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팀 하차해야 된다" 신인에게 가혹한 '악플 세례'…강지훈을 버티게 한 하나의 DM

정다윤 2026. 3. 17. 0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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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정다윤 기자] 태극마크는 영광이지만 그만큼 무게도 선명하다.

 

이제 막 프로 무대에 발을 디딘 신인 강지훈에게 지난 대표팀 차출은 분명 값진 경험이었다. 동시에 아직 다 여물지 않은 어깨에 이른 무게가 얹힌 시간이기도 했다.

지난 FIBA 일정에서 강지훈은 2027 FIBA(국제농구연맹) 농구 월드컵 아시아 예선 윈도우-2를 치렀다. 프로에 적응해가던 신인이 국가대표 유니폼까지 입었다.

물론 좋은 경험이지만 결과가 너무 아쉽죠. 다시 한번 제 위치를 확인하게 되는 자리였어요. 많이 부족한 것도 느꼈고 개선해야 될 방향도 보였죠. 감독님, 코치님들도 열심히 지도해 주시고 계시고요. 너무 감사해요. 또 저를 믿고 기용해 주시고 뽑아주신 니콜라스 마줄스 감독님께도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하지만 대표팀 무대는 다르다. 신인에게도 과정보다 결과가 먼저다. 대만전과 일본전 모두 패했고, 대만전에서강지훈은 선발로 나서 21분을 소화하며 4점 5리바운드를 기록했다. 몸으로 부딪치고 버티며 자기 몫을 해보려 했지만 국제무대의 벽은 높았다.

진짜 힘겨웠던 건 경기 뒤였다. 경기 안에서의 아쉬움은 복기가 될 수 있지만 경기 밖으로 번진 말들은 상처가 됐다. 강지훈은 대표팀 경기 후 수많은 악성 메시지를 받아야 했다. 기대가 클수록 실망도 따라붙을 수 있다. 다만 그 실망이 누군가를 짓밟을 권리가 되어서는 안 된다.

악성 메시지를 너무 많이 받았어요. 대만 경기 끝나고 너무 많은 연락이 요청함에 와있더라고요. 아무 생각 없이 들어가니 거의 50개 이상이 와 있었죠. '뭐지?' 하고 눌러서 봤는데 정말 다 욕밖에 없었어요. 거기서 좀 멘탈이 흔들리더라고요...

부진한 것도 맞지만, 자신감이 떨어진 거 같아요. 악성 메시지 내용이 굉장히 심한 부분이 많아서요. ‘대표팀 하차해야 된다’는 등 이런 게 엄청 많았거든요. 저도 이렇게 많은 악성 메시지는 처음인지라 기가 죽었어요. ‘내가 대표팀에 맞지 않는 조각인가…’ 하는 생각도 많이 들었고요.”

처음 마주한 무더기 악성 비방이었다. 가끔 말은 칼보다 오래 남는 흉터를 새긴다. 그 와중에도 강지훈을 붙잡아 준 메시지 하나가 있었다. 온통 긁힌 마음에 닿은 연고 같은 말이었다.

강지훈이 받은 메시지는 이랬다.

 

지훈 선수 솔직히 이거 안 읽었으면 좋겠는데, 만약 이 메시지를 봤다면 바로 핸드폰 끄고 인스타(소셜미디어) 들어가지 마세요. 오늘(대만전) 너무 잘했으니까 푹 주무셨으면 좋겠습니다.

멘탈이 나가 있었을 때 한 분이 보내준 메시지가 큰 힘이 됐어요. 유일한 선플 하나가 딱 이렇게 와 있더라고요. 이 하나가 정말 큰 힘이 됐어요. 말씀대로 다음 날까지 소셜미디어에 들어가지 않았거든요.


대표팀 안에서도 그는 혼자가 아니었다. 아카라카 형들인 유기상(LG)과 룸메이트였고, 소노의 JH 듀오 이정현과도 이야기를 나눴다고 했다. 흔들리는 후배를 붙잡아 준 건 거창한 해법이 아니었다. 괜찮다는 말 한마디와 옆에 있다는 기척이었다.
(유)기상이 형이랑은 룸메이트였고, (이)정현이 형은 같은 팀이니까. 형들에게 이런 얘기를 살짝 했거든요. 그러니 형들이 ‘신경 쓰지 말고 우리 할 거 하면 돼. 괜찮아, 처음인데 잘했어. 스타팅으로 들어가서 부담이 컸을 텐데…’라고 해주셨거든요. 형들이 많이 도와줬어요. 덕분에 회복할 수 있었고 감사했죠.
▲강지훈이 진천에서 찍은 유니폼
그러나 대표팀에서 꺾인 자신감은 팀에 돌아온 뒤에도 한동안 그림자처럼 따라붙었다. 표정은 쉽게 펴지지 않았고 경기력(세 경기 평균 4.3점/시즌 평균 8.1점)도 출렁였다. 손창환 감독이 먼저 자신감이 떨어져 보인다고 느낄 정도였다.

그 부진과 꺾인 기세가 정규 시즌에서도 이어져서 심적으로 조금 힘들더라고요. (문)유현이도 조금 부침을 겪었어서 연락이 왔었어요. 요즘 잘 안 된다고. 그래서 저도 ‘나도 잘 안 되는데 그냥 하다 보면 되겠지’ 하면서 그런 연락을 주고받았었어요.

부모님도 많이 얘기해 주셨고 주변에서도 좋은 말들 해주셨거든요. 아버지도 ‘괜찮다. 선발로 나선 것도 영광스럽다. 처음인데 그럴 수 있지, 잘했다’고 해주셨어요. 이제 시간이 서서히 지나니까 스스로도 괜찮아지는 거 있죠. 앞으로 팀에 더 집중해서 플레이오프에 진출할 수 있도록 열심히 뛰겠습니다. 기회가 왔으니 잡아야죠.

성장은 늘 고른 길로만 오지 않는다. 흔들림을 지나서야 비로소 자기 걸음을 배우는 때도 있고, 아픔을 딛고 나서야 조금 더 단단해지는 순간도 있다.

강지훈에게 이번 시간은 분명 쓰라린 경험이었지만, 헛된 시간은 아니었다. 칠전팔기(七顚八起)라는 말처럼 완벽함보다 중요한 건 다시 일어서는 힘이다. 그 힘을 떠받치는 건 결국 패기와 자신감이다.

#사진_FIBA, 강지훈 제공, 박상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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