국에 대한 신뢰는 동맹과 파트너들 사이에서 눈에 띄게 낮아졌다. 그 결과가 바로 호르무즈 해협 파병 문제에서 드러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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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기사는 삼프로TV 인터뷰 방송을 정리한 내용입니다. 더욱 정확한 풍성한 내용은 방송을 확인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