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김현미 소환한 김윤덕의 '통화정책' 그리고 '빵'
김현미 전 장관도 금리 지적해 논란
공급 등 국토부 역할에 최선 다해야
"부동산 대책이라는 게 공급과 세제, 금융 그런 것도 있겠지만 유동성 관리가 중요하지 않겠나. 지금까지 여러 정부 거쳐 오면서 유동성 관리가 중요하다는 걸 잘 알게됐고 그런 부분에 대한 통화정책도 준비하고 고민해야 되겠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12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향후 부동산 대책에 관해 설명하면서 한 말이다. 초고가, 비거주 1주택 보유세 손질을 포함한 정부의 세제 개편 의지에 덧붙인 말이다.▷관련기사: 세제에 통화정책까지 거론한 국토장관 "집값 더 떨어져야"(3월12일)

유동성이 넘치면 집값이 오를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한 김 장관의 생각은 상식적이다. 그러나 '통화정책 고민'은 국토교통부 장관이 꺼낼 말로는 부적절하다. 통화정책은 한국은행이 관장한다. 한국은행은 정부로부터 독립성을 보장받아야 할 기관이다. 정부가 주택시장 안정을 이유로 한국은행에 그에 맞는 기준 금리 설정 등의 통화정책을 준비하라는 것처럼 오해를 살 수 있다.
김윤덕 장관의 이 같은 발언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집값은 유동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 이를 잘 관리할 필요가 있지 않겠냐는 취지"라며 "기준금리를 국토부가 터치하거나 그럴 수는 당연히 없는 일"이라고 해명했다.
공교롭게도 문재인 정부에서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장관도 비슷한 이야기를 꺼냈다가 곤혹스러운 상황에 부닥친 바 있다. 그는 폭등하는 집값에 대해 "금리 문제에 대한 전향적인 고민이 있어야 한다"면서 "국토부 장관 입장에서 시중에 넘치는 유동성을 정상화하는 것이 주택정책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틀 중 하나로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김현미 전 장관의 이 발언은 월권 논란으로 이어졌고 당시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이 "정부 당국자가 금리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더군다나 한은은 최근 유동성 과잉이 집값을 끌어올렸다는 주장에 대해 적극적으로 해명하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한은은 "최근 수도권 주택가격과 원·달러 환율의 상승에는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어 이를 유동성 증가만으로 설명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면서 "오히려 공급부족 우려, '똘똘한 한 채' 선호에 따른 특정 지역으로의 수요 쏠림이 (집값 상승의) 주요 배경이 되고 있다"고 짚었다.
이어 올해 1월에도 "통화량 증가율은 2022년부터 빠르게 하락하다가 2024년 이후 다소 반등하였지만, 과거 평균에 비해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최근 통화량 증가율이 높아진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결국 집값의 상승 문제는 유동성보다는 수급 불균형과 더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게 한은의 진단이다. 한은의 진단이 타당한가는 차치하고 국토부 장관이 정책적으로 조율해야 할 부분은 통화량이 아니다. 수급 불균형의 해소에 기여할 공급 대책이 잘 작동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김윤덕 장관은 같은 방송에서 공급 대책을 두고는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서도 "전에 모 장관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아파트를 빵처럼 찍어낼 수만 있으면 밤새 찍겠다고 하셨는데 (그럴 수 없는) 어려움은 있다"고 했다. 균형발전의 중요성도 곁들였다.
김 장관이 언급한 모 장관은 앞서 통화정책을 거론해 월권 논란을 초래한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다.
김윤덕 장관의 말마따나 수도권에만 계속해서 집을 짓는 공급 대책도 주택 시장의 근본적인 안정에 도달할 수 없다. 결국 지방으로의 수요 분산이 필요하다. 이재명 정부가 밀고 있는 국가 균형발전도 그런 차원이다.
균형발전을 통한 수요 분산은 장기적으로 이뤄질 일이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시행에 이어 보유세의 정상화라는 세제 개편 방향성도 정해졌다. 남은 건 국토부 장관의 역할인 실수요자가 체감할 수 있는 공급 물량을 적기에 내놓는 것이다.

김윤덕 장관은 "최소한 주택을 사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바로 공급이 되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당장 보유세 인상과 다주택자가 던지는 매물로 전월세 시장이 불안하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가 강조하는 공공주택을 기반으로 한 임대 물량도 안정적으로 확보해야 할 이유다.
부동산 투자 심리는 분명 한풀 꺾였다. 시장에서는 당장 양도세 중과 시행 시점인 5월9일 이후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양도세 중과 시행에 따라 다주택자가 내놓는 매물도 크게 줄어들 것이다. 이후의 공백기를 대처할 적절한 공급이 이재명 정부의 주택 시장 연착륙 성패를 가를 첫 시험대다.
가장 좋은 건 조금만 기다리면 살만한 집을 적절한 가격에 살 수 있다는 믿음을 실수요자에게 심어주는 것이다. 올해 첫 부동산 대책이었던 1·29 공급 대책은 각 사업지의 지자체 등과 협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설익었다'라는 비판이 나온다. 조금 더 정교하고 구체적인 추가 공급방안을 기대한다.
과거 문재인 정부에서 김현미 전 장관은 집값 폭등의 원인을 금리로 짚은 뒤 거센 비판을 받았다. 김 전 장관처럼 통화정책을 언급한 김윤덕 장관이 그런 전철을 밟지 않았으면 한다.
정지수 (jisoo2393@bizwatch.co.kr)
ⓒ비즈니스워치의 소중한 저작물입니다. 무단전재와 재배포를 금합니다.
Copyright © 비즈워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