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 리뷰 ㉗] “누가 나 대신 일 좀 해줬으면”⋯젠스파크 AI 써보니

나유진 기자 2026. 3. 17.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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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스케이프 창업자 마크 안드레센이 “소프트웨어가 세상을 먹어 치우고 있다”고 했다면, 엔비디아 CEO 젠슨 황은 “AI가 소프트웨어를 먹어 치우고 있다”며 또 다른 전환을 예고했습니다. ‘테크 리뷰’는 세상의 변화를 실감할 수 있는 AI 서비스를 직접 체험하고 리뷰합니다. [편집자주]
과거엔 여러 명이 며칠씩 걸려 나눠서 하던 일을 인공지능(AI)이 하루 만에 처리하는 시대가 왔다. AI 에이전트 개발사 젠스파크가 내세우는 비전은 단순하다. 누구나 에이전트 군단을 거느리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것. 젠스파크의 올인원 AI 워크스페이스를 직접 써봤다.

젠스파크는 중국 바이두 출신 임원들이 창업한 스타트업이다. 다른 AI 기업들이 더 똑똑한 AI를 만드는 데 몰두하는 동안 젠스파크는 지능보다 실무, 연구보다 내일 당장 쓸 수 있는 보고서 한 장에 집중했다. 그 결과 지난해 슈퍼 에이전트 출시 5개월 만에 연환산 매출 5000만달러를 달성했고, 실리콘밸리 에이전트 기업 최초로 유니콘에 올랐다. 

◇ 브랜드 로고·PPT·매출 보고서, AI로 ‘뚝딱’

‘젠스파크’의 ‘AI 디자이너’ 기능을 활용해 넷플릭스 ‘레이디두아’ 속 가방(왼쪽)을 모티브로 패션 브랜드 ‘부두아’ 로고와 명함을 제작했다. 나유진 기자

젠스파크의 ‘AI 워크스페이스 3.0’은 대부분의 기능을 무료로 쓸 수 있다. 보고서는 ‘AI 문서’, 데이터 분석은 ‘AI 시트’, 발표 자료는 ‘AI 슬라이드’ 등 작업 성격에 따라 특화된 전문 에이전트를 골라 쓸 수 있다. 젠스파크는 자사 모델과 외부 모델 가운데 해당 작업에 가장 적합한 모델을 골라 쓰는 ‘에이전트 혼합(MoA)’ 아키텍처로 결과물의 완성도를 높였다.

넷플릭스 드라마 ‘레이디두아’ 속 패션 브랜드 ‘부두아’ 직원으로 상황을 설정하고 로고·PPT·매출 분석을 한꺼번에 맡겼다. 먼저 ‘AI 디자이너’에 드라마 속 핸드백 이미지를 올리자, 아르데코 양식에서 영감을 받은 화려한 로고를 만들어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명함·쇼핑백 목업 작업을 추가로 제안하며 브랜딩 작업을 자연스럽게 이어갔다.

‘젠스파크’의 ‘AI 슬라이드’ 기능을 활용해 브랜드 소개 PPT를 제작했다. 나유진 기자
‘젠스파크’의 ‘AI 시트’ 기능을 활용해 브랜드 매출을 분석하는 시트를 제작했다. 나유진 기자

이어 ‘AI 슬라이드’로 브랜드 소개서를 만들었다. 타겟층과 페이지별 구성을 물어본 뒤 컬러 팔레트·타이포그래피까지 잡아 슬라이드를 구성했고, 대화를 통해 원하는 방향으로 수정이 가능했다. ‘AI 시트’에서는 품목별·월별 매출을 입력하자 매장별·제품군별 성장률 분석과 차트 생성, 최고 성장 매장과 매출 견인 제품군 도출까지 한 번에 처리했다. 하나의 플랫폼에서 모든 업무를 5분 만에 처리하는 올인원 공간을 구현한 셈이다. 

젠스파크는 여기서 나아가 최근 음성 입력 기능 ‘스피클리’도 선보였다. 지정한 단축키를 누르고 말로 지시하면 AI가 알아서 처리하는 방식이다. 타이핑조차 없애 생산성을 향상하겠다는 젠스파크의 방향이 읽히는 대목이다.

◇  AI가 일을 잘할수록 생기는 물음

이처럼 기업 업무에서의 AI 활용이 확산되면서, 학자들은 효율성 향상 이면에 ‘인지적 부채(Cognitive Debt)’도 쌓인다고 경고한다. 인지적 부채란 AI에 과도하게 의지하게 되면서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을 잃어버리는 상태를 말한다. AI가 코딩·분석 등 복잡한 업무를 빠르게 처리할수록 이용자는 그 논리를 따라가지 못해 자신의 결과물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당장은 업무 속도가 비약적으로 빨라진 것처럼 보이지만, 내재화되지 않은 지식은 결국 필요할 때 꺼내 쓸 수 없는 부채가 되고 비판적 추론 능력을 갉아먹는다.

이런 우려는 이미 실험 결과로 증명되고 있다. 매사추세츠공대(MIT) 연구진이 AI 도구 사용자와 비사용자의 뇌파를 비교한 결과, AI 활용 그룹의 뇌 신경 연결망이 최대 5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술 부채는 시간과 비용으로 갚을 수 있지만, 인지 부채는 무엇이 잘못됐는지조차 인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차원이 다르다. 결국 사고의 끈을 놓지 않는 것이 AI 시대의 생존 경쟁력이 될 전망이다.

나유진 기자 yujin@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