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적재조치위반, 결코 가볍지 않은 이유
"드릴 말 이신디예" 한참 동안 지구대 앞에서 서성이던 40대 남자가 고개를 들어 지구대 간판을 다시 확인한 뒤 들어오면서 한 말이다. 그제 노형 로터리에서 월동무를 싣고 제주항으로 가던 25톤 트럭 적재함에서 2팩이 도로로 떨어지면서 일대 혼란을 겪었던 사연을 꺼냈다.
지나가다 쏟아진 월동무를 치우는 장면을 본 듯했다. "깨진 무들 아까워서 어떵헐꺼꽈. 농민들이 제 자식처럼 키워낸건디. 조금만 조심하면 될건디" 남자는 평소에도 월동무를 운반하는 화물차들의 매듭이 허술했다고 했다. 그렇다고 경찰의 단속 소홀을 따지러 온 건 아니었다. 단지 귀한 월동무가 아까웠던 것이다. 누군가 애지중지 키워낸 누군가의 무가 도로 위에서 산산조각 나는 모습이 마음에 걸렸던 것이다.
당시 언론에는 혼잡했던 상황과 함께 운전자에게 적재조치위반 범칙금을 부과했다는 내용까지만 실렸다. 솔직히 나 역시 처음에 단순한 사고라고만 생각했다. 도로에 뒹구는 월동무를 보며 누군가 마음 아파했으리라는 건 미처 생각지 못했다.
적재조치위반. 범칙금 5만원. 비교적 경미한 위반으로 보일 수 있지만, 달리는 차에서 화물이 떨어질 때의 위험은 결코 가볍지 않다. 이번에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팩 하나의 무게가 1톤이었다. 지나던 차량 위로 덮치거나 이를 피하려다 발생하는 급정거와 연쇄 추돌 등 자칫 돌이킬 수 없는 사고로 이어졌을 것이다.

농민들이 피땀으로 키워낸 농작물들이다. 도로 위에서도 소중히 다뤄져야 마땅하다.
그 남자가 지구대 앞에서 한참을 서성인 이유를 이제는 알 것 같다. 경찰이 좀 더 살펴봐 주길 바랐던 마음 아니었을까. 그 마음을 무겁게 받아 안아야 할 것 같다./ 제주서부경찰서 노형지구대 순찰3팀장 경감 남기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