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주식 ETF로 몰리는 개인자금…퇴직연금까지 더해져 증시 영향력 커진다

박순엽 2026. 3. 17. 0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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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투자증권 보고서

[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며 한국 주식시장 내 영향력을 빠르게 키우고 있다. 최근엔 미국 주식형 ETF 일변도였던 자금 흐름이 국내 주식형 ETF로 이동하고 있고, 개인투자자와 퇴직연금 자금까지 유입되면서 ETF가 증시 수급과 변동성에 미치는 영향도 한층 커질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표=NH투자증권)
하재석 NH투자증권 연구원은 17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국내 ETF 시장 순자산총액이 370조원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국내 ETF 시장은 2022년 말 79조원에서 2025년 말 297조원으로 급증했고, 올해도 3월 13일 기준 374조원까지 불어났다. 자산별로는 주식형 ETF가 260조원으로 전체의 약 70%를 차지하며 시장 성장을 주도하고 있다.

특히 올해 들어서는 국내 주식시장에 투자하는 ETF로의 자금 유입이 두드러졌다. 보고서에 따르면 연초 이후 국내 주식 ETF에는 약 29조원이 유입됐다. 이는 지난해와 재작년 연간 유입 규모를 웃도는 수준이다. 실제 자금 유입 상위 ETF에도 코스닥150, 코스피200, 반도체 관련 상품이 새롭게 이름을 올리며 투자자 관심이 해외보다 국내로 이동하는 흐름이 뚜렷해졌다는 평가다. 국내 주식형 ETF 순자산총액도 159조원으로 늘어나 해외주식형 ETF를 넘어섰다.

이 같은 흐름의 중심에는 개인투자자가 있다. 하 연구원은 최근 개인투자자들이 개별 종목을 직접 매매하기보다 ETF를 활용한 간접투자를 선호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 올해 개인 순매수 상위 ETF에는 KODEX 코스닥150, KODEX 200, KODEX 코스닥150레버리지, TIGER 반도체TOP10 등이 대거 포함됐다. 코스닥 시장에선 개인이 현물 주식을 매도하는 반면 ETF를 대규모로 매수하면서 시장 수급에서 금융투자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보고서는 국내 주식형 ETF로의 추가 자금 유입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봤다. 2007년 적립식 펀드 열풍 당시 국내 주식형 펀드에는 연간 19조원이 유입돼 시가총액 대비 1.8% 수준을 기록했는데, 올해 ETF를 포함한 국내 주식형 펀드 자금 유입 규모는 29조원으로 시가총액 대비 0.6% 수준에 그친다는 분석이다. 과거와 비교해 아직 유입 여력이 남아 있다는 의미다.

퇴직연금 시장 확대도 ETF 시장 성장의 핵심 동력으로 지목됐다. 국내 퇴직연금 적립금은 2015년 이후 연평균 15% 성장하고 있으며, 이런 추세가 이어질 경우 2030년에는 10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반면 현재 퇴직연금 내 실적배당형 상품 비중은 25% 수준에 그치고, 이 가운데 주식 비중은 10%대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과 호주 등 선진국 퇴직연금의 주식 비중이 50%를 웃돈다는 점을 고려하면, 국내에서도 ETF를 통한 주식 투자 확대 여지가 크다는 게 하 연구원의 판단이다.

ETF 시장 확대는 주식시장 변동성 확대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연초 이후 일평균 ETF 거래대금은 18조원으로 코스피 거래대금의 58% 수준까지 올라왔다. 여기에 액티브 ETF 시장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13일 기준 국내 액티브 ETF 순자산총액은 97조 7000억원으로 100조원에 근접했고, 최근 상장된 코스닥 액티브 ETF에는 개인 순매수가 집중됐다. 보고서는 올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개별 종목 레버리지 ETF 출시도 예정돼 있는 만큼, ETF가 보유한 중소형 종목을 중심으로 주가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하 연구원은 정부의 코스닥 활성화 정책과 ETF 운용사들의 적극적인 신상품 출시가 맞물리면서 이 같은 현상이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ETF 시장의 외형 성장을 넘어 이제는 ETF 자금 흐름 자체가 국내 증시의 수급 구조와 변동성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자리잡고 있다는 진단이다.

박순엽 (soo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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