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1500원 ‘뉴노멀’ 시대… “달러 보너스 포기 못 해” 환헤지서 9000억 이탈

곽창렬 기자 2026. 3. 17.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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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0원 환율이 바꾼 투자 공식, 환헤지 버리고 3배 레버리지 싣는 개미들

원·달러 환율이 1500원에 육박하면서 이를 극복해내려는 투자자들의 대응이 빨라지고 있다. 과거 고환율기에 수동적으로 대처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환차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환헤지’(환율 위험 분산) 상품에서 대거 이탈하거나 지수의 변곡점을 노린 고위험 레버리지 상품으로 옮겨 타는 양상이다. 전문가들은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한 고환율 환경이 고착화됨에 따라 실질 수익률을 지키기 위한 개인 투자자들의 수급 이동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 “달러 보너스 포기 못 해”… 환헤지 ETF에서 연초 이후 9000억원 이탈

미국과 이란 간 전쟁의 여파로 원·달러 환율이 1500원선에 육박하자, 최근 미국 장기채 환헤지형(H) 상장지수펀드(ETF)에서 개인 투자자들의 자금이 대거 빠져나가고 있다. 17일 코스콤과 ETF CHECK 등에 따르면 지난 13일 기준 주요 환헤지형 미국 장기채 상품 4종에서 연초 이후 빠져나간 순유출액은 총 9229억 9500만원에 달한다. 종목별로는 ‘ACE 미국30년국채액티브(H)’에서 가장 많은 4127억5700만원이 유출됐고, ‘TIGER 미국30년국채커버드콜액티브(H)’ 2037억1500만원, ‘TIGER 미국30년국채스트립액티브(합성 H)’ 1932억4500만원, ‘KODEX 미국30년국채액티브(H)’ 1132억7800만원 순이다.

이 같은 이탈세는 환 헤지 상품의 구조적 한계와 무관치 않다. 미국의 금리 상승으로 채권 가격이 하락할 때 환차익(달러 가치 상승분)으로 손실을 메울 수 있는 ‘환노출형’과 달리, 환율을 미리 고정해 둔 ‘환 헤지’ 상품은 달러 가치가 올라도 그 이득을 전혀 챙기지 못하기 때문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채권값 하락 손실만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어 ‘달러 보너스’를 받을 수 있는 상품으로 갈아타기 위해 서둘러 짐을 싸는 모양새다. 실제로 이들 4개 종목의 최근 한 달간 순유출액은 3131억원, 최근 1주일 사이에는 1914억원이 빠져나가는 등 환율이 정점에 다다를수록 탈출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16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원달러 환율이 전 거래일 대비 6.80원(0.46%)오른 1,500.50으로 개장하고 있다. 2026.3.16 ⓒ 뉴스1 김명섭 기자

◇ ‘서학개미’ 5조원대 순매수 유지… ‘KORU’ 3배 레버리지 역발상 베팅

국내 증시의 대장주인 삼성전자에 대해서는 외국인과 개인의 시각차가 갈리고 있다. 지난달부터 이달 16일까지 외국인 투자자들은 코스피 시장에서 삼성전자 한 종목에서만 총 22조 2819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이 영향으로 이달 들어 삼성전자의 외국인 지분율은 약 8개월 만에 50% 아래로 내려가 16일 기준 49.58%를 기록하고 있다. 반대로 개인 투자자들은 같은 기간 약 15조 3338억원가량을 순매수하며 외국인이 던진 물량을 받아내고 있다. 외국인과 개인이 삼성전자를 놓고 치열한 매매 공방을 이어가는 가운데, 삼성전자 주가는 이달 들어 17만원에서 19만원 선 사이에서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고환율에 따른 환전 부담에도 불구하고 개인 투자자들의 해외 주식 투자 열기는 식지 않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달부터 이달 13일까지 국내 투자자들은 미국 주식을 약 37억달러(약 5조5400억원) 순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환율 변동을 방어하는 ‘환헤지’ 대신, 달러 가치 상승을 그대로 향유할 수 있는 ‘환노출형 3배 레버리지’ 상품에 자금이 쏠리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달 들어 국내 투자자들이 미국 반도체 지수를 3배로 추종하는 ‘SOXL(Direxion Daily Semiconductor Bull 3X Shares)’에 25억8500만 달러(3조8570억원)어치 매수했고, 나스닥100 수익률의 3배를 노리는 ‘TQQQ(ProShares UltraPro QQQ)’ 2억316만 달러 가량 매수했다. 이들 상품은 환헤지를 하지 않기 때문에, 미 증시가 상승할 때 3배의 수익을 내는 것은 물론 달러화 가치가 오를 경우 추가적인 환차익까지 거둘 수 있는 구조다.

환율이 고점이라는 공포보다, ‘강달러’가 뉴노멀이 된 상황에서 지수 상승분과 달러 프리미엄을 동시에 챙기겠다는 실리적 선택이 작용한 결과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환율 1500원 시대는 투자자들에게 위기인 동시에 정교한 자산 배분 능력을 시험하는 무대가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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