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지사·시장은 알겠는데…‘이 사람들’은 무슨 일 할까?[점선면]
조례 만들고 예산 의결하며 ‘일상의 정치’
비리·논란도 많지만…“그럴수록 잘해야”

‘지방선거’하면 도지사나 시장, 교육감이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미디어에 자주 나와 얼굴도 꽤 익숙한 이들이죠. 반면 지방의원(도의원·시의원·구의원) 후보자들은 비교적 덜 알려져 있습니다. 우리 동네에 누가 나왔는지, 어떤 공약을 했는지 아는 유권자도 많지 않고요. 하지만 지방의원들의 중요성을 생각해보면 낮은 인지도가 조금 아쉽기도 합니다. 어찌 보면 이들은 ‘우리 일상과 가장 가까운 정치’를 하는 이들이거든요.
오늘 점선면은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방의원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왜 중요한지를 짚어볼게요. 지방의원들에게 정치 컨설팅을 하는 두 전문가의 인터뷰도 소개합니다.
지방선거, 지방의원도 중요해!
지방의원들은 말 그대로 지방의회(도의회·시의회·구의회)에서 활동하는 의원입니다. 지방의원은 다시 특별시·도·광역시에 설치되는 ‘광역의회’ 의원과, 시·군·자치구에 설치되는 ‘기초의회’ 의원으로 나뉩니다. 예를 들어 서울 종로구에 사는 A씨의 광역의회는 서울시의회, 기초의회는 종로구의회죠. 전북 전주시에 사는 B씨의 광역의회는 전북도의회, 기초의회는 전주시의회고요. 예외적으로 제주도와 세종시에는 광역의회(제주도의회·세종시의회)만 있습니다.
지방의원들은 국회의원들이 전국 단위로 하는 일을 해당 지방자치단체 단위에서 합니다. 우선 지자체 예산을 심의·의결할 수 있습니다. 주로 주민들의 일상과 밀접한 예산이죠. 제가 사는 경기 성남시의 올해 예산을 보면 ‘독감 예방접종’ ‘폐기물·대기질 관리’ ‘친환경 과일 학교급식’ ‘반도체·인공지능(AI) 산업 육성’ 등이 잡혀 있네요.
지자체의 자치법규인 ‘조례’와 ‘규칙’을 만드는 것도 지방의원들입니다. 아주 쉽게 요약하면 조례는 법, 규칙은 시행령과 같은 역할입니다. 어린이공원 주변 공공도로 금연구역 지정, 주차장 설치 기준 등이 조례로 정해집니다. 국회가 정부부처를 대상으로 국정감사를 하듯, 지방의원들은 지자체를 대상으로 행정사무 감사·조사를 합니다.
이처럼 지방의원들은 주민 생활과 밀접한 중요한 일들을 맡지만, 자주 따가운 눈총을 받기도 합니다. 중앙정치에 비해 감시·견제가 느슨한 탓에 지역 내 권력을 휘두르며 비리를 저지르기 쉽거든요. 특히 악용되는 게 지자체 사업 수의계약(경쟁입찰 대신 특정 업체를 골라 맺는 계약)입니다. 예를 들어 ‘1억원 공천헌금 의혹’으로 구속된 김경 전 서울시의원은 가족 관련 기업 7곳이 상임위원회 소관 산하기관으로부터 일감을 수주했다는 의혹을 받습니다.
김경 전 시의원뿐만이 아닙니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전국 243개 지방의회 중 20곳을 뽑아 이해충돌방지제도 운용 실태를 점검해보니, 2022년 7월부터 2024년 8월까지 지방의회·지자체 산하 공공기관이 지방의원 가족 관련 업체와 맺은 부적절한 수의계약은 1391건에 달했습니다. 꼭 가족 기업이 아니더라도 이런 비리는 비일비재합니다. 한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업체들이 지방의원을 바지사장처럼 두고, 실제 업무는 하지 않는 대신 지자체 계약에서 다리 역할을 하도록 하는 경우가 있다”고 했습니다.

그럼에도, 아니 그렇기에 더욱더, 지방의회가 제대로 작동하는 게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지방의원들에게 정치·정책 컨설팅을 제공하는 김경미 섀도우캐비닛 대표는 주간경향 인터뷰에서 “행정이 특정 이해관계와 결탁하지 않도록 시민의 입장에서 감시하고 견제하는 사람들을 뽑는 것이 지방의회 선거”라고 했습니다. 청년 정치인 육성 스타트업 ‘뉴웨이즈’의 박혜민 대표는 “비판을 넘어서 ‘어떻게 더 잘할 수 있을까’를 묻는 사람들이 늘어날 때 정치도 바뀐다”고 했어요.
이들은 현재 구조로는 훌륭한 지방의원이 탄생하기 어렵다고 봅니다. 박혜민 대표는 “준비된 인재가 있어도 (통상 국회의원이 맡는) 지역 당협위원장에게 줄을 서야 공천을 받는 구조”라며 “지역에 필요한 사람이 아니라 ‘다음 선거에 유리한 사람’이 기준이 된다”고 했습니다. 김경미 대표는 “월급이 300만원이 안 되는 의회도 있는데, 이 보수로는 안정된 직업과 경력을 가진 사람이 정치에 뛰어들기 쉽지 않다”며 “차라리 겸직을 금지하고 보수를 정상적인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고 했습니다.
지방의회가 바로 서면 중앙정치도 바뀔 수 있다고 이들은 말합니다. ‘정책 실험실’처럼, 지방의원이 낸 좋은 아이디어가 중앙정치를 통해 전국으로 확산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서난이 전주시의회 의원의 ‘무직 청년·전업주부 무료 건강검진 지원’ 조례, 강현식 부산 사하구의원의 ‘맞벌이 가정을 배려해 출근 전 문을 여는 새벽별 어린이병원’ 조례가 대표적입니다. 박혜민 대표는 “중앙정치보다 빠르게 정책을 시험하고, 성공한 사례를 다른 지역으로 확산시킬 수 있다”고 했습니다.
지방의회가 중앙정치 무대에서 활약할 좋은 정치인을 키우는 요람이 될 수도 있습니다. 김경미 대표는 “독일과 네덜란드에는 동네마다 정당 사무소가 있고 오프라인 토론이 일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지금 정당이 하는 일은 선거에 맞춰 후보를 세우고 당선을 지원하는 역할에 집중돼 있지만, 정당은 국정을 운영할 사람들을 준비시키고 서로의 경험을 축적·전수하는 체계가 있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전국 3860명 지방의원 가운데 300명만 제대로 움직여도 의회는 달라질 수 있다.” 김경미 대표의 말입니다. 우리 곁의 풀뿌리 정치인인 지방의원들이 더 책임감 있게 정치에 임하도록, 우리도 관심을 기울여야겠습니다. 독자님이 바라는 ‘내 삶과 가까운 정치’는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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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해람 기자 lenn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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