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의 ‘버티기 심리’ 넘어설 수 있을까

김다은 기자 2026. 3. 17.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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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주택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가 5월9일부로 종료된다는 발표가 나왔다. 기존 임대사업자 대출의 만기 재심사 강화 방안도 예고됐다. 집값 하락 기대심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가 최근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조치 종료 방침을 확인한 가운데 2월8일 서울의 한 공인중개사 사무실에  아파트 매매 물건 등의 안내문이 게시되어 있다. ⓒ연합뉴스

서울 성동구와 마포구, 서대문구에 총 3채의 집을 소유한 민간임대사업자 윤지현씨(가명·50대)는 2월25일, 고민 끝에 성동구 집 한 채를 매물로 내놓았다. 올해는 2018년 민간임대사업자가 된 윤씨의 의무임대기간(8년)이 끝나는 해다. 임대사업자 등록말소를 앞두고 있던 차에 이재명 대통령이 다주택자와 임대사업자를 대상으로 규제정책을 예고하는 것을 보고 집을 처분하기로 마음먹었다.

“부동산 문제는 훨씬 더 신중하게 접근할 줄 알았는데 너무 갑작스럽게 많은 메시지가 나와서 놀랐다. 시장도 혼란스러운 분위기다. 집 처분을 앞두고 세무사 세 명을 만났는데 다들 자기만 믿지 말고 여럿에게 상담을 받으라며 조심스러워하더라.”

윤씨는 “이참에 재무 포트폴리오를 새로 짜보기로” 마음을 먹고 서대문구의 실거주 주택 처분도 고려하고 있다. “정부 정책 안에서 최선의 방법을 선택해야 지 않겠느냐. 정부에 맞서지 않기로 했다.” ‘결단’의 이유였다.

1월23일, 이재명 대통령은 자신의 SNS에 ‘5월9일 만기인 다주택자 양도세 면제 연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메시지를 올렸다. 이후 설 연휴 기간에도 부동산 관련 글을 다수 올리며 다주택자와 임대사업자 ‘혜택’을 지적했다. 대통령의 메시지가 이어지던 가운데 2월12일, 조정대상지역(서울 전역과 경기 12개 지역) 다주택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가 5월9일부로 종료된다는 발표가 나왔다. 기존 임대사업자 대출의 만기 재심사 강화 방안도 예고됐다. 일시적으로 집을 처분할 ‘탈출 기회’를 주고, 대출을 끼고 집을 여러 채 보유한 경우, 원금 상환 부담을 높이겠다는 의도다. 5월10일부터 조정대상지역에 집을 여러 채 갖고 있는 경우, 주택 수에 따라 양도세 기본 세율에 20~30%포인트가 가산된다. 수년간 이어져온 ‘중과 유예’의 관행을 깨기로 한 것은 분명 의미 있는 변화다.

양도세 중과가 적용되지 않는 임대사업자 역시 마음을 놓고 있기 어렵다. 현행 제도로는, 다주택자라도 지방정부에 임대사업자로 등록하고 의무임대기간(8~10년)과 전·월세 인상률(연 5%) 제한을 지키면 각종 세제 혜택을 받는다. 그런데 2월10일 국무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양도세 중과 없이 20년 후에 팔아도 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라고 말하며, “의무임대기간이 지나도 100년이고 1000년이고 중과하지 않”는 것은 이상하니 “적정한 기간을 정하고 그 후에 일반 주택과 똑같이 (양도소득세 중과를) 하라”고 지시했다. 다주택자라면, 임대사업자로 등록했다 하더라도 역시 양도소득세 중과의 압박을 피할 수 없을지 모른다.

시장에 변화가 감지됐다. 강남권 중심으로 가격 하락 신호가 포착된 것이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2월 넷째 주(2월23일)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은 0.11%로 1월26일 0.31%를 기록한 이래 상승폭이 지속적으로 둔화되고 있다. 가격 하락 기대심리도 뚜렷하다. 2월2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달 소비자동향지수(CSI) 중 ‘주택가격전망지수’는 108로, 전월보다 16포인트 내렸다. 이 지수가 100보다 크면, 현재와 비교한 1년 뒤 집값 상승 전망이 하락 전망보다 높다는 뜻이다. 여전히 집값이 오를 거라는 전망은 유효하지만 2월 전망은 최근 석 달 만에 처음으로 하향곡선을 그렸다. 수도권에 주택 6만 호를 공급하겠다는 내용의 1·29 부동산 대책에 더해, 다주택자와 임대사업자 규제에 따라 주택 공급량이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와 정부 규제 강화로 인한 거래량 감소로 매물이 증가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제 막 시작된 ‘이재명표 부동산 정치’

정책적 효과에 따른 가격안정화의 신호탄으로 읽을 수 있을까?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는 가격 하락을 ‘추세’로 읽기에는 이르다는 반응도 있다. 부동산 동향에 밝은 한 여권 관계자는 〈시사IN〉과의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강남에 가격을 수십억 원 낮춘 아파트들이 나온다는 언론 기사가 눈길을 끌지만, 실제 강남 3구 부동산 시장은 매물이 넘쳐나는 상황은 아니다. 1억~2억원 정도 가격을 떨어뜨린 매물들이 나오긴 하지만 파격적인 매물이 눈에 띄진 않는다. 지금 가격을 낮춘 매물도, 최근 집값이 상승한 것을 감안하면 큰 손해를 감수한 매물들은 아닌 걸로 보인다. 이미 크게 오른 집값 자체를 흔드는 신호는 보이지 않는다.”

2월1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윤덕기 금융위원회 거시금융팀장과 조만희 재정경제부 세제실장, 박준형 국토교통부 토지정책관(왼쪽부터)이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 및 보완 방안’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가 시장에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보유세’라는 짝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양도소득세는 집을 거래할 때 발생하는 세금이기 때문에, 중과 부담을 피하기 위해 ‘버티기’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매물 잠김 현상이다. 이것을 곤란하게 만드는 것이 보유세 인상이다.

부동산 세제 전문가인 김현동 배재대 경영학과 교수는 여러 규제책이 예고된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집값 안정화를 위해 꺼내들어야 할 핵심적인 수단은 보유세라고 말한다. “보유세는 집을 가지고 있기만 해도 부담이 되는 세금이기 때문에 현금 유출로 이어진다. 자신의 수익률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변수인 것이다. 중요한 것은, ‘보유세와 양도소득세를 어떻게 전략적으로 믹스하는가’이다.” 1월25일 밤, 이재명 대통령은 SNS에 의미심장한 짧은 문장을 남겼다. “팔면서 내는 세금보다 들고 버티는 세금이 더 비싸도 그렇게 할 수 있을까요?” 보유세를 강화하겠다는 메시지로 보인다.

하지만 보유세를 인상하는 것만이 정답은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지난 문재인 정부 당시, 보유세와 양도소득세 부담을 모두 올렸다. 하지만 ‘버티기’가 이겼다. 보유세가 강화돼 집을 처분하고 싶어도 양도소득세 중과로 퇴로가 막히는 정책적 모순이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집값 상승에 따른 차익의 폭이 높아 집을 처분할 경우 부담해야 할 양도소득세액이 매우 컸다. 집값이 오르는 데다 양도소득세가 부담이 됐기 때문에 주택 소유자들은 보유세가 높아도 버티기를 선택한 것이다. 이 과정을 전 국민이 지켜봤다. 버티기가 승리한다는 집단학습이 이뤄졌다.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어떤 이들이 보기에는 바로 이런 ‘집단학습 결과’와 맞서는 방향이다.

‘버티기’를 흔들 또 다른 변수는 주식시장의 호황이다. 이선화 국회미래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렇게 말한다. “지금 한국은 ‘고령화한 선진국 자본시장’이라는 특징이 있다. 자본이 상당히 많이 축적되어 있고 가계에서는 축적된 자산을 어떻게 운용할지 고민한다. 지금의 주식시장에 대한 신뢰는 자신의 자산 포트폴리오를 부동산 외의 것으로 구성할 강력한 요인이 되고 있다. 돈은 수익률이 높은 곳으로 흘러간다.” 한국에서 부동산은 레버리지 투자가 가능하고 하방이 탄탄하다는 믿음으로 인해 금융자산에 비해 늘 선호돼 왔다. 코스피 6000 시대를 연 지금의 시장 상황은 과거 그 어느 정부도 제시하지 못했던 강력한 ‘대체 투자처’를 제공한다. 심지어 고금리라는 부동산 대출의 악재도 있다.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정치’는 이제 막 시작되었다. 문재인 정부의 ‘실책’으로 평가받는 부동산 정책과 비교하는 것은 섣부르다. 다만, 부동산 시장에 참여한 이들 사이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의 성격상’ 6·2 지방선거 이후 예상외의 고강도 정책이 나올 것을 대비해야 한다는 전망을 주고받는다. 이재명 정부는 부동산 ‘시장’을 이긴 첫 ‘정부’로 기록될까? 아직 결론은 나오지 않았다.

김다은 기자 midnightblu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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