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와 함께 나누고픈 북&톡] 인간의 본성을 투영하는 거울, SF
인간의 욕망과 과학기술의 결합, 우리의 선택은… '망가진 세계에서 우리는' 표지
우리는 최근 인류 역사상 가장 급격한 과학기술의 변화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세상은 날마다 변화하는데, 그 원동력은 인간의 호기심과 무한한 상상력일 것입니다. 우리가 욕망하는 것을 과학기술의 힘을 빌려 실현하고 있으니까요. 과학기술에 대한 낙관론적 시각과 우려 섞인 암울한 시각이 공존하지만, 과학기술과 사회의 관계를 들여다보고 오늘의 삶을 통찰하는 데 있어 SF(Science Fiction, 과학소설)만한 것이 있을까요? 인문학적 질문과 윤리적 고민에 영감을 가져다줄 두 권의 책을 소개합니다.

◆ 인간 사회가 만들어낸 고립된 존재, 괴물
1818년 초판 발행된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은 작가가 10대 후반에 집필한 작품으로 최초의 과학소설로 불리며 시대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되고 재창조되는 작품입니다. 당시는 산업화를 앞두고 과학기술이 급변하면서 과학이 세상을 바꿀 것이라는 믿음이 강해 신의 영역으로 터부시되던 생명 창조나 미지의 영역에 대한 인간의 호기심이 극도로 커지는 때였습니다. 이와 동시에 인간의 오만함을 경고하고 인간 이성과 과학에 대한 비판적 시선이 문학적으로 두드러진 낭만주의 시기였습니다.
'프랑켄슈타인'은 과학소설의 원형으로 이후 수많은 작품에 영감을 주었지만, 단순히 과학소설이라고 평가하는 것에 대해 혹자는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를 여행기라고 부르는 것과 같은 납작한 해석이라고 말합니다. 흔히 프랑켄슈타인을 괴물의 이름으로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많지만, 실상 괴물은 마지막까지 '이름 없는' 존재일 뿐이며 괴물을 만든 박사의 이름이 빅터 프랑켄슈타인입니다. 또한 원작 소설을 읽어보면 괴물이 느끼는 풍부한 감정과 호소력 있는 외침에 독자는 마음을 빼앗기고 맙니다. 결국에는 괴물의 처지를 연민하게 되는데요. 겉모습이 인간과 유사하지만 인간 같지 않게 흉측하다는 이유로 괴물은 인간 사회에 속할 수 없었습니다. 철저히 고립된 괴물은 괴물로 취급받다가 결국에는 인간들의 평가대로 진짜 괴물이 되어 버리고 맙니다.
'프랑켄슈타인'은 출간 이후 영화, 뮤지컬, 만화, 연극 등으로 각색돼 공연되었습니다. 최근 개봉한 영화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프랑켄슈타인'(2025)을 원작소설과 비교해 보는 것도 작품 해석을 더욱 풍부하게 해줍니다. 감독이 가장 사랑하는 소설이 '프랑켄슈타인'이라고 합니다. 원작과 달리 영화 속 괴물은 누구도 해치지 않으며 오히려 괴물을 만든 프랑켄슈타인 박사가 진짜 괴물이 아닌지 되묻는 듯합니다.

◆ SF 속 우리의 욕망과 혼란, 그리고 탈출구
과학 전문 기자이자 지식 큐레이터인 강양구 작가의 '망가진 세계에서 우리는'은 '프랑켄슈타인', '멋진 신세계', 를 잇는 걸출한 SF 작품 열여덟 편을 발굴해 독자에게 역사, 정치, 경제, 문화를 아우르는 통찰에 이르게 하는 책입니다. 인간의 욕망이 과학기술과 결합했을 때 가져올 거대한 재앙과 이에 따라 망가진 세계에서 펼쳐질 잿빛 미래가 마음 한편을 무겁게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미래는 결정된 것이 아니라 지금 우리가 어떤 고민을 하고 사회 구성원이 어떤 합의에 이르러서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달려있음을 기억하게 합니다.
죽음이라는 육체의 한계를 가진 인간은 언제나 영원한 삶을 꿈꿉니다.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야마다 무네키의 '백년법'의 내용을 살펴보면, 만 20세가 되면 노화를 억제하는 바이러스를 인체에 접종하는, 이른바 불로장생 시술을 받을 수 있습니다. 20대에 이 시술을 받으면 평생 20대로 살아갈 수 있고, 30대에 받든, 40대에 받든 선택은 개인의 자유입니다. 하지만 태어나는 사람만 있고 죽는 사람이 없어지자, 정부는 죽는 시점을 정하기에 이릅니다. 시술받은 지 100년이 넘어서는 해엔 삶을 무조건 마감해야 합니다. 영원히 살면 행복할까 하는 질문을 던지며, 죽음이 없는 삶이 우리 사회를 어떻게 변화시키는지와 함께 노화의 과학이 우리를 어떤 미래로 이끌지 생각해 보게 합니다.
이 외에도 다양한 사고실험이 가능한 SF 작품들을 과학 전문 기자답게 과학 이슈와 함께 일목요연하게 풀어내고 설명해 줍니다. 예를 들어,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에 등장하는 인공 자궁을 소재로 하는 무라타 사야카의 '소멸 세계'를 소개하면서 현재 인공 자궁의 진행 상황과 인공 자궁으로 바뀌게 될 사회 변화를 이야기합니다.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는 지금 우리의 고민, 선택, 실천과 맞닿아 있음을 다시금 상기시킵니다.
대구시교육청 학부모독서문화지원교사모임