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짓기가 어렵다고? 선조들은 놀이로 시작했다 [조선생활실록(實LOG) ②]
신라·고려 시대선 주사위 게임 인기
조선시대엔 관리직급 익히는 보드게임
역사·인물 지식 요하는 고난도 게임도
시도 글자수·운을 맞추는 놀이로 인식
‘놀이하는 인간’이 인류 문화 꽃 피워
옛날 우리나라 사람들은 무얼 하고 놀았을까.

고려시대에는 ‘성불도’라는 보드게임이 유행했다. ‘나무아미타불’ 여섯 글자를 적은 주사위 세 개를 굴려서 큰 깨달음을 의미하는 ‘대각’에 도달하면 끝나는 게임이다. 성불도 놀이판은 지금도 전국 각지의 박물관에 남아 있다. 한글 성불도가 남아 있으니, 여성들도 즐겼던 모양이다.



20세기에 들어와서는 ‘가투’라는 시조 놀이가 유행했다. 시조는 초중종 3장으로 구성된다. 진행자가 무작위로 시조를 선택하여 초장을 읽어주면, 참가자가 그 시조의 종장이 적힌 카드를 찾아내는 놀이다. 일본의 와카 놀이 ‘가루다’와 비슷하다. 한때는 전국대회가 열릴 정도로 성황이었다.

놀이라는 것은 규칙이 있기 마련이다. ‘오징어게임’에 등장하는 놀이를 보자. 딱지치기,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달고나, 줄다리기, 구슬치기, 징검다리, 모두 규칙이 있다. 놀이라는 것은 규칙을 정해놓고 그 안에서 경쟁하거나 협력하여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다.
시를 짓는 데에도 규칙이 있다. 옛사람은 한자로 시를 지었다. 한시(漢詩)라고 한다. 한시는 글자수가 정해져 있다. 다섯 글자 또는 일곱 글자로 1구를 만들고, 4구 또는 8구가 모여 한 편의 시를 이룬다. 글자 수만 채운다고 끝이 아니다. 운을 맞추어야 하고, 소리의 높낮이도 고려해야 한다. 복잡하고 어려워 보이지만 그래서 재미있다. 규칙이 단순한 놀이는 쉽게 질린다. 처음이 어려워서 그렇지, 일단 익숙해지면 복잡한 규칙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게다가 규칙만 지킨다고 끝이 아니다. 규칙을 지키면서도 표현이 참신하고 내용이 설득력 있어야 한다.
놀이하는 인간, ‘호모 루덴스’라는 개념을 제시한 요한 하위징아는 인류 문화가 모두 놀이에서 나왔다고 주장했다. 종교와 철학, 신화와 예술, 심지어 전쟁과 법률까지도. 그중에서도 시는 원초적 놀이의 특성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고 한다. 시를 어렵게 여길 필요가 없다. 끝말잇기, 수수께끼, 가로세로 낱말 퀴즈처럼 시는 언어를 이용한 놀이의 하나이다. 하위징아의 표현을 빌리자면, 시는 인간의 본성을 자극하는 놀이다.
장유승 성균관대학교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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