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공공기관 ‘원청 사용자성’ 잇단 연구용역, ‘교섭-꼼수’ 갈림길

강한님 기자 2026. 3. 17.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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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크리스트로 오해 요소 최소화” 사용성 축소 … 한편으론 “주요 현안 간담회 등으로 신뢰 형성”
▲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공공기관 '진짜 사장'들이 꼼수와 교섭 사이 갈림길에 섰다. 개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대응을 위해 상당수 공공기관들이 연구용역을 맡긴 것으로 파악됐다. 하청별로 노조법상 사용자성 여부를 판단하는 체크리스트, 노사 간담회 등을 해결책으로 건네받았다. 용역 결과를 받아든 공공기관들이 개정 노조법 국면에서 '모범적 사용자'가 될지 주목된다.

도로공사 톨게이트·고속도로 유지관리
원청 사용자성 체크해보니 '인정 가능성'

<매일노동뉴스>가 16일 한국도로공사가 발주한 '신정부 노동정책 변화에 따른 대응 전략 연구' 용역과 전기안전공사의 '노조법 개정 대응 분석 보고서'를 박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받았다. 도로공사 연구를 의뢰받은 씨아이 컨설팅 그룹은 노조법상 사용자성을 판단하는 구체적인 체크리스트를 뽑아 공사에 제공했다. 체크리스트는 총점 100점으로, 0~39점이 '낮음', 40~69점이 '보통', 70~100점이 '높음'이다. '예' 또는 '아니오'로 대답할 수 있다.

체크리스트에는 '원청이 포괄적 지시권을 가지고 있지 않으며, 용역계약의 업무 범위가 구체적·한정적인지' '원청이 직접 지시하지 않아도 매뉴얼·업무기준을 통해 실질적인 지휘·통제가 이뤄지는지' 등이 원청이 하청을 구조적으로 통제하는지를 판단하는 질문으로 들어갔다. 모두 배점 3점짜리다.

교섭범위를 진단하는 질문들도 있었다. '하청 근로자의 복리후생(식대, 교통비, 복지포인트, 선택적 복지 한도 등)을 원청이 일방적으로 축소·조정하거나, 그 조정 여부를 실질적으로 결정하는지' '원청 소속 근로자와 하청 근로자가 동일한 사업장·작업공간에서 혼재해 근무하고, 해당 작업에 사용되는 주요시설·장비·설비·작업공간 등이 원청의 소유 또는 관리하에 있어 안전시설 개선 권한이 원청이 집중되어 있는지' 등이다.

이 체크리스트를 기반으로 노조법상 사용자 판단 전망이 연구용역에서 제기됐다. 씨아이 컨설팅 그룹은 자회사인 톨게이트 영역에 대해서는 "도로공사가 자회사에 제공하는 과업지시서를 살펴보면 원청인 도로공사가 자회사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상당 부분 관여하고 있다"며 "노조법상 사용자 지위로 판단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판단했다. 고속도로 유지관리 용역업체 노동자들과는 노동안전·보건 관련 의제에서 교섭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이어 "시설·장비 등 관리의 책임이 원청에 있어서 하청 사용자가 단독으로는 위험요인 제거나 안전설비 설치 등 구조적 개선이 어려운 경우에는 원청의 사용자성이 인정될 수 있다"고 했다.

"업무분장표·지침에 원청 역할 최소화"
박해철 의원 "개정 취지 역행 시도 부적절"

원청 사용자성 인정 가능성을 '리스크'로 보는 것이 연구용역 핵심이다. 하청별로 노조법상 사용자성 판단 체크리스트를 작성해 "사용자성 오해 요소를 사전에 최소화"하라는 게 씨아이 컨설팅 그룹의 권고다. 원청이 개입이 가능한 부분과 하청 고유의 권한을 업무분장표 또는 역할 정의 문서에 명시해 경계를 분명히 하라고도 했다. 또 개정 노조법과 관련한 전담 조직을 만들면 "원청의 방어 논리를 강화한다"며 필요성을 언급했다. 원청의 역할을 조정·지원 중심으로 제한하는 다자협상모델을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도 조언했다.

전기안전공사도 원청 사용자성을 축소하는 쪽으로 문서를 정비하라는 내용의 연구용역 결과를 받았다. 전기안전공사의 연구용역을 수행한 에이원노무법인은 '사용자성 확대와 간접고용 리스크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원청의 업무지시·근로조건 개입을 최소화하는 지침 수립 △협력업체 자율성 보장 조항을 계약서에 반영 △원청이 실질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영역(작업시간·환경·안전보건) 등을 점검하고 개선 가능한 영역을 선제적으로 조정해 노조설립 유인을 감소 등을 제안했다.

다만 두 기관의 연구용역보고서에는 하청 노조와의 갈등을 줄이는 방안도 제시됐다.

도로공사 보고서에는 비공식적 또는 예비적 대화 채널을 열어두고 쟁점 사항을 충분히 논의하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전기안전공사 연구용역도 비슷하다. 연구용역을 수행한 업체는 정년연장 등 조직 내부에서 관심이 높은 정부 주요 정책들을 중심으로 빠르게 현안 중심 노사 간담회를 운영해 하청노동자들과 신뢰 기반을 형성하는 방법을 고안했다. 하청노조와의 교섭은 피하되, 단기간 개선이 가능한 주요 노동현안에 대해서는 교섭이 아닌 협의나 간담회 등을 통해 갈등을 줄이라는 얘기다.

도로공사와 전기안전공사뿐 아니라 발전 5사(남동·남부·동서·서부·중부발전), 한국마사회, 한국지역난방공사 등도 개정 노조법과 관련한 연구용역을 발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해철 의원은 "'대화촉진법' '격차해소법'인 개정 노조법의 취지는 하청노동자들과 '진짜 사장'이 교섭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는 것이고, 역행하는 어떤 시도도 부적절하다"라며 "이재명 대통령도 퇴직금 미지급 편법 등에 대해 '정부는 가장 모범적인 사용자가 돼야 한다'고 밝힌 만큼, 공공기관들은 사용자의 역할에 책임 있게 응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도로공사와 전기안전공사는 연구용역 결과에 대한 향후 계획을 묻는 본지 질의에 "당장 답변이 어렵다"라는 취지로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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