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 아직도 있어요?” 두바이 현지에서 답합니다 [파일럿 Johan의 아라비안나이트]
최근 한국에서 연락이 자주 온다. “거기 아직도 있어? 피난은 언제 가?”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 산다고 하면 요즘 받는 질문이다.
연일 두바이 공격 영상이 쏟아진다.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당연히 걱정이 된다. 문제는 카메라가 포착한 장면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이다. 폭발 영상 한 컷이 도시 전체의 모습을 대표하지는 않는다.
정작 두바이와 관련 있는 사람들이 원하는 정보는 따로 있다. 이 전쟁이 어떤 방식으로 흘러가고 있는지, 언제 끝날지, 그리고 지금 여기서 일상이란 게 가능한 건지. 그리고 위기 속에서도 기회는 있는 것인지. 이번 화에는 그 얘기를 해 보려 한다.

이것은 우리가 알던 전쟁이 아니다. 전선이 없다. 과거엔 지도에 선을 그을 수 있었다. 이쪽은 아군, 저쪽은 적군. 타국에 살면 전쟁과 무관했다. 이번엔 달랐다. 이란의 드론과 미사일이 이번 전쟁과는 전혀 상관없는 두바이의 항구와 정유시설을 노리고, 두바이와 아부다비 국제공항을 멈춰 세웠다.
21세기 전쟁의 특성이 여기 있다. 저비용·고효율이다. 이란 드론 한 대 가격은 수천만 원 수준이다. 두바이 공항을 24시간 마비시킨 경제적 파장은 수천억 원을 넘는다. 요격 미사일도 마찬가지다. 이란 드론 요격은 잘 이뤄지고 있지만 요격 미사일 하나당 수십억 원이 넘는다. 맞아도 문제고 막아도 문제다.
그래서 이란의 전략은 처음부터 명확했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중동의 모든 경제 중심지를 타격할 준비가 돼 있다’고 공언했다. 이란은 두바이를 점령하려는 게 아니다. 두바이가 멈추면 세계가 아프고, 세계가 아프면 미국을 멈추라는 압력이 커진다. 두바이는 군사적 표적이 아니라 경제적 인질이다.

더 복잡한 건 전쟁 목표가 계속 바뀐다는 점이다. 처음엔 ‘핵시설 제거’였다가 ‘이란 정권 교체’가 됐다가 이제는 ‘무조건 항복’이 됐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행정부의 전쟁 목표가 수시로 바뀌어 참모진조차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적들은 이란 국민의 항복을 바라는 소망을 무덤까지 가져가야 할 것”이라고 맞섰다.
이란도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하메네이는 사망했지만 혁명수비대는 건재하다. 오히려 대통령이 ‘공격 중단’을 명령했는데도 혁명수비대가 독자적으로 공격을 이어갔다. 협상 테이블에 앉더라도 군이 따를지 모른다는 뜻이다. 여기에 이란 전문가들은 “이라크처럼 지상군을 파견해 정복하는 건 차원이 다른 얘기”라고 강조한다.
이란은 이라크가 아니다. 전 국토가 산악지형이고 페르시아 문명으로부터 이어져 온 민족적 자존심이 강하며, 시아파의 중심축이라는 이슬람 의식도 강하다. 인구도 9000만 명에 육박하며 국토 크기도 훨씬 크다. 단기에 끝내지 못하면 사태 해결은 요원해진다.

일상과 비일상이 뒤섞인 상태다. 미사일 요격 폭발음이 먼 데서 들려도 잠을 청하고, 뉴스를 보다가 배달앱을 켠다. 가끔 두바이가 불바다가 된 것만 같은 묘사의 영상을 보면 실소가 나온다. 비상문자에 화들짝 놀라지만 곧 끄고 하던 일을 계속한다. 이것이 지금 두바이의 실제 모습이다.
UAE 방공망은 이번 전쟁에서 실력을 증명했다. 이란이 쏜 수백 발의 미사일과 드론 대부분을 요격했다. 같은 걸프 국가 중 UAE의 피해가 상대적으로 적었던 건 방공망 덕분이었다. 평화로울 때 나태함에 젖어 있지 않고 대비를 철저히 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방공망 안에 한국산 천궁II가 포함돼 있었다는 것도 이번에 확인됐다.

참전은 선택지가 아니다. UAE가 잃을 것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공항, 중동 최대 물류 허브, 수십조 달러의 금융자산. 전쟁에 발을 들이는 순간 이 모든 것이 표적이 된다. ‘호구’란 비난을 받아도 참는 게 합리적 선택이다.
그런데 언젠가 전쟁이 끝나면, 이야기가 달라질 것이다.
두바이는 수십 년간 이란의 사실상 경제 창구였다. 현재 UAE에 거주하는 이란인만 50만 명, 이란 기업들의 UAE 내 자산은 3000억 달러로 추산된다. 국제 제재를 피해 두바이 은행에 간접적으로 예치된 이란 계좌들, 중간 거래상을 통해 이루어진 각종 무역들이 모두 두바이를 통해 이뤄졌다.
전쟁이 끝나고 새 이란 정부가 들어서면 두바이는 청구서를 들이밀 수 있는 위치가 된다. 이란과 관련된 자산을 동결할지 말지, 향후 교역 재개를 어느 정도로 할지. UAE 정부의 의지에 따라 이란에 대한 경제적 레버리지는 전쟁 전과는 비교가 안 될 수준이 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두바이는 이란 재건 사업의 허브가 될 가능성이 크다. 지금은 맞고 있지만, 판이 끝나면 갑이 된다. 역설적이게도 두바이가 이란과 가장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에, 전후 가장 큰 수혜를 입을 도시도 두바이일 가능성이 높다.
역사적으로 두바이는 위기가 지나고 나서 더 강해졌다. 2008년 금융위기, 2020년 코로나. 두 번 모두 위기 중에 남아 있거나 진입한 사람들이 이후 시장에서 큰 이득을 봤다. 그래서 이 전쟁이 언제 끝나느냐가 제일 중요해졌다. 전쟁이 끝나는 날, 이 도시는 전후 최대 수혜지로 다시 움직이기 시작할 것이다.
[원요환 UAE항공사 파일럿 (前매일경제 기자)]
john.won32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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