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적재조치위반, 결코 가볍지 않은 이유

남기상 2026. 3. 17.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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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릴 말 이신디예" 한참 동안 지구대 앞에서 서성이던 40대 남자가 고개를 들어 지구대 간판을 다시 확인한 뒤 들어오면서 한 말이다. 그제 노형 로터리에서 월동무를 싣고 제주항으로 가던 25톤 트럭 적재함에서 2팩이 도로로 떨어지면서 일대 혼란을 겪었던 사연을 꺼냈다.

지나가다 쏟아진 월동무를 치우는 장면을 본 듯했다. "깨진 무들 아까워서 어떵헐꺼꽈. 농민들이 제 자식처럼 키워낸건디. 조금만 조심하면 될건디" 남자는 평소에도 월동무를 운반하는 화물차들의 매듭이 허술했다고 했다. 그렇다고 경찰의 단속 소홀을 따지러 온 건 아니었다. 단지 귀한 월동무가 아까웠던 것이다. 누군가 애지중지 키워낸 누군가의 무가 도로 위에서 산산조각 나는 모습이 마음에 걸렸던 것이다.

당시 언론에는 혼잡했던 상황과 함께 운전자에게 적재조치위반 범칙금을 부과했다는 내용까지만 실렸다. 솔직히 나 역시 처음에 단순한 사고라고만 생각했다. 도로에 뒹구는 월동무를 보며 누군가 마음 아파했으리라는 건 미처 생각지 못했다.

적재조치위반. 범칙금 5만원. 비교적 경미한 위반으로 보일 수 있지만, 달리는 차에서 화물이 떨어질 때의 위험은 결코 가볍지 않다. 이번에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팩 하나의 무게가 1톤이었다. 지나던 차량 위로 덮치거나 이를 피하려다 발생하는 급정거와 연쇄 추돌 등 자칫 돌이킬 수 없는 사고로 이어졌을 것이다.

제주는 월동무, 당근, 감귤 등 농산물 수송이 잦다. 도착시간을 맞춰야 하는 운전자의 급한 마음은 모르는 바 아니나 10분 일찍 가려다 10시간 늦어질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적재화물의 결속은 출발 전은 물론 중간 점검도 반드시 해야 한다. 강한 맞바람이나 옆바람은 무게 중심을 흔들 수도 있다. 또한 커브길 원심력에 의한 쏠림 현상도 주의해야 한다.

농민들이 피땀으로 키워낸 농작물들이다. 도로 위에서도 소중히 다뤄져야 마땅하다.

그 남자가 지구대 앞에서 한참을 서성인 이유를 이제는 알 것 같다. 경찰이 좀 더 살펴봐 주길 바랐던 마음 아니었을까. 그 마음을 무겁게 받아 안아야 할 것 같다./ 제주서부경찰서 노형지구대 순찰3팀장 경감 남기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