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인프라 제자리걸음] <상> 차는 최첨단인데 충전은 구닥다리⋯ 이용자는 ‘카드·앱 지옥’

김상욱 기자 2026. 3. 17.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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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밍’ 제도로 개선 불구, 사업자간 멤버십 경쟁↑
요금 상한선 문제 지적⋯ “‘인프라 확대’ 발목”
챗 GPT를 통해 생성한 ‘전기차 충전소에 충전중인 전기차’ 모습.

미·이란 전쟁 여파로 국제 유가가 치솟으면서 전기차에 대한 관심이 다시 불붙고 있다. 하지만 정작 전기차 충전 인프라는 달라진 게 없어, 충전소마다 별도의 카드와 앱을 사용해야하는 불편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실제 전기차 이용자들은 충전기를 이용하려면 전기차 충전 운영 사업자(CPO)마다 별도로 회원 가입을 하고 카드를 발급받거나 전용 앱을 내려받아야 한다. 결국 스마트폰에 여러 개의 충전 앱을 깔아두는 것이 일상이 됐으며, 이 같은 불편은 전기차 보급 초기부터 꾸준히 제기돼 온 고질적인 문제다.

이에 정부는 지난 2023년 해결책으로 ‘로밍 제도’를 도입했다. 기후에너지환경부(기후부)는 이를 통해 하나의 충전 카드나 앱으로 다른 사업자의 충전기도 함께 이용할 수 있도록 개선시켰다. 다만 다른 통신망을 이용하는 만큼 인식 오류 등 문제가 계속 발생했고 멤버십 가입 충전요금보다 비싼 경우도 있어 로밍 제도의 체감 효과가 크지 않다는 업계 안팎의 지적이 계속됐다.

무엇보다 충전 사업자가 전용 회원에게 상대적으로 저렴한 요금을 제공하면서 이른바 ‘카드·앱 지옥’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특히 구독제 요금을 앞세워 회원 유치 경쟁에 나선 탓에, 운전자들은 여전히 여러 카드와 앱을 유지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이어지고 있다.

국내 급속 충전 사업자 보급 1·2위인 채비와 SK일렉링크 모두 구독형 멤버십 서비스를 통해 회원 요금을 대폭 낮추고 있다. 할인된 충전 비용은 물론 포인트 등 추가 혜택까지 제공하는 만큼, 전기차 이용자로서 여러 사업자의 멤버십에 가입하지 않을 수 없는 구조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구조를 바꾸기 쉽지 않다고 보고있다. 충전 사업자 입장에서 회원 확보가 서비스 경쟁력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한 전기차 충전 사업자 관계자는 “회원 충전 데이터를 기반으로 정보를 분석하고 다양한 서비스와 연계하며 문제점을 개선한다”며 “이는 전기차 충전 업체들이 마케팅 전략을 펼칠 수 있는 핵심적인 정보”라고 설명했다. 충전 업계에서 표준 요금제나 카드 및 앱 통합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인 셈이다.

오히려 로밍 제도가 전기차 급속 충전 인프라 확대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후부가 로밍 제도를 통해 급속 충전 상한 요금을 기후부 카드 기준 100㎾h 미만은 ㎾h당 324.4원, 100㎾h 이상 347.2원으로 묶어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충전 사업자 입장에서 로밍 요금 상한으로 인한 손실까지 감내해야 하는 상황이라 급속 충전기 확대를 망설이고 있다고 설명한다. 여기에 충전기 설치 보조금을 받더라도 급속 충전기 1기당 설치 비용이 수억원에 달해 인프라 확대에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현재 국내 전기차 충전기 가운데 급속 충전기 비중은 12% 안팎에 불과하다.

김필수 한국전기자동차협회 회장은 “로밍 제도는 실효성이 부족하고 급속 충전 보급 확대를 위해서는 기업의 수익성이 보장돼야 일반 주요소처럼 충전 인프라가 대폭 늘어날 수 있을 것”이라며 “로밍으로 막힌 급속 충전 상한선을 없애지 않으면 급속 인프라 확대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내 충전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완속 충전에 한해 요금 규제를 적용하는 방식이 현실적인 해결책”이라고 덧붙였다.

김상욱 기자 kswpp@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