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족금융' 벗고, 부동산 잠긴 돈 깨워 'K-산업' 심장 돌린다

김남희 기자 2026. 3. 17.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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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조 원 규모 ‘국민성장펀드’ 전격 가동… AI·에너지 등 10대 전략 산업에 집중 수혈
‘이자 장사’ 끝내고 ‘기술 가치’ 본다… 금감원, 담보 위주 여신 관행에 서슬 퍼런 메스
챗GPT 생성 이미지.[출처=오픈AI]

대한민국 금융의 패러다임이 통째로 뒤바뀌고 있다. 과거 담보 위주의 안전한 이자 장사에 매몰돼 '귀족금융'이라는 비판을 받던 금융권이 이제 위험을 감수하고 국가의 미래 먹거리를 책임지는 '생산적 금융'의 전위대로 강제 소환됐다. 

지난해 이재명 정부 출범과 함께 단행된 이번 금융 개혁은 단순히 규제를 강화하는 차원을 넘어, 돈의 흐름 자체를 가계·부동산에서 AI, 에너지 전환, 중소벤처 등 미래 전략 산업으로 대이동시키겠다는 거대한 설계도다.

◆'부동산 불패'의 신화에 마침표…금융위의 정교한 설계도

17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현재 금융위원회는 대한민국 경제의 '돈의 물길'을 바꾸는 수문장 역할을 자임하고 나섰다. 그동안 은행권의 수익 모델은 사실상 '앉아서 코 풀기'였다. 

국민의 예금을 담보로 주택담보대출을 내주고 예대금리차(예금금리와 대출금리의 차이)를 통해 막대한 수익을 올리는 구조였다. 금융위는 이 고리를 끊어내기 위해 '가계대출 총량 규제'라는 칼을 빼 들었다.

단순히 대출을 막는 것이 아니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를 더욱 미세하고 정교하게 다듬어, 갚을 능력을 넘어서는 과도한 가계 대출이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 들어가는 통로를 원천 봉쇄한다. 특히 은행들이 가계 대출에만 편중되어 이익을 얻는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예대마진 구조에 대한 근본적인 수술을 예고했다.

이는 금융권에 던지는 명확한 메시지다. 금융위는 "더 이상 집값 상승에 기댄 안전한 이자 놀음으로는 생존할 수 없고 한국의 부동산 망국병을 끊어내야 한다"고 강력히 강조하며 "금융의 역할을 부동산 대출 위주에서 실물 경제 지원으로 전환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대신 금융위는 '기업금융 인센티브'라는 당근을 제시한다. 혁신 기업이나 중견·중소기업에 적극적으로 대출하거나 투자하는 금융사에 대해서는 자본 규제를 완화해 준다. 위험가중치를 낮춰줌으로써 금융사가 적극적으로 모험 자본을 공급할 수 있는 운동장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K-혁신금융'의 심장은 국민성장펀드…국가 전략 산업으로 흐르는 자금

금융위가 그리는 설계도의 정점은 'K-혁신금융' 모델의 구체화에 있다. 반도체, 이차전지, 그리고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 기술 등 이른바 '국가 전략 산업'에 대규모 정책 자금을 투입하는 국민성장펀드를 150조원 가량 마련한다.

이는 단순히 정부 예산(후순위)을 쓰는 것이 아니라, 민간 금융의 자본(선순위)이 국가의 미래 생존이 걸린 핵심 기술 분야로 흐르도록 유도하는 거대한 펌프질이다. 이 투자를 위해 금융위는 10개 산업과 92개 기술로 한정해 사양 산업이나 나눠 먹기식 지원은 배제하겠다는 원칙을 세웠다. 

여기에 자본시장의 체질 개선도 병행된다. 이른바 '동전주'로 불리는 부실 상장사들에 대한 상장폐지 요건을 강화한다. '좀비 기업'들이 시장의 자금을 좀먹으며 건전한 기업들의 자금 조달을 방해하는 현상을 막겠다는 의지다. 

시장의 하부 조직을 건강하게 만들어, 자본이 고이지 않고 유망한 기업으로 쉼 없이 흘러가게 만드는 혈액 순환 시스템을 복원하는 과정이다.

◆현장의 파수꾼 금감원…'이자 장사' 압박과 '기술 평가'의 혁신

금융위가 설계도를 그린다면, 금융감독원은 그 설계도가 현장에서 한 치의 오차 없이 작동하는지 감시하고 독려하는 '현장 사령관'이다. 금감원의 행보는 거침없다. 가장 먼저 정조준한 곳은 은행권의 '예대금리차 공시 및 점검'이다.

은행들이 가계로부터 낮은 금리로 돈을 빌려 높은 대출 이자를 받는 '땅 짚고 헤엄치기'식 영업을 지속하는지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한다. 이를 통해 은행들이 자연스럽게 리스크는 있지만 부가가치가 높은 기업 대출 비중을 높이도록 심리적·제도적 압박을 가한다.

특히 눈에 띄는 대목은 '기술금융 실태 점검'의 강화다. 과거 은행들은 기업 대출 시에도 공장 부지나 건물 같은 '담보'가 없으면 대출을 꺼렸다. 금감원은 이제 담보 대신 기업이 보유한 '기술력'과 '미래 성장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고 있는지 집중적으로 들여다본다. "기술은 있지만 담보가 없어 문을 닫는 혁신 기업은 없어야 한다"는 것이 금감원의 단호한 입장이다.

◆"금융은 더 이상 기득권의 성벽이 아냐"

생산적 금융의 또 다른 축은 '상시 구조조정'이다. 수익성 없이 대출 연장으로만 연명하는 좀비 기업들은 금융 자원을 독점하며 시장의 활력을 갉아먹는다.

금감원은 부실 징후 기업에 대한 엄격한 잣대를 적용해 신속한 퇴출과 회생 절차를 관리한다. 이를 통해 확보된 금융 자원은 다시 성장 가능성이 높은 신규 벤처와 중소기업으로 재배분된다.

물론 과거와 같은 일방적인 '관치 금융'과는 결이 다르다. 금융권의 팔을 무조건 비트는 것이 아니라, 금융사 스스로 생산적인 분야를 발굴할 수 있도록 KPI(핵심성과지표) 개선을 권고한다. 

직원이 위험을 감수하고 혁신 기업에 대출을 해줬을 때,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절차상 문제가 없다면 책임을 묻지 않고 오히려 인센티브를 주는 문화를 정착시키겠다는 것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융은 경제의 혈액인데, 그동안 혈액이 부동산이라는 지방 덩어리에 막혀 전신으로 돌지 못했다"면서 "이제 그 막힌 곳을 뚫고, AI와 에너지 전환이라는 미래의 심장으로 피가 돌게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기득권과 안전만 챙기던 금융권은 이제 실물 경제를 살리는 강력한 엔진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생산적 금융이 가져올 향후 5년의 모습 

'생산적 금융'으로의 대전환은 대한민국 경제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작업이다. 정부는 가계는 빚더미에서 벗어나고, 기업은 아이디어와 기술만 있다면 자금 걱정 없이 도전할 수 있는 생태계를 준비하고 있다.

또한 금융사는 단순히 돈을 빌려주는 전당포가 아니라, 산업의 성장을 함께 고민하는 파트너로 거듭나야 할 것으로 관측된다. 

물론 진통은 클 것으로 예상된다. 부동산 경착륙에 대한 우려와 리스크 확대에 따른 금융권의 반발도 예상된다. 하지만 '귀족금융'의 옷을 벗지 않고서는 저성장의 늪을 탈출할 수 없다는 정부와 정책기관의 절박함이 이번 개혁 동력이다. 

금융위의 정교한 설계와 금감원의 서슬 퍼런 집행이 맞물린 지금, 대한민국 금융은 비로소 '생산'이라는 이름의 새 옷을 입고 미래를 향해 질주하기 시작했다.
[재구성=구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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