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분투칼럼] 아프리카는 중국이 '접수'했다는 착각

우분투추진단 2026. 3. 17.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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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프라 위에서 꽃피울 'K-솔루션'
김명희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부사장
김명희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부사장 [김명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편집자 주 = 연합뉴스 글로벌문화교류단이 국내 주요대학 아프리카 연구기관 등과 손잡고 '우분투 칼럼'을 게재합니다. 우분투 칼럼에는 인류 고향이자 '기회의 땅'인 아프리카를 오랜 기간 연구해온 여러 교수와 전문가가 참여합니다. 아프리카를 다양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분석하는 우분투 칼럼에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을 기대합니다. 우분투는 '당신이 있어 내가 있다'는 뜻의 아프리카 반투어로, 공동체 정신과 인간애를 나타냅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타비트 콤보 탄자니아 외교장관 2026년 1월 9일 탄자니아 다르에스살렘에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타비트 콤보 탄자니아 외교장관이 회담하고 있다.[신화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아프리카 비즈니스를 이야기할 때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은 의외로 단순하다. "거긴 이미 중국이 다 먹지 않았나요"라는 물음이다. 실제로 현장에서 마주하는 풍경은 이 질문이 아주 틀린 말은 아님을 여실히 보여준다. 나이지리아의 레키(Lekki) 심해항부터 케냐의 표준궤 철도(SGR)까지, 대륙의 혈맥이라 불리는 핵심 인프라의 절반이 중국의 자본과 기술로 세워졌다.

하지만 우리는 이 '압도적인 숫자' 이면을 봐야 한다. 여론조사 기관 아프로바로미터(Afrobarometer)가 34개국을 조사한 보고서를 보면 흥미로운 대목이 나온다. 아프리카인의 약 63%가 중국의 영향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중국 차관의 존재를 아는 응답자 중 57%는 국가 부채를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 즉 그들에게 중국은 '내 집 앞 도로를 깔아주는 유능한 기술자'일지는 몰라도, 미래를 함께 설계하고 싶은 '궁극적인 롤모델'은 아니라는 뜻이다.

중국은 결코 자선사업가가 아니다. 최근 아프리카 국가들이 겪는 부채 위기는 중국이 취하는 '대가'의 실체를 가감 없이 보여준다. 중국은 돈을 돌려받지 못할 때 자산을 압류하기보다는 전략적 요충지의 운영권을 챙기거나 미래의 자원을 선점한다. 앙골라와 콩고민주공화국이 석유와 코발트 채굴권으로 빚을 갚는 '자원 담보 대출'의 늪에 빠진 것이 대표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서구권도 뒤늦게 반격에 나섰다. 미국과 주요 7개국(G7)은 '글로벌 인프라·투자 파트너십'(PGII)을 통해 중국의 독점을 견제하려 하고, 일본은 고품질 인프라와 인적 자원 개발을 앞세워 차별화를 시도한다. 여기에 '실리주의'를 내세운 트럼프 행정부의 등장은 아프리카 국가들이 특정 진영에 종속되지 않고 자신들에게 가장 유리한 파트너를 고르는 '전략적 자율성'을 강화하는 계기가 됐다. 이제 아프리카는 누구의 앞마당도 아닌, 오직 실력으로 승부하는 '진정한 실전의 무대'가 된 것이다.

하지만 이 대목에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사실이 있다. 바로 IT와 AI 분야에서 한국이 여전히 우위에 있다는 안이한 낙관론이다. 최근 중국중앙TV(CCTV)가 설 특집으로 방영한 로봇쇼는 가히 충격적이었다. 그 안에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던 중국의 휴머노이드들은 이제 기술 과시를 넘어 세계 시장을 집어삼킬 듯한 위협적인 실체로 다가와 있다. 이미 아프리카의 통신망은 화웨이가 장악했다. 이제는 그 하드웨어를 발판 삼아 AI라는 지능형 소프트웨어까지 얹으며 기술 표준을 선점하려 속도를 내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지레 포기해야 할까. 아니다. 아프로바로미터 조사에서 나오듯, 현지인들은 중국의 물량 공세에는 만족하면서도 시스템의 투명성과 제품의 품질, 그리고 고용 방식에는 여전히 의구심을 갖는다. 바로 이 지점이 우리의 기회다. 중국이 거대한 도로와 통신망이라는 '하드웨어 하이웨이'를 깔아놓았다면, 우리는 그 위에서 돌아가는 행정 서비스, 스마트 농업, 핀테크 같은 '고부가가치 솔루션'을 팔아야 한다.

나아가 우리가 주목해야 할 또 하나의 강력한 무기는 바로 K-소비재다. 아프리카의 젊은 세대는 중국이 깔아놓은 고속 통신망을 통해 한국의 드라마를 보고, K-팝을 듣는다. 그들은 중국의 장비로 한국의 콘텐츠를 소비하며 한국적인 라이프스타일을 동경하기 시작했다. 조잡한 저가 제품이 아닌, 신뢰할 수 있는 품질의 K-뷰티와 K-푸드가 아프리카 중산층의 지갑을 열고 있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아프리카는 중국의 땅도, 서구의 식민지도 아니다. 주권 의식이 깨어난 대륙은 이제 누가 가장 정직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도와줄 파트너인지 냉정하게 저울질하고 있다. 아프로바로미터 조사에서 발전 모델 선호도 1위가 여전히 미국(33%)이고 중국(22%)이 그 뒤를 잇는다는 사실은, 아프리카가 갈구하는 것은 결국 '신뢰할 수 있는 시스템과 문화적 가치'임을 말해준다.

우리 기업은 '이미 중국이 장악했다'는 패배주의도, '우리가 최고다'라는 자만심도 모두 내려놓았으면 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중국이 닦아놓은 인프라를 지렛대 삼아, 그들이 채우지 못한 '품질과 신뢰의 공백'을 파고드는 영민함이다. 중국이 만든 길 위에서 한국의 솔루션이 달리고, 중국의 네트워크 안에서 한국의 소비재가 사랑받는 풍경은 결코 불가능한 미래가 아니다. 아프리카가 열어젖힌 이 운동장 위에서 우리의 정교한 기술과 매력적인 문화가 현지의 갈증과 맞닿을 때, 비로소 대륙은 우리에게 새로운 성장의 기회를 허락할 것이다.

중국의 아프리카 주요 항만·철도 투자 현황 [InOnAfrica 자료. 재판매 및 DB 금지]

※ 외부 필진 기고는 연합뉴스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김명희 부사장

현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부사장, 단국대 중동·아프리카학 박사, 헬싱키 경제대 MBA, 저서 '물어물어 찾아낸 나의 친구 아프리카', 아프리카지역본부장·파리관장·케냐관장·알제관장·소피아관장 등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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