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자 사별 뒤 나타난 ‘이 차이’…남성 노인 치매·사망 위험 더 높았다
보스턴대 공중보건대학원·치바대 공동 연구
37개 건강 지표 분석…남성 건강 악화 두드러져
사회적 관계 구조가 사별 이후 건강 궤적을 가른다
노년기 배우자 사별은 개인의 삶에서 큰 변화 중 하나로 꼽힌다. 배우자와 함께 살아온 시간이 길수록 상실의 충격은 심리적 영역을 넘어 건강과 삶의 구조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러나 사별이 실제로 노년층의 건강에 어떤 변화를 불러오는지, 또 그 영향이 남녀에게 동일하게 나타나는지는 충분히 밝혀지지 않았다.
미국 보스턴대학교 공중보건대학원과 일본 치바대학교 연구진은 일본 노년층을 대상으로 배우자 사별이 건강과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연구 "Health and well-being after spousal loss among older men and women: An outcome-wide longitudinal analysis"를 국제 학술지 〈Journal of Affective Disorders〉에 2월 12일 자 온라인 게재했다.
연구는 일본 대규모 고령자 코호트인 JAGES(Japan Gerontological Evaluation Study) 데이터를 활용해 약 2만 6천 명의 고령자를 장기 추적 분석한 것이다.
보스턴대 공중보건대학원 보도자료에 따르면 연구진은 노년기 사별 경험이 단순한 심리적 충격을 넘어 신체 건강, 정신 건강, 인지 기능, 사회적 관계, 삶의 만족도 등 여러 영역에서 어떤 변화를 불러오는지를 종합적으로 분석했다.

일본 2만 6천 명 장기 추적, 37개 건강 지표 분석
연구는 일본의 지역사회 거주 노인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JAGES 코호트를 기반으로 수행됐다. 분석에는 25,957명의 고령자를 포함했으며, 이 가운데 1,076명은 연구 기간에 배우자 사별을 경험했다.
조사는 2013년, 2016년, 2019년 세 차례에 걸쳐 이루어졌다. 연구진은 패널 데이터를 활용해 사별 전후의 건강 변화를 비교했다. 특히 이번 연구는 단일 건강 지표가 아니라 총 37개 건강 지표를 동시에 분석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지표는 크게 ▲신체 건강 ▲정신 건강 ▲인지 기능 ▲사회적 관계 ▲삶의 만족도 등 다섯 영역으로 구성됐다.
보스턴대 공중보건대학원은 이번 연구가 사별 이후 나타나는 건강 변화를 정신 건강에만 국한하지 않고 신체 건강과 사회적 관계까지 포함한 다차원 분석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남성에게 더 크게 나타난 건강 악화
연구 결과 배우자 사별 이후 건강 변화는 남성과 여성 사이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특히 남성 노인에게서 건강 악화가 더 크게 나타났다.
사별을 경험한 남성에게서는 ▲치매 위험 증가 ▲사망 위험 증가 ▲일상 기능 저하 ▲우울 증상 증가 ▲행복감 감소 ▲사회적 지지 감소 등의 변화가 관찰됐다.
연구진은 이러한 변화가 여러 건강 영역에서 동시에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즉 사별의 영향이 정서적 충격에 그치지 않고 신체·인지·사회적 건강 전반에 영향을 미친 것이다.
보스턴대 공중보건대학원은 이번 연구 결과에 대해 "배우자를 잃은 남성 노인은 치매와 사망 위험이 크게 나타나는 경향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사별 이후 남성에서 사망 위험이 증가하는 현상은 기존 연구에서 '사별 효과(widowhood effect)'로 알려진 현상과도 맥락을 같이한다. 배우자 상실 이후 생활 구조 변화와 건강 행동 악화, 사회적 고립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건강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남성에서 인지 기능 저하와 치매 위험 증가가 함께 관찰된 점은 노년기 사회적 관계와 뇌 건강의 연관성을 보여주는 결과로 해석된다. 이번 연구는 배우자 사별 이후 나타나는 사회적 고립이 노년기 인지 건강과 연결될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결과로 평가된다.
여성은 단기 충격 이후 적응 경향 보여
반면 여성 노인에게서는 다른 양상이 나타났다. 배우자 사별 직후에는 행복감이 일시적으로 감소했지만, 연구 기간에 우울 증상이 뚜렷하게 증가하지는 않았다.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행복감과 삶의 만족도가 회복되거나 증가하는 경향이 관찰됐다. 연구진은 이를 적응(resilience) 현상으로 해석했다.
또 하나 주목되는 결과는 사별 이후 사회활동이 남녀 모두에서 증가했다는 점이다. 배우자를 잃은 이후 외부 활동 참여는 오히려 늘어나는 경향이 나타났다. 그러나 세부 양상은 달랐다. 남성의 경우 사회활동은 증가했지만, 정서적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관계망이나 상담 상대 등 사회적 지지는 감소했다. 즉 활동은 늘었지만 실제로 도움을 받을 관계는 줄어든 것이다. 또한 건강 행동 측면에서 음주 증가 경향이 관찰됐다.
반면 여성은 사회적 관계망을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했고 건강검진 참여가 증가하는 등 건강 관리 행동이 강화되는 모습이 나타났다.
보스턴대 공중보건대학원은 이를 두고 사회활동 증가가 반드시 정서적 지지 증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설명했다.
사회적 관계 구조가 건강 격차를 만든다
연구진은 이러한 성별 차이를 일본 사회의 사회적 역할 구조와 연결해 설명했다. 일본 사회에서 남성은 직장 중심의 관계를 유지하는 경우가 많고 정서적 지원을 배우자에게 크게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 반면 여성은 가족, 이웃, 지역사회 등 다양한 관계망을 유지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배우자 사별 이후 남성은 정서적 지지 체계가 급격히 약화하며 사회적 고립 위험이 커질 수 있다. 반면 여성은 기존의 사회적 관계망을 유지하면서 생활 구조를 다시 구성할 가능성이 높다.
보스턴대 공중보건대학원은 남성이 정서적 지원을 배우자에게 의존하는 경우가 많기에 사별 이후 사회적 고립에 더 취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특히 사별한 남성 노인이 건강 위험군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노년 사별 남성, 정책적 지원 필요
연구는 노년기 배우자 사별 이후 성별 맞춤형 사회적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특히 사별한 남성 노인의 경우 ▲사회적 고립 ▲우울 ▲건강 행동 악화 ▲인지 기능 저하 등의 위험 요인이 동시에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연구진은 이러한 위험을 줄이기 위해 지역사회 기반 사회활동 프로그램, 정신건강 지원, 건강 행동 관리 프로그램 등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또한 사별 이후 사회적 관계 변화가 노년기 인지 건강과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노년층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는 정책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연구의 한계와 의미
연구진은 이번 연구가 일본 고령자 코호트 자료를 기반으로 한 관찰연구이기 때문에 결과를 다른 사회에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제한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관찰연구 특성상 배우자 사별과 건강 변화 사이의 인과관계를 직접 규명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이번 연구는 배우자 사별 이후 노년기 건강 변화를 37개 지표로 동시에 분석한 대규모 종단 연구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특히 노년기 사회적 관계 변화가 인지 건강과 삶의 질과 어떤 관련을 보이는지 보여준 연구로 평가된다.
논문
Kawaguchi, K., Nakagomi, A., Shiba, K., et al. (2026). Health and well-being after spousal loss among older men and women: An outcome-wide longitudinal analysis. Journal of Affective Disorders. 2026. doi:10.1016/j.jad.2026.1213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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