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戰 곧 격화할 수도"…중동 산유국 참전 시나리오 '솔솔'
양측 모두 출구 전략 없이 피해만 쌓여 ‘딜레마’
美동맹국 군함 파견 잇단 거절…하르그섬 뇌관 부상
호르무즈 봉쇄·우회 송유관 위협…산유국 인내도 한계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이란 전쟁이 곧 격화할 수 있다. 걸프 산유국들이 전쟁에 가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코노미스트는 16일(현지시간) “이제 전쟁의 초점은 이란이 꽉 틀어막은 호르무즈 해협을 누가 완전히 장악할 것인지로 옮겨갔다”며 이같이 경고했다.

그동안 이란은 막대한 피해를 감수하면서도 중동 산유국들과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상선들을 향해 매일 수십기의 미사일과 드론을 발사했다. 그 결과 사실상의 해협 봉쇄 상태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전쟁 목표도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을 확보하는 데 맞춰졌다. 전 세계 원유 공급의 약 15%, 액화천연가스(LNG) 공급의 약 20%가 막히면서, 국제 에너지 가격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태가 계속되면 글로벌 경제뿐 아니라 미국 경제도 큰 타격을 입게 된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선 인플레이션에 불만을 품은 유권자들을 진정시키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4일 트루스소셜에 “어떤 식으로든, 우리는 곧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시키고(OPEN), 안전하고(SAFE), 자유로운(FREE) 상태로 만들 것”이라고 적었으나,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우선 해협의 지리적 조건이 이란에 유리하다. 가장 좁은 지점이 불과 54km(34마일)에 불과하며 양쪽이 산악지대로 둘러싸여 있다. 이란은 통과하는 모든 선박을 일일이 타격할 필요도 없다. 단지 “언제든 맞을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면 되는 상황이다. 내륙에서 계속 드론과 미사일을 발사하면 된다.
아울러 미 지상군을 투입하는 시나리오는 필요 병력 규모를 감안할 때 애초에 성립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군함을 보내 달라고 동맹국들에 호소하고 있지만 단 한 곳도 선뜻 나서지 않고 있다. 미국과 가장 가깝다고 여겨져 온 유럽연합(EU)과 영국, 호주, 일본은 이미 사실상 거절을 표했다.
다만 이란도 딜레마에 빠져 있다. 해협 봉쇄는 전술적으로는 성공했지만, 미국의 전쟁 의지를 꺾겠다는 전략적 목표는 달성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호르무즈를 둘러싼 공방이 길어질수록 양측 모두 더 위험한 단계로 떠밀릴 가능성이 커진다.
이에 따라 이제는 미국이 ‘직접’ 이란의 하르그섬 원유 시설을 추가 공습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렸다. 그동안 미국·이스라엘은 섬 안의 군사시설 수십곳을 타격하면서도 유가 폭등을 우려해 원유 수출 터미널 자체는 건드리지 않았다. 심지어 미국은 지난 7일 이스라엘이 이란의 원유 저장시설을 공습하자 불만을 표하기도 했다.
이란 원유 수출의 약 90%가 하르그섬 터미널을 통해 나가는데, 이 시설이 멈추면 사실상 대부분의 해상 수출이 중단된다. 전 세계 원유 공급량의 3% 안팎에 불과한 하루 100만배럴 수준이지만, 이미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하루 350만배럴 규모의 원유 수송이 막힌 상황이어서 공급 쇼크가 증폭될 가능성이 크다. 시장에선 배럴당 150달러까지 유가가 치솟을 수 있다는 경고가 잇따른다.

더 큰 문제는 그 다음이다. 현재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대에 머무르고 있는 것은 호르무즈 해협을 우회하는 두 개의 송유관을 통해 원유가 수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나는 사우디아라비아에 있는 것으로 이 나라 전체 산유량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하루 최대 700만배럴을 홍해 연안 항구까지 실어 나를 수 있다. 다른 하나는 아랍에미리트(UAE)에 있는 송유관으로 하루 340만배럴인 자국 생산량의 약 절반을 해협 밖에 위치한 후자이라 항구까지 보낼 수 있다.
이 두 송유관은 사우디와 UAE에 대해서도 부분적인 우회로일 뿐이며, 바레인·쿠웨이트·카타르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 이들 국가는 여전히 자국의 석유·가스를 수출할 길이 없다. 수십척의 유조선이 원유를 싣기 위해 사우디 서해안으로 향하고 있지만, 이란은 계속 방해를 시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스라엘이 이란 경제의 심장이 하르그섬 원유 시설을 공격하면, 이란이 역내 산유국들의 에너지 시설에 전면 보복할 수 있는 명분을 확보하게 된다.
이미 미국만 믿고 있던 중동 산유국들의 불만은 극에 달한 상태다. UAE는 전쟁 당사국인 이스라엘보다도 더 많은 공격을 받았고, 사우디, 카타르, 쿠웨이트, 오만 등도 적지 않은 피해를 입었다. 일방적으로 공격을 당할뿐 반격을 가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날도 UAE에선 두바이 국제공항, ‘샤’(Shah) 유전, 푸자이라 항구가 피격을 당했다.
그나마 남아 있는 ‘두 송유관마저 노려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사우디 송유관은 사막을 가로질러 1200km 이상 뻗어 있어 노출이 심하다. 이란을 따르는 예멘 후티 반군을 동원해 홍해 선박들의 통행까지 멈춰세울 수도 있다.
이란이 이런 행동을 실제로 취할 경우, ‘돈줄’이 막힌 걸프 산유국들이 전쟁에 뛰어드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사우디는 이미 자국 석유 시설에 대한 심각한 피해와 관련해 “레드라인을 넘는 행위”라고 여러 차례 경고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수시로 바뀌어온 트럼프 대통령의 전쟁 목표가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 확보로 옮겨갔지만, 이를 다시 열 수 있는 쉬운 방법은 없는 상태다. 그렇다고 이란이 해협 봉쇄를 계속 유지하는 것만으로 전쟁을 멈추도록 강제할 수 있을지도 불확실하다”며 “미국이 항로를 다시 열지 못할 경우 전쟁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다른 방향으로 격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방성훈 (bang@edaily.co.kr)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이유 아파트' 공시가 325억, 전국 1위…1년 새 125억 올라
- “이재명 교섭 나오라”는 민주노총…대통령도 사용자일까?
- 獨·英·佛 "우리 전쟁 아니다"…트럼프 압박에도 줄줄이 등돌려
- '동성애=사형'인데...모즈타바 동성애자설 '모락모락'
- 오세훈 서울시장 출마 공식화…"선당후사 정신으로 후보 등록"
- 정의선-젠슨황 자율주행 '깐부'…레벨4 로보택시도 협력(종합)
- 8억원 횡령하고 잠적했던 제주감협 직원…경찰에 자진 출석
- “트럼프 곧 만나는 日, 호르무즈 자위대 파견 검토 착수”
- “남편 ‘식물인간’ 만들고 사과를 이딴 식으로”…머리채 잡은 아내
- AMD 리사수, 노태문 만난다…삼성전자 '투톱' 연쇄 회동[only 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