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살 홍정운 사망 이후 ‘현장실습 안전’ 점검해보니… [창 플러스]
2021년 현장 실습 과정에서 위험한 잠수 작업을 하다 숨진 17살 홍정운. 그 귀한 아들을 먼저 보낸 아버지는 매일 출근길에 추모비가 놓인 곳에 들러 아들에게 인사를 한다.
현장 실습을 통해 또래보다 빨리 첫 출근을 하는 이들의 일터는 이제 안전해졌을까. 시사기획 창은 일하는시민연구소와 함께 직업계 고등학교 현장 실습 자료를 분석하고 총 1,163명을 대상으로 각각 설문조사를 했다.
[시사기획 창 '아들의 첫 출근' 중에서]
<녹취> 홍성기/ 고 홍정운 아버지
바를 정, 구름 운이거든요. 항상 좀 바르게 살아라는 의미에서 이름 짓는 곳까지 가서 지었습니다. 정운이 이름은. 저희들은 딸을 낳으려고 했던 부분이라. 아기 엄마가 머리도 묶어서 키우고...가장 저하고 많이 닮은 애가 정운이입니다.
아버님 이래저래 해서 사고가 났습니다. 얼마나 다쳤냐고 이렇게 물어보니까 아버님 익사 사고입니다. 사망 선고한다고.
이 길을 걷던 아들은 이제 없고
짧은 생의 기록만 남았습니다.
<녹취> 홍성기/ 고 홍정운 군 아버지
저는 거의 날마다 지금 가고 있죠. 하루에 한두 번 정도는 갑니다. 아침에 출근할 때 못 가면 퇴근할 때라도 꼭 들려서 오고 안 들리면 좀 미안하더라고요, 아들한테.
아들 홍정운 군은 대학에 가는 대신
먼저 일을 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직업계 고등학교에서 공부했습니다.
<녹취> 홍성기/ 고 홍정운 군 아버지
당시 제가 혼자 벌어서 애들을 키우다 보니까 좀 가정 형편상 좋지는 않았습니다. 이거를 좀 느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아빠한테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자기는 일찍 돈을 좀 벌어야 되겠다.
요트 사업을 꿈꾸던 정운 군이
취업을 위해
현장실습을 하던 곳입니다.
<녹취> 홍성기/ 고 홍정운 군 아버지
이제 밀물 때는 한 8m 정도 높이가 됩니다. (이거 한 2배면 이렇게 올라오겠네요.) 그렇죠, 그렇죠.
업체 대표는 실습생이 해선 안 되는
위험한 잠수 작업을 지시했고,
정운 군은 혼자 바다에 들어가
요트 바닥에 붙은
따개비를 제거하다 물에 빠져 숨졌습니다.
만 17살이었습니다.
<녹취>홍성기/ 고 홍정운 군 아버지
전혀 스킨스쿠버에 경험이 없던 애다 보니까 손을 놓음과 동시에 바다 밑으로 쏙 빨려 들어간 거죠.
이 비극적인 사건은 누가 책임졌을까.
<녹취>
(아니 그러면 이 회사는 그대로 있어요?) 네, 있습니다.
업체 대표는
구속됐다 집행 유예로 풀려났고
교육청과 학교도 책임을 피해갔습니다.
아들을 잃은 아버지 혼자
길고 긴 법정 다툼을
아직도 하고 있는 이유입니다.
<녹취> 홍성기/ 고 홍정운 군 아버지
얘가 물속에 들어가서 못 나오고 숨을 못 쉬었을 때 그런 압박감이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정운아, 이렇게 빨리 갔지만 상황이 이렇게 되다 보니까 뭐 어떻게 말을 해야 될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많이 보고 싶고 나중에 만날 때 힘들지만...뭔 말을 해야 될지 모르겠습니다.
스무 살 청년이라고
다 대학교 잠바를 입는 건 아닙니다.
어떤 청춘은
교복을 벗고 작업복을 입습니다.
<녹취> 최예린/ 직업계고 졸업
제 밑으로 동생이 세 명이 있어서 나라도 좀 안 가고 내가 좀 보탤 수 있으면 보태자. 독립을 해서 내가 돈을 모아서 차라리 대학교를 가야지 라는 생각도 한몫 했었고요.
<녹취> 김동준/ 직업계고 졸업
우선 먼저 취업을 해야 하니까 특성화고등학교에 왔고. 돈만 내면 대학교 갈 수 있는 게 요즘 시대지 않습니까? 우선 먼저 취업을 하고 돈 벌고 그다음에 대학교 간다는 그 생각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졸업자 7명 중 1명은
직업계 고등학생입니다.
<녹취> 오성훈/서울로봇고 교장·직업계고 33년 근무
자기 진로에 대해서 중3 때 그만큼 고민을 했던 친구들이고요. 진로를 결정할 때 공부 하나만으로 결정할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부모님의 어떤 그런 어떤 경제적 기반, 본인이 살고 있는 동네 등등. 공부를 조금 잘한다, 못한다 이 개념이 아니라 자기 삶에 대해서 자기 진로에 대해서 고민을 더 많이 했던 친구들이 일반적으로 직업계고에 온다...
학생들은 직업 교육을 중점적으로 받고,
3학년 2학기가 되면 취업을 위해
현장실습을 나가기도 합니다.
<녹취> 안재영/ 한국직업능력연구원 선임연구위원
현장실습은 학교에서 배운 내용을 직업 현장에 실제 적용함으로써 직무 수행에 필요한 지식이나 기술 태도 이런 것들을 배우는 프로그램이고요.
<녹취> 손민기/ 현장실습 경험
자신이 원하는 기업처가 나오면 그거에 대해서 면접을 준비하거나 또는 사전에 이 회사가 어떤 회사인지/ 그런 것들에 대해서 계속해서 노력을 하고 준비를 한 다음에 회사에 나가기 때문에 (실습을 나가게 되면) 선생님들이나 아니면 주변 친구들이 많이 축하를 해주는 모습입니다.
현장실습을 통해
또래보다 빨리 첫 출근을 하는
이들의 일터는 이제 안전해졌을까.
시사기획 창은
일하는시민연구소와 함께
직업계 고등학교
현장실습 자료를 분석하고,
총 1,163명을 대상으로
각각 설문조사를 했습니다.
실습생 안전사고는
최근 4년간 두 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안전사고 중에서
산업재해로 처리된 사고도
지난해에만 12건이었습니다.
실습하던 학생이
손을 다치는 사고가 난 곳.
이력을 확인해 봤습니다.
직원들도
다치는 사고가 끊이지 않았고,
퇴사를 반복하는 곳이었습니다.
열악한 사업장에도
학생들을 실습 보내고
안전사고로 이어지는 겁니다.
<녹취> 이지윤/ 직업계고 졸업
학생이고 저희는 미성년이었고 그렇기에 더 어른들의 관심이 있어야 되지 않나. 안전을 더 지켜줘야 되지 않나.
<녹취> 김종진/ 일하는시민연구소 소장
그냥 이렇게 살짝 베인 게 아니거든요. 독일, 프랑스와 같이 현장실습이나 이런 유사한 제도가 있는 나라에서, 1년에 12건 이상 공식적으로 보고된 것만 이제 산재사고가 났다 그러면 깜짝 놀랄 겁니다. 그만큼 우리가 노동 감수성, 노동 인권에 대한 인식의 차이가 크다고 보죠.
10명 중 1명은
‘내가 나갔던 실습 작업장이
위험했다’고 답했습니다.
보호장구가 필요했는데
충분히 받지 못했다는 비율은
6%였습니다.
<녹취> 최예린/ 직업계고 졸업
도금업체였는데 장갑 없이 도금을 해서 손이 다 녹고 그럴 정도였거든요. 손에서 진물이 너무 나니까 도금용액에 들어가면 방해가 되기 때문에 제가 집에서 직접 비닐장갑을 가지고 가서 실시를 했었고요.
<녹취> 이태희/ 직업계고 졸업
보통 화학물질을 다룰 때는 MSDS라고 이제 물질안전보건자료가 있어야 되고 그거에 맞게끔 보호안경이나 방진 마스크가 무조건 있어야 돼요. 애들 말로는 그게 회사에 없대요.
10명 중 2명은
실습 과정에서 다친 적이 있고,
‘병원에 갈 정도로 다치거나
부당한 대우를 경험했다’는 응답은
7% 였습니다.
그러나 학생들은 이런 사실을
제대로 알리지 못했습니다.
<녹취> 박**/현장실습 경험 (음성변조)
이게 문제가 있다고 선생님한테 말씀을 드려도 그냥 버티라고만 하시고 회사한테 말을 하자니 솔직히 회사 입장에서는 안 좋게 들릴 수도 있잖아요. 그래서 딱히 말을 할 수가 없으니까 좀 답답하기는 합니다.
<녹취> 김**/ 현장실습 경험
일단은 학교랑 연결돼 있어서. 학교에도 피해를 가면 일단 안 된다는 마음도 있고 저희만 입을 다물면 끝나지 않을까? 일 커지는 것도 힘들기도 하고.
방송 일자: 2026년 3월 10일(화) 밤 10시 KBS 1TV 시사기획 창
취재기자: 김지선
촬영기자: 임현식 김상민
영상편집: 이종환
자료조사: 백은세
조연출 : 윤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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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선 기자 (3rdlin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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