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몬 140톤 투척…세상에서 가장 ‘신’ 축제 직접 가보니

강예신 여행플러스 기자(kang.yeshin@mktour.kr) 2026. 3. 17.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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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92회 망통 레몬 축제…3월1일 성료
140t 규모의 거대 감귤 조형물 전시
금빛 과일 퍼레이드에 인파 몰려 눈길
레몬맥주·타르트 등 미식 콘텐츠 풍성
망통 레몬축제 금빛 과일 퍼레이드. /사진= 강예신 여행+ 기자
프랑스 남부 코트다쥐르 지역의 끝자락, 이탈리아 국경과 맞닿은 작은 도시 망통이 황금빛으로 물들었다. 지난 2월 14일부터 3월 1일까지 개최한 제92회 망통 레몬 축제는 ‘생명의 경이로움’이라는 주제 아래 온 도시를 상큼한 향기와 노란색으로 가득 채웠다.

​망통은 오래전부터 유럽에서 손꼽히는 레몬 재배지로 명성이 높다. 망통 레몬은 프랑스에서 유일하게 유럽연합 지리적 표시 보호 인증(IGP)을 받을 만큼 품질이 뛰어나고 귀한 대접을 받는다. 독특한 타원형 모양과 쓴맛이 적은 산미, 진한 향의 껍질 덕분에 고가에 거래되는 고급 식재료다.

망통 레몬 가게. /사진= 강예신 여행+ 기자
​이처럼 귀한 몸값 때문에 역설적으로 축제 조형물을 장식하는 방대한 양의 레몬과 감귤류 중 상당수는 인근 스페인산이 차지한다는 뒷이야기가 들려온다. 망통의 명물인 고품질 레몬은 식용으로 보존하고, 시각적 효과를 극대화해야 하는 전시용에는 가성비 좋은 수입산을 활용하는 전략적 선택인 셈이다.

하지만 축제가 끝난 뒤 조형물에 쓰인 과일들은 폐기하지 않고 현지 주민과 관광객들에게 저렴하게 판매해 알뜰한 자원 순환의 전통을 이어간다.

독수리 감귤 조형물. /사진= 강예신 여행+ 기자
​축제의 핵심 거점인 비오베 정원에 들어서면 높이 10m가 넘는 조형물들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올해 주제인 ‘생명의 경이로움’에 걸맞게 정원 곳곳에는 자연의 경외심을 불러일으키는 7개의 대형 작품을 설치했다.

특히 바다를 가르며 솟구치는 거대한 고래와 금방이라도 포효할 듯한 호랑이, 날개를 활짝 편 독수리는 금속 골조에 수만 개의 레몬과 오렌지를 하나하나 와이어로 고정해 만든 장인 정신의 결정체였다.

‘지구를 임신한 여성’ 조형물. /사진= 강예신 여행+ 기자
그중에서도 관람객들의 시선을 가장 오래 붙잡은 것은 ‘지구를 임신한 여성’ 조형물이었다. 이 거대 조형물들을 제작하기 위해 동원된 감귤류의 양만 무려 140t에 달한다.

축제의 하이라이트는 해안도로인 프롬나드 뒤 솔레이를 따라 펼쳐지는 ‘금빛 과일 퍼레이드’다. 매주 일요일 오후, 감귤류로 화려하게 장식한 수레들이 경쾌한 연주에 맞춰 행진을 시작하면 축제의 열기는 최고조에 달한다.

올해 퍼레이드는 그 어느 때보다 다채로운 퍼포먼스로 가득했다. 영화 킹콩 속 여성을 모티브로 한 드라마틱한 공연부터 익살스러운 삐에로 공연까지, 화려하고 독특한 코스튬을 착용한 공연단들이 쉴 새 없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공연자들이 관람객을 향해 쏟아붓는 엄청난 양의 노란빛 컨페티는 신나는 분위기를 배가시켰다.

‘금빛 과일 퍼레이드’ 현장. /사진= 강예신 여행+ 기자
부모님의 손을 잡고 나온 어린아이들부터 정정하게 축제를 즐기시는 어르신들까지, 전 세대가 어우러져 환호하는 모습에서 세대를 초월한 축제의 저력을 느낄 수 있었다.

다만 평소 조용한 이 작은 마을에 매년 평균 24만 명의 인파가 몰리는 만큼 축제 기간 방문 시에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좁은 골목과 퍼레이드 구간에 수많은 사람이 밀집되므로 안전사고에 유의해야 하며, 소지품 관리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가급적 기차나 버스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다.

공예품 박람회에서 레몬 제품을 구경하는 참가자들. /사진= 강예신 여행+ 기자
​니스에서 망통까지는 기차나 버스로 약 40분이 소요된다. 특히 축제 기간에는 늘어나는 관광객의 편의를 위해 기차(TER) 운행 횟수를 대폭 늘려 추가 열차를 운행하므로 니스에 거점을 둔 여행객이라면 기차를 이용하는 것이 가장 빠르고 쾌적한 이동 방법이다.

팔레 드 유럽에서 열리는 공예품 박람회에서는 망통 농가에서 직접 가져온 신선한 레몬부터 이를 활용한 다양한 가공품을 만날 수 있다. 레몬 맥주와 에이드, 진한 리몬첼로, 레몬 올리브 오일까지 판매한다.

레몬 타르트. /사진= 강예신 여행+ 기자
축제의 여운을 이어가고 싶다면 주변 레스토랑이나 카지노 내 식당을 방문해보자. 지역 식재료의 특색을 살린 레몬 라비올리나 상큼한 레몬 타르트를 곁들이며 망통의 미식을 즐겨보는 것도 좋다. 특히 레몬타르트의 경우 가게마다 조금씩 특색이 달라 다양한 곳에서 맛보길 추천한다.

망통 레몬 축제는 겨울의 끝자락에서 만나는 가장 따뜻하고 생동감 넘치는 축제다. 니스 카니발과 나란히 지역의 대표 축제로 자리 잡은 이 행사는 자연물인 레몬을 매개로 지역의 문화적 역량을 잘 보여주는 현장이었다.

세상에서 가장 ‘신’ 축제의 황금빛 향기에 취해보고 싶다면 내년 겨울 끝자락엔 망통으로 향해보길 바란다.

​망통 강예신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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